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litary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3년 10월 26일 일요일 오전 02시 32분 00초 제 목(Title): Re: 각개전투? 첨언하자면 고대 그리스에서 '어깨에 어깨를 맞댄' 밀집대형은 일반적이었습니다.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시민병들이 전장에서 버티려면 그정도가 되지 않으면 안되었죠. 오히려 훈련도가 높은 로마 병사들은 그리스인들과 싸울 때 유연하고 간격이 넓은 대형을 취합니다. 그리고 그리스인들의 창 밑으로 파고들어서 글라디우스로 찌르는 전술을 사용합니다. 병사 개개인의 기량을 신뢰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로마가 그리스에 비해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가지게 된 것은 물론 한니발 전쟁 다음입니다. 그 이전에는 피로스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로마인들이 그리스인들보다 나을 게 없었죠. 한니발은 로마를 멸망시키려 했지만 결과적으론 로마가 패권을 쥘 수 있도록 단련시켜 버렸습니다. ^^;;; 한니발 전쟁 이후엔 보병/기병의 조합, 보조병의 활용, 병참, 등 모든 면에서 그리스 군대가 로마엔 상대가 안됩니다. 그리고 팔랑크스는 기존의 '어깨를 맞댄' 밀집대형 정도가 아니라 '어깨를 맞대고 그걸 겹친 다음 또 겹친' 대형입니다. ^^;;; 3열 대형을 기본으로 1열 뒤에 2열은 창을 앞열 사이로 내밀고 3열은 어깨 위로 얹어서 내밉니다. 그런데 앞열은 비교적 창이 짧고 뒷열로 갈 수록 창이 길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창날은 모두 비슷한 위치에 오게 됩니다. 기존의 그리스 호플라이트에서 뒷열은 그저 창을 세우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을 개선한 것이죠. 창병 밀집대형의 극단적인 정점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팔랑크스의 장점은 찌르는 창의 밀도를 높임으로서 적으로 하여금 접근하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반면에 지나치게 밀집된 대형은 유연성을 잃고 방향전환조차 어려운 약점을 노출시킵니다. 밀집대형의 방향전환이 어렵다는 것은 다른 그리스 군대도 마찬가지였지만 팔랑크스는 좀 극단적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점을 알았기 때문에 알렉산더는 그것을 기병으로 보충합니다. 기병의 수준과 활용도에서 처지고 (로마가 활용한 누미디아 기병은 지중해 세계 최고의 기병이었죠.), 보병 개개인의 기량이 부족한 그리스 군대가 밀집과 분산 대형을 자유자재로, 그것도 전투중에도 변환할 수 있었던 로마 군대에 패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