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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elantra (~~ELANTRA~熹)
날 짜 (Date): 1994년12월03일(토) 22시13분08초 KST
제 목(Title): 연애 징크스..4..



 어휴---
 애당초 내가 왜 이런 후회스러운 짓을 저질렀지?
 답답증을 몹시 느낀 나는 쥐고 있던 볼펜만 그저 우
악스럽게 깨물고 있었다.
 이때 별안간 강의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덩치 좋고 
사람 좋은 P형이 불쑥 들어왔다.
 고향이 마산이라는 P형은  지금 나하고 같은 학원에
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재수생 처지지만, 일찍이 
군대도 갔다 온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고, 별로 말이 
없는 나와 어떻게 알게  되어 가끔씩 격려도 서로 해
주고 대화도 나눠주곤 하는 고마운 존재였다.
 P형은 지금  웬일인지 조금 취한  상태로 두  눈알을 
벌겋게 해가지고 있었는데, 게다가 그의 왼쪽 손에는 
소주 한 병과 알맞게 잘 구워진 오징어 한 마리가 들
려져 있었다.
 예기치 않게 나와 마주친 P형은 몹시 반가운 표정으
로 내게 다가와 책상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항상 해
대던 그 넋두리를 또다시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입시생의  비극(悲劇)이란, 애인은  붙고 자기는  떨
어지는 거라더니만.

 바로 지금 내가 그 꼴이 아니겠는가?
 내 애인 되는 여자는 벌써 대학 졸업반.
 그런데 나는  아직 대학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 
죄수생(罪囚生?) 신세!
 이런 썩을, 이런 망할  놈의 경우가 이 세상 천지에 
어디 또 있단 말인가!
 어떻게 내가 소시  적에 조금 불어봤던 나팔이나 좀 
연습해서 음대(音大)에  갈까 해도, 빌어먹을 이놈의 
입술은 두툼해 가지고 낮은 음을 낼 수가 있어야지!

 언제나 똑같이 되풀이되는 P형의 넋두리이건만 어쩐
지 오늘따라 내 가슴속 깊은 곳에까지 와 닿는다.
 그래서 나는 예전엔 늘 사양해 대던 소주잔도 P형이 
따라주는 대로 서슴지 않고 벌컥벌컥 받아 마셨다.
 별안간 내 코끝이  찡하고 눈알이 확 달아오르는 게 
바로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아기 코기리만한 P형이 어
미 하마만큼이나 커져 보인다.

 그래 맞아, 맞아!
 지금쯤 내 동창  녀석들은 축제다 미팅이다 뭐다 해
가면서 무슨 놈의 캠퍼슨지 개뿔인지 하는 낭만 따위
를 찾아다니고 있는 판에 난 지금 이게 뭐야?
 항상 예방주사 맞을 순서를 기다리는 놈처럼 바들바
들 떨어대야만 하다니.
 어휴---
 그때 내가 헛다리 짚었지.
 공연히 눈은 높아가지고  그럴 듯한 대학 좀 들어가
려다가 지금 이런 생난리를 치르고 있잖아.
 제아무리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도대체 
황금 같은 내  청춘 1년간을 앞으로 어떻게 보상받는
다지?
 어휴! 어휴!
 하늘을 원망하랴.
 나 자신을 원망하랴  .
 만만한 게 나니까 결국 나나 원망해야지.
 P형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도 내 기분은 한참 동안이
나 심히 울적해졌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재수생인 나를 
죄다 깔보고 비웃는 것만 같아 보인다.
 에이....아무래도 오늘은 공부하기 다 틀렸고.
 기왕에 벌여놓은 이 엽서나 채워넣고 집에 돌아가야
지. 나 때문에 애매한 여자 하나 1년간 또 망치게 할 
수는 없잖은가?


 정신을 조금 가다듬어가지고 볼펜을 집어든 나는 책
상 위에  놓여진 하얀 엽서로부터  청바지 양의  예쁜 
모습이 봄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환
상을 순간 느끼게 되었다.
 가만있자   .
 이제 보니까, 꽤 이쁜데?   
 참으로 귀여운 아가씨로구나!
 나는 그때 쌩하고  강의실 문 밖으로 뛰쳐나가던 예
쁜 청바지 양의 뒷모습을 가만히 그려보았다.
 음   어쨌든 좋다!
 이번 이런 기회를 계기로 해서 한번 사귀어보자!
 나는 조금  취한 상태로  정신없이 볼펜을  휘둘러서 
엽서의 하얀 공간을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청바지 양!
 우선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군요.
 저는 나쁜 사내올시다.
 청바지 양같이 예쁘고 착한 처녀의 자존심을 그렇게 
구둣발로 생두부 짓이기듯 밟아놓다니요.
 어쨌거나 저는 지금  깊이 뉘우치고 또 뉘우치고 있
사오니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제발 학원에 다시 나오셔
서 공부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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