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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aryM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키즈만세) <dynamic-kent-56.>
날 짜 (Date): 2002년 9월  8일 일요일 오후 05시 03분 48초
제 목(Title): 나 다니는 회사


작은 회사를 다닌지 2년 조금 넘었고 한국은 아니고 해외입니다. 개인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벤춰라고까지는 할거 없고 그냥 컴퓨터 관련.

처음 회사를 다니고 첫번째 놀란게 제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을 다짜고짜 시키고
내팽개쳐 두는 겁니다.  혼자 절절 매면서 해내긴 했고, 와 이런게 자율 
야구구나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구나, 아주 정글속에서 혼자 살아남도록 독하게 훈련
시키는구나 했습니다.

두번째로 놀란게...며칠 지내 보니 깨달은건데 제 위로 매니저 전무 부사장이 
기술
쪽으로 배경이 전무하고 기술쪽으로 지식이 별로 없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하기를
아이구야 여기선 내가 이쪽 기술로 책임자가 되는거구나, 경력도 없고 아는것도
없지만 내가 여기 책임자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 이랬습니다.

셋째로 놀란게... 위에 얘기한대로 제 윗선에서 기술쪽으로 하나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렇지 내 바로 위인 매니져는 조금이나마 뭘 알았으면 좋겠는데
제가 보기엔 매니져로 일하기엔 너무 아는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와
같은 내용인데,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이건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장관으로 떡하니 왔을때 아랫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이 이렇겠구나, 나만 이런
일 겪는거 아닐테니 감수하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놀란거는... 처음 맡겨진 일을 했더니 아주 잘했다고 칭찬하고는
또 이거 하라고 일을 주는데... 이게 참... 쉽게 설명하자면 워드프로세서
쓸 줄이나 아는 사람한테 소프트웨어 개발하라고 하는 식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다정하게 등을 툭툭 치며 "할 수 있지?" 하고 싱긋 웃는.

그건 능력이 모자라서 어렵다고 얘길 했더니 대단히 실망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는 걸 그제서야 느꼈습니다.  이 사람이 제 정신인가...
설마...프로그래밍이 뭔지도 모르는구나... 큰일났구나... 이런데서 어떻게
일을 하냐... 일은 뭘 또 배울련가...

두번째로 놀란거는, 나한테 일 시킬 사람들이 컴퓨터 지식이 없으니까
나한테 묻는게 딱 두가지입니다.  너 이거 할 수 있냐? 얼마나 오래 걸리냐?
저 자신을 스스로 책임자라고 여기고 충실히 답변하려고 해왔으나 사람
미치겠더군요.  초등학생 밑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매니져 부사장
노릇 할거면 누가 사업을 못하나.  나라도 지금 당장 하겠다.

아는게 없으니 제가 한 일에 대해서 평가하는 방법이 딱 두가지 입니다.
제 시간에 프로젝트를 마쳐 고객들에게 넘겼는가, 고객들이 불평하지는
않는가.  좋게 말할려면야 저를 철저히 믿고 맡기는 거라고 하겠지만
실상은 골치아프니까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는 겁니다.

세번째 놀란거는, 이 매니져가 아무것도 모르니 일을 기획하는게 아니라
철저히 고객과 기술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심부름꾼 역할밖에 안되니
별로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시간이 남아돌아 놀아 조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전화질 하며 농담 따먹고 맨날 늦게 나오고
일찍 가고.  이런 일감이 들어왔는데 할 수 있냐, 언제까지 하냐 딱
둘만 묻고 무조건 나한테 떠넘겨 버리면 그만이니까 할 일이 별로 없죠.

아차 똥 밟았구나. 취직하기 전에는 아무데나 불러만 주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줄은 몰랐었습니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개선해 보려고 하고 특히 매니져 땡땡이 치는거는
제가 아랫사람임에도 한번 고쳐볼려고 싸우기도 하다가, 이건 회사를 
옮기는게 최선이라 준비를 하던중 작년 9.11 이 딱 와버렸습니다.

지금까지 1년간 200 여 군데의 회사에 resume 를 냈는데 도대체 진전이
없습니다. 제가 이 회사 처음 들어올때는 경제가 슬슬 내리막길로 들어선 
때였어도 딱 30 군데 resume 를 보냈더니 다섯군데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고 두군데에서 오라는걸 고른거고, 특히 이력서 잘 받았는데 지금 너를
쓸 자리가 없으니 미안하다는 사례 편지를 대부분 받았는데, 지금은 인터뷰
제의는 커녕 너 안쓴다 사례 편지 보내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거 보낼
비용도 아까운거죠.

요즘에 제 회사로도 이력서가 하루에 수십통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건
회사를 옮기기는 커녕 날 안 짜르고 꼬박꼬박 봉급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판입니다.  작은 회사들 망하는걸 주위에서 많이
보는데 이렇게 감원 안하는 회사에 붙어있는거 조차 운이 좋다고 해야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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