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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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litary ] in KIDS
글 쓴 이(By): Asteau (언젠간학생맧)
날 짜 (Date): 1998년02월24일(화) 10시08분33초 ROK
제 목(Title): 은빛의 작은 친구들 - 28 (3)


자메자우의 조송사가 적 폭격기보다 더 높은 고도를 비행하면서 밑은 내려다보면, 
낮게 깔린 베를린 상공의 구름은 밝은 조명을 받아 흡사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희뿌연 빛을 내뿜고, 그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는 영국군의 폭격기의 검은 실루엣을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그것은 '밀히'원수의 포현 그대로 '흰 테이블보 위에 올라 앉은 검은 파리'처럼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런 상태에서는 야간 전투기 조종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었던 '야간 전투시력'조차 거의 필요치 않다.
밤눈을 밝게 해준다는 믿기힘든 속설에 희망을 걸고 하루에 너댓개씩의 순무를 
으적으적 씹어대야 했던 자메자우와 빌데자우의 조종사들은 예전처럼 실속없이 
밤하늘을 헤집고 다니는 대신 자신들의 수도상공에서 적의 폭격기를 마음껏 
사냥했다.
도시의 일각을 폭격의 체물로 내어주는 대신 적 폭격기를 철저히 소탕한다는 이런 
전술의 변화는 실로 병법에서 말하는 '살을 내어주는 대신 뼈를 꺾는' 것에 비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메자우와 빌데자우 부대에서는 종전같으면 그 이름조차 생소했던 '4발 
중폭격기 에이스'들이 줄줄이 패출되어 나왔다.
격추기록이 100기를 훌쩍 뛰어넘는 '베르너 슈트라히브', '볼프강 슈나우퍼', 
'헬무트 렌트'같은 쟁쟁한 영웅들은 물론, 별로 이름없는 초급 장교들조차 단 
하룻밤의 출격에서 5대 이상의 적기를 격추시켜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혹자는 이것을 두고 독일인들의 군사적 천재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달닸다.
미군은 비행시간이 200시간을 넘긴 조종사들은 후방근무로 돌림으로써 잠시 휴식을 
취할 기회를 주고 있었지만 독일군에는 이런 순환근무제도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지 않는 한 출격임무를 계속해야 했고, 
그로 인해 독일 조종사들의 평균 교전시간은 연합군 조종사들에 비해 몇갑절이나 
더 많았던 것이다.
이런 풍부한 전투경험은 곧바로 그 조종사의 뛰어난 전기(戰技)를 보장해 주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사람이 결코 기계가 될 수 없다는 결정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강철같은 체력을 가진 인간도 이런 혹사가 계속되면 피로가 누적되게 
마련이고, 0.1초의 타이밍을 다투는 공중전에서 마침내 그의 무운이 다하는 날이 
닥쳐 오고야 마는 것이다.
밀히 공군참모총장이나 전ㅌ 항공단 사령관 '아돌프 갈란트' 소장같은 선가자들은 
진작부터 독일공군이 안고 있는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예측하고 있었지만, 최소한 
1943년의 연말까지는 아직도 이런 위협이 표면으로 떠오르지는 않은 상태였다.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대장은 "베를린을 함부르크처럼 만들어 
버린다'는 야심을 포기하지 않았고, 게다가 굳이 육군이 유럽대륙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공중폭격만으로 독일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레겐스부르크와 시바인푸르트의 악몽에서 채 헤어나지 못한 미군이 베를린 폭격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영국공군안 1943년 
연말까지 하루 평균 500대 이상의 폭격기를 베를린 상공에다 출격시켰고, 독일군은 
또 그들대로 매일밤 총 출격기의 10%이상에 해당하는 50~70기를 격추시켜 나갔다.
그에 반해 독일 전투기의 손실은 10여대 안팎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수치상으로만 
살펴본 이 '1차 베를린 공습시대'의 승패는 독일쪽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런 양상은 1944년의 새해에 들어와서도 계속 되었고, 베를린의 하늘은 두 
'멧돼지'들에 의해 그야말로 철통처럼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1944년 3월에 이르러 마침내 영국공군이 베를린을 
초토화시킨다는 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은 이런 요격 전투기들이 아니라 그동안 
가장 효율이 낮을 무기로 취급받고 있던 대공포였다.
독일군 대공포 사령부의 계산에 의해면, 1대의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3343발의 고사포탄이 소비되는데다 그 비용은 약 27만 마르크에 달했고, 이 금액은 
전투기 3대를 생산하고도 남는 거금이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이 88mm포를 몽땅 철거하여 대전차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전선으로 보내버리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던데다, 이것은 조작하고 
있는 포수들의 실태는 더욱 가관이었다. 남자들이 모두 전선으로 나가버린 바람에 
노인들과 여성, 어린 10대 소년들, 그리고 심지어는 소련군 포로들까지 이 포대의 
조작에 동원되고 있었으므로 어떤 포다장은 장난삼아 자신의 부하들을 가리켜 
"신사, 숙녀, 착한 어린이, 그리고 전우 동무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공포가 폭격기를 요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수십문의 포교 폭격기의 
진행방향 앞쪽에다 집중사격을 가하며 널찍한 사각형의 화망(Kill Zone)을 
형성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포탄이 비행기를 쫓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 '덫' 
속으로 비행기가 들어와 주기를 기다린다는 것인데, 이때쯤에는 영국군 조종사들도 
이런 화망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데는 이미 귀신이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1944년 3월 24일 밤, 베를린을 향해 출격했던 영국군 폭격대는 지독히도 
운이 나빴다.
이미 지난 몇달동안 독일 본토를 16회나 왕복했던 이 베테랑 승무원들이 흡사 
무엇에 홀린 것처럼 대공포의 화망속으로 똑바로 날아 들어가 버린 것이다.
결과는 끔찍했다. 총 74대의 비행대 중에서 54대가 격추되어 버린 것이다.
이 어이없는 대피해를 끝으로 해리스의 야심작 - 베를린 공습은 사실상 끝이 났다.
하지만 해리스슨 마지막으로 페를린이 아닌 엉뚱한 도시에다 그 화풀이를 시도했다.

밤하늘을 울리는 재즈음악
독일 내륙 남동부에 위치한 '뉘른페르크'는 전략적으로 볼때 도저히 폭격을 
얻어맞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영국공군이 독일군 부대의 주둔지도 아니고, 변변한 군수공장도 없는 이 도시를 
노린 것은 순전히 그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었다.
1923년에 처음으로 나치당의 제1회 전당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된 이후로 
뉘른베르크는 해마다 9월이 되면 수십만명의 인파가 운집하여 나치와 히틀러를 
찬양하는 '제전'을 벌여왔고, 급기야는 모든 나치당원들의 정신적인 성지(聖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매년 14만명의 인파가 운집하던 바로 그 나치의 전당 대회장 - 뉘른베르크 중앙 
경기장 - 을 초토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해리스 장군의 구상은 다분히 로맨틱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 한편 나치의 두목들과 독일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이 
끝나가고 있음을 경고해 주는데 있어서 그 이상으로 의미깊은 목표물도 달리 
없었다.
3월 30일 밤 795대의 폭격기가 뉘른베르크를 향해 출발했지만, 이날의 출격은 
확실히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나도 맑고 청명했던 것이다.
독일군의 레이더가 먼저 발견한 것은 영국군이 '디코이' (사냥에서 물오리를 불러 
모으는 미끼:후림새)로 북해 상공에 띄워 보낸 50대의 구식 핼리팩스 편대였다.
이들은 열심히 금속조각 '윈도우'를 살포하여 독일군의 레이더를 교란하고 
있었지만, 이 무렵에는 독일측의 관제 전문가들도 이미 닳을대로 닳은 노련미를 
갖추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도버해협을 건너 벨기에로 향하고 있는 또 하나의 편대가 
나타났고, 그들은 이것이 진짜 공격대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 차렸다.
경보를 받은 자메자우 부대가 즉시 발진하여 아헨 동쪽 80km 상공에 집결했다. 
그들이 텅빈 밤하늘을 날아 다니고 있는 사이에 엉뚱한 도시 하나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절반의 학률이 걸린 도박이었다. 그리고 영국 폭격기들은 이날밤 
자메자우 요격기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는 아헨 상공에서 30km 정도 남쪽으로 살짝 
비켜나 있었기 때문에, 왠만하면 그들의 '뉘른베르크 밤 나들이'는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날 밤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끝내 독일군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최고풍속이 144km나 되는 강한 남풍이 갑자기 불어와 폭격기의 편대를 
자메자우가 우글대고 있는 북쪽으로 떠밀어 놓았던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자메자우의 전투기들은 이날 밤 처음으로 실전에 데뷔하는 비장의 
신무기 두가지를 장비하고 있었다.
Bf-110 전투기의 기수에 달려 있는 '리히텐슈타인 SN-2'가 그 첫번째로 마치 
거미발처럼 생긴 이 소형 레이더는 6.5km 이내의 모든 비행물체를 포착해낼 뿐 
아니라, 실제 기체와 레이더 교란용 윈도우의 존재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에 떠밀려 항로를 아탈한 폭격기들은 단번에 이 레이더에 걸려 들었고, 
자메자우는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폭격기의 대열을 덮쳤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면서 그 두번째 무기무시한 실상이 드러났다.
Bf-110의 조종석 후방에서 위쪽을 향하여 비스듬히 설치된 20mm기관포가 바로 
그것으로, 직역하면 '일그러진 음악'이라는 뜻의 '슐레게 무지크'라는 펼명을 가진 
이 기관총은 "영국 폭격기는 밤에만 온다"는 전술의 정형화가 낳은 산물이다.
랭카스터를 비롯한 영국제 폭격기들은 B17이나 B24 같은 미군 폭격기와는 달리 
동체 하복부에는 방어용 기관총좌가 달려있지 않았고, 독일군 야간 전투기는 바로 
이점을 주목했다.
즉, 캄캄한 암흑속의 종중전에서 아군기를 쏘아버리는 사고는 흔히 발행했으므로 
독일 조종사들은 "반드시 적지에 접근해서 육안으로 기종을 확인한 후에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고, 이 지시를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루트가 
바로 기체를 급상승시켜 폭격기의 하복부에 들러 붙는 것이란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말해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공격진로이기도 하지만, Bf-110의 기관총은 
기수 정면에 달려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적기임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사격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만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슐레게무지크의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방어 기관총의 완전한 사각지대인 아래쪽에서 폭격기와 함께 나란히 비행하면서 
그대로 위를 향해 기관포를 발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날 밤의 전투에서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상상밖의 대전과를 올리게 된다.
대부분의 랭카스터 폭격기 승무원들은 자신이 도대체 어디서 날아온 총탄에 
당했는지를 깨닫기도 전에 밝은 화염 덩어리로 변한 기체와 함께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폭격기를은 무자비하게 난타 당하며 가까스로 목표물 상공에 이르렀지만, 
이난밤에는 모든 조건이 사사건건 꼬여 가기만 했다 - 그 밝은 밤에 유독 
뉘른베르크 상공에만 두터운 먹구름층이 뒤덮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허둥지둥 폭격을 개시했지만 투하된 폭탄 대부분은 뉘른베르크 외각의 
들판에다 큼직한 구덩이를 만들어 놓았고, 독일 전투기들은 귀환길에 오른 
폭격그를 상대로 성대한 '사냥잔치'를 계속했다.

"어린아이 팔 비틀기만큼이나 쉬웠다. 맑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게 검은 
실루엣을 드러낸 폭격기의 후방 아랫쪽에서 상승하면 적기의 승무원들은 대부분 
이쪽의 존재를 눈치도 채지 못했다. 적기의 하복부를 스치듯 지나치며 불과 2~3초 
동안 슐레페 무지크를 발사하면 적기는 어김없이 불덩어리가 되었다.
우리가 조심할 것은 단지 폭발하는 적기의 파편에 얻어맞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뿐이었다."

이날밤 단 56발의 총탄으로 4대의 랭카스터를 격추시킨 '헬무트 슐테'중위의 
증언이다.
이날밤 출격했던 영국 폭격기 총795대 중에서 96대가 격추되었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 그리고 단 10대의 전투기를 잃는데 그친 독일군에게는 
환희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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