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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aryM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키즈만세) <dynamic-kent-56.>
날 짜 (Date): 2002년 9월  8일 일요일 오후 06시 29분 55초
제 목(Title): Re: 나 다니는 회사


저렇게 몰라도 회사가 돌아가는 비결이 있는데 부사장이나 매니져가
세일즈 능력이 탁월합니다. 별개 아니라 사람들이 일감 맡겨 볼까 하고
전화하면, 부사장이 세일즈 대표로 나서 거래를 하는데 이 사람이 
풍채가 아주 좋고 언변이 뛰어납니다.  옆에서 가만 보니까 사람들이
부사장한테 완전히 홀립니다.  

customer 에 관해서도 놀란 점이 많습니다.  고객들이 주로 
Financial/Business 회사에다 Pharmaceutical 회사들인데
컴퓨터/인터넷 관련 일을 추진하면서 회사내에서 아무한테나
일을 맡기는 모양입니다.  하긴 그런 회사들 안에서 컴퓨터 
배경이 있는 사람을 일일이 고르기가 힘들겠죠. 

일 맡기러 온 사람들이 골치아파 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일단 맡은거 열정적으로 할 생각이 없고 잡일이라도 맡은양
귀찮아하는 기색이 뚜렷합니다.  빠이낸셜 회사나 제약
회사에서야 이런게 잡일은 잡일이겠지.

그리 골 아프고 떨떠름한 마당에 풍채 훤하고 언변 수려한 사람이 
나와 딜을 하니까 기술적으로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아이 좋아 일 
주고 갑니다. 매니져는 풍채가 부사장에는 못 미치지만 환상의 
야부리가 일품인데 특히 기품있게 야부리 썰을 푸는게 거의 
지존급이고 여자 꼬시는데 일가견이 있어 여자 customer 들이 
뿅뿅뿅 갑니다.  

이런 사정으로 의외로 일감은 들어오는 편입니다. 제가 아무리
실력을 갖췄다해도 일감을 그렇게 잘 따오지는 못할겁니다. 
솔직히 한국에 나가서 우리말로 세일즈를 한다 해도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사람들 맘을 사로잡아 자기 회사로 일감을
맡기게 하진 못할거 같습니다. 

부사장과 매니져가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성실히 일하거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시원시원 의사소통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문제의 핵심을 딱딱 짚고 똑 뿌러지게 일처리 
하려는 사람보다는, 진실이야 어떻든 두루뭉실 둘둘둘 기술적인
소리로 골치아프게 하지 않고 맘을 편하게 하는 사람을 대단히
선호합니다.

또 설명할게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질테니 생략하고.

결정적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땡땡이만 치고 맨날 전화로 야부리만 까던 매니져가 짤린것도 
아니고 자기 사업한다고 그만두고 나서 새로운 매니져를
뽑았는데, 컴퓨터 아는게 MS Office 하고 포토샵 정도 입니다.
과거에 매니져로서 경력이 전혀 없었는데 그걸 흠 잡을수는 없구요.

이런 친구를 도대체 왜 매니져로 앉혔을까? 가만 보니까 이 친구도
업무가 이런걸 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입니다.  부사장이 엉뚱한 
사람을 엉뚱한 자리에 밀어넣은 겁니다.  경영 능력이 있으면 
기술을 몰라도 기술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훌륭한 경영인들은 국문과 출신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대강 돌아가는건 감 잡고 깨치던데. 너 할 수 있냐, 
언제까지 하냐 이거 두개만 묻는게 경영이냐?

새로 온 매니져가 비록 땡땡이 안치고 성실하게 일하려고 하는
자세는 되어 있지만, 도대체 아는게 없으니 역시 할게 뭐가
있습니까. 매일같이 나보고 그거 다 됐냐 재촉하는거 밖에
없습니다.  땡땡이치는 매니져 보는것도 고역이지만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다그치기만 하는 매니져도 괴롭습니다.

제가 다 잘했다는건 아닙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 매니져를 하나하나 친절히 가르쳐 가며 잘 보필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잡을 딴데로 옮길땐 옮기더라도 일단
여기 있는 이상 잘 지냈어야 하는데... 그래도 그렇지
장관이라도 된다면 아랫사람으로 보필을 하고 말고가 있겠지만
내가 왜 저런 아무것도 아닌 친구를 매니져라고 보필을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얼굴에 쓰여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새 매니져도 기분이 좋을리가 없죠.
내가 티껍고 건방지지.

문제는 새로 들어온 이 친구가 인간은 아주 좋다는 점입니다.
부사장이 엉뚱한 인물을 엉뚱한 자리에 앉히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가 생기는 것.  

그건 그렇고, 사람이 점잖고 의젓해 보이고 듬직하게 대화할
줄만 알면 어딜가서든 매니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들을
하나 봅니다.  문과쪽 일이야 그게 통하겠지만 기술쪽으로는
그게 잘 되나.  부사장은 매니져 뽑을때 그냥 사람 듬직하고
컴맹 아니니까 매니져 시킨 모양입니다.

좌우간 비록 경제가 바닥을 쳤어도 반드시 직장을 옮겨야 겠는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딴데 가봐도 정도의 차이가 있고
이 회사 만큼 심하지는 않더라도 다들 사정이 비슷하지 않겠는가
해서 불안합니다.  옮겨봤자 어차피 실력으로 평가 못받는건
거기가 거기 아닐런지.  자기 사업 벌이지 않는 이상 옮겨 봤자
일까봐 겁납니다.  

아니면 잘 찾다보면 정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나.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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