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oveNfrie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elantra (~~ELANTRA~熹) 날 짜 (Date): 1994년12월03일(토) 22시11분26초 KST 제 목(Title): 연애 징크스..2.. 나, 이거참! 도대체 이거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남은 대학시험에 낙방을 해서 재수하고 있는 것만 해도 억울할 판인데, 거기에다가 얼굴 생김새까지 곁 들여 수모를 당해야 되다니. 정말, 난 왜 이리 생겨먹었지? 그 흔한 여드름 따위도 내 얼굴 피부엔 적성이 안 맞는지 아예 돋아날 생각조차 않으니. 어쨌거나 참자, 참아! 화를 내봤자 토마토 껍질 같은 내 얼굴 가죽이 귤껍 질처럼 되어지는 것도 아닐 테고. 내년 봄까지는, 아니 내년 대학입시가 완전히 끝나 버릴 때까지는. (물론 또 떨어지면 말짱 헛일이겠지만.) 이렇게 이를 악물고 조용히 입시공부만 해대길 어느 덧 10월하고도 중순경. 이때는 모두들 막바지 예비고사 시험준비에 한참 정 신이 없던 때였다. 그날도 난 학원의 빈 강의실 맨 구석진 자리에 틀어 박혀 앉아 열심히 예상문제집을 풀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지 모를 핑크빛 연극 초대권 2장이 내 눈앞 에 불쑥 디밀어졌다. 깜짝 놀란 나는 얼른 고개를 쳐들고 바라다보니 그 것은 놀랍게도 미스 청바지! (그녀는 언제나 색이 바랜 청바지만을 입고 다니는 까닭에 우리 남학생들 사이에선 Miss Blue-Jean으로 통했다.) 그녀는 그저 그 연극 티켓만 들이밀어놓은 채 생글 생글 웃고만 있었다. 나는 청바지 양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순간적으로 모욕 비슷한 것을 불끈 느꼈다. 아니, 제아무리 요즈음이 여성 상위시대요,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프로포즈를 취해야만 된다고들 하지 만, 나는 뭐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사낸가? 최소한 사나이의 위신과 체면이 있지. 그래서 나는 재빨리 그녀가 던져준 그 연극 티켓 뒷 면에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정신 차립시다. 우린 지금 재수생이잖아요? 이 글을 보자마자 생글생글 미소짓던 청바지 양의 안색이 대번에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거의 울먹이듯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누, 누가, 댁하고 같이 가겠대요? 잘, 잘못 보셨 다구요? 초, 초대권이 남길래 그냥 주려던 것뿐인 데." 청바지 양은 몹시 분하고 자존심이 상해 버렸던지 방금 내게 건넸던 티켓 2장을 홱 나꿔채가지고 그냥 뛰쳐나가 버렸다. 허허 내가 조금 심했나? 나는 긴 머리를 나풀대며 뛰어나가 버리던 청바지 양의 뒷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쓰디쓴 입맛을 쩝 쩝 다셨다. 기왕에 거절하는 거 좀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내가 이런 경우를 어디 한두 번 당했어야지. 대학 다니는 우리 누나 친구들로부터는 내가 A대학 학생이라고 속이고 자기 대학 쌍쌍파티에 함께 참가 해 보자는 엉뚱한 제의도 가끔씩 받았고, 우리 아파 트에 사는 모 여류 사진작가라는 독신녀로부터는 자 기 작품 모델 좀 되어줄 수 없겠느냐는, 실로 어처구 니없는 청까지도 서슴없이 받곤 하던 나였기 때문이 었다. 좌우간 어쨌거나 이번 일만큼은 내가 크게 실수를 한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