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By): paranbi (어린왕자) 날 짜 (Date): 1994년04월17일(일) 12시53분51초 KST 제 목(Title): 눈 내리던 날 밤 눈 내리는 밤이면 언제나 그녀가 나의 눈앞을 스쳐지나 멀리 쏟아지는 눈송이 사이에 서있다. 다가서면 나의 체온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다시금 물러나며, 희미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는 쓰라린 가슴을 향하여 비수를 던져 놓고 소리없이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찢어진 심장 틈사이로 붉고 맑은 핏줄기가 마치 밤하늘에 수놓은 불꽃처럼 뿜어나와 콘크리트 바닥에 깔린 하이얀 눈송이들 위로 염색된다. 그 붉은 핏물을 밟으며 나의 공간으로 쉼없이 흐르는 시간들을 따라 걷는다. 그녀는 흐릿한 잔상으로 물들어져 가고 나는 다시금 견디다 못해 고통스러운 심장을 움켜잡는다. 다시 걷는다. 그녀와 함께 과거의 몹시도 몸을 움추러들게 하던날 밤 벤취에서의 자그마한 입맞춤을 하는 순간은 파란 햇살과 파도가 춤추는 바닷가 한적한 모래사장을 연상케 했다. 그 입맞춤은 욕정이 아닌 가슴 가득 꿈틀거리고 있는 따스함이었다. 체온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서로에 대한 느낌을 교환하는 일종의 확인이었다. 단지 느낌... 감정...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집앞까지 도착하던 중간에는 공원이 하나 있었다. 귀가 시간 이전에 그곳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 그리고 작별의 입맞춤, 그리고 못내 아쉬워 하며 집 입구에서의 또 다시 따스함과 함께 뜨거운 하나가 되는 연습한다. 난 코발트 블루를 무척이나 좋아 한다. 보라색을 좋아 하면 단명한다고 했던가? 보라 계통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언제인가 그녀를 만나는 날이었다. 그녀는 실크 블라우스와, 스카프, 마스카라, 아이새도우까지 온통 내가 좋아 하는 색으로 채색 되어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나를 위해서라고 입술을 움직였다. 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향기로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난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모든 마음을 꺼내어 그녀에게로 주었다.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172cm의 키에 잘 조화된 색조화장과 그리고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눈동자를 혼란 스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화장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내면의 세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자 만이 겉모습을 위장하는 행위라고 규정 지었었다. 그러나 그날 그녀의 모습은 또 하나의 그녀였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게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 그녀.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