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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xLife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8년01월19일(월) 23시55분12초 ROK
제 목(Title): 동성애와 관련된 간접 경험(?)



명확히 구분하긴 힘들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논리적인 부분과 정서
적인 부분이 있다. 논리적 편견 즉 잘못된 정보는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정서적 편견은 완강한 측면이 있다. 말로 설득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 4년 전쯤인가 HBO에서 한 동성애자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
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에 사는 의사인 남자 동성애자가 AIDS에 걸린 후 
매주 한차례 local TV에 나와서 자신의 성장 이력과 삶에 대한 태도 자
신의 병세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 프로그램은 
그의 사망으로 끝났다. 


HBO가 그 TV물을 한시간 짜리 특집으로 편집해 보여주었다. 그는 중산
층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이미 같은 또래의 소녀들보다는 남자 애들
에게 관심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고쳐
보려고 Playboy지를 사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발가벗은 미녀 대신 터프
한 카우보이가 담배를 문 장면이 나오는 말보로 광고에 시선이 머무는 자
신을 발견하고 그런 노력을 포기하게 되었다.

나중에 의대를 가 의사가 되고 동성애자로 살았는데 AIDS에 걸리고 말
았다. 의사인지라 TV에서 매주 자신의 병세에 대해 설명하는데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처음에는 멀쩡하게 보이더니 점차 살이 빠
지고 실명을 해 맹도견을 데리고 다니고 무릎도 점점 나빠져 휠체어 신세
를 지게 되고 목에 병이 생겨 말도 겨우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암 실
명 결핵 하반신 불수 체중 감소로 죽기 몇 주전의 그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범신론적인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하고 동성애자로 살아오
면서 겪은 시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이렇다. 어릴 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하고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10세 경에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해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다고 함)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고민할 때 엄마가 곁에서 의학 상식에 관한 책을 
읽어 주는데 하필이면 동성애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내색을 안하
고 듣고 있는데 그 글의 말미에 나오는 대목이 "Thank God, we're 
normal" 이었다고 한다. 이 표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람은 주기 얼마 전  부모와 (장례식 사회를 맡을) 목사와 함께 자신
이 묻힐 자리를 찾아가 (눈이 멀었으므로...) 그 땅을 어루만진다. 그 때 
부모들의 표정이라니...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 때 생전의 그의 
남자 친구(연인)가 추도사를 하는데 그 사람 곁에 개가 한 마리 있는 게 
아닌가. 그 개는 주인공이 생전에 데리고 다니던 맹도견과 닮았었다.

그의 경우 AIDS로 인한 고통이 컸는지 동성애자로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그는 6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사람인 듯 했다) 고통이 더 컸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동성애에 편견과 거부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가 무척 
고통스러워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HBO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하도록 하자.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
는 수녀 생활을 하다 환속한 여자와 결혼을 해 딸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실은 이 남자는 동성애자였다. 결혼 후 시간이 한참 지
나자 아내 몰래 gay bar를 다니고 동성애 생활을 하였다. 결국 그의 이중 
생활이 아내에게 들통나 둘은 이혼하게 되었다. 여자는 배신감에 치를 떨
다 후에 다른 남자와 재혼하고 남자는 가면을 벗고 진짜(?) 동성애자가 
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이 남자 역시 AIDS에 걸리게 되었다. 여대생이 된 딸이 
캠코더를 들고 와 아버지와 생활하면서 인터뷰를 한다. 이게 편집되어 
HBO 전파를 타게되었다. 세상이 바뀌어서인지 아버지와 그의 남자 애인 
전 부인 그의 딸은 함께 모여 파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된
다.


부녀간의 사랑 전 부인의 용서 동성애자로서의 그 남자의 삶의 기복 등도 
눈에 들어오지만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생각한 것은 "동성애자가 이
성애자로 살아가는 게 또는 그렇게 강요받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 여대생의 아버지가 처음부터 동성애자로 살았으면 아니 사
회가 그걸 허용했으면 본인도 그의 아내도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동성애
자에게 이성애를 강요하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 아닐까? 속아서 동성애자와 결혼할 이성애자의 삶을 생각하면 그
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음울한 분위기의 TV 다큐물만 가지고 이야기했는데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 
Beautiful Thing이라는 제목의 영국 영화가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서민 아파트에 
이웃해 사는 두 남자 중학생이 있다. 둘은 동성애에 빠지는 데 주변의 눈과 자신이 
동성애자 임을 부인하려는 노력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자신들의 성적 
정향을 마침내 인정하고 서로 연인이 된다. 

처음에는 질시하거나 야단을 치고 괴로워하던 이웃과 가족들도 나중엔 이 
젊은 연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면 동성
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게  된다. 이 영화는 상당히 호평을 받은 작
품인데 비디오 가게에 가면 있다. 난 공부나 숙제하는 심정으로 빌렸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다.


내가 장황하게 TV나 영화 이야기를 한 이유는 내 경우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라는 논리적 이성적 판단을 내려놓고도 쉽게 지우지 못한 
정서적 거부감이 내가 위에 언급한 TV 다큐물이나 영화를 보고 상당히 
희석되었기 때문이다(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혐오감
을 갖고 있는 분들도 한번쯤은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의 감정
과 경험을 이해하려 든다면 생각의 변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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