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Nfrei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x-god) 날 짜 (Date): 1994년03월20일(일) 00시47분36초 KST 제 목(Title): 지란지교를 꿈꾸며.....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 도 흉보지 않을 다정한 사람이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사람. 밤 늦도 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 받 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 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고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은 있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 간이 지나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 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 지 지속 되길 바란다. 우정이라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내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 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원치않고 내 친구 또한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 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하여 그 저 제자리에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이뻐보이기를 바라겠 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론 나는 얼음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도 더 좋아질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꽂처럼 나약할 수있고 아첨같 은 양보는 싫어 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요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으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도 우정과도 같아서 요 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하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낀 아침 창 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모를 현기증을 느끼다 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 을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때는 여왕처럼 품 위있게, 군밤은 아기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아니하며, 천년을 늙어도 항 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 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 사람을 사랑한다하여 많은 사 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내가 길을 가다 한묶음의 꽂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아니하며, 건널목이 아닌데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도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그의 잇사이에 고추가루가 붙었다해 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빌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 두워 질수록 서로를 밤혀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 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 의 지란이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