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Nfreindship ] in KIDS 글 쓴 이(By): chaos (수리샛별) 날 짜 (Date): 1994년02월22일(화) 04시07분20초 KST 제 목(Title): 어둠속에 벨이 안 울릴 때. 제 목 : 어둠속에 벨이 안울릴때 전화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때는 전화를 해야 되는데 하지 않아서 어떤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해서 싸움이 생긴다. 전자의 경우, 즉 전화를 해야하는데 하지 않아서 생기는 싸움은 대개가 남편의 음주와 관련이 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할 시간인데 오지도 않고 어디에 있는지 전화 한통 없으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는 속이 끓는다. TV에서 종합 뉴스 를 시작할 시간까지만 해도 '어디 들어오면 보자' 하고 벼르던 마음이 뉴스가 끝나가는 시간쯤부터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불 안감으로 변했다가 심야 뉴스가 지나고 애국가까지 울려 퍼지고 난 다 음부터는 '어디 사고가 난 것이 틀림 없어'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바뀌고 만다. 그때쯤 해서 거나하게 취한 남편이 문을 두드리거나 취한 목소리 고 전화를 걸어오면 여지없이 또 한바탕 격전을 치를 수 밖에 없는 것 이다. 전화가 없어서 생기는 싸움이 그런 것이라면 전화를 해서 일어나 는 싸움은 또 어떤 것인가? 직장에서 마침 잠시 짬이 난 남편이 집에 전화를 한 번 해봤는데 오는 외출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 아내가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가 그런 경우이다. 잠시 후 다시 전화를 했을 때 금방 통화가 되면 별 문제겠으나 그 때도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 싸움이 이어날 가능성은 꽤나 높아진 다. 남편은 일단 그 때부터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집에 강도가 들었나, 바람나서 춤추러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 는 등의 온갖 방정맞은 생각과 의처증적인 의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 아 그 다음부터는 초조한 마음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계속 집으로 다 이얼만 돌려댈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한참후 속이 다 타서 숯검정이 된 다음에야 가까스로 통화가 되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야 무엇이든지 간에 '어 디를 그렇게 쏘다니냐'는 욕부터 해댈 수 밖에 없다. 전화가 부부사이에 끼어 일으키는 갈등은 그런 것 만이 아니다. 어떤 때는 전화선을 타고 집안으로 침입한 미지의 인물 때문에 엉뚱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밤늦은 시간에 전화가 걸려와 남편이 받으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은 침묵을 지키다가 끊고 또와서 받으면 끊고 또 받으면 끊는 다. 서너번 그런일이 반복되면 갑자기 어느 순간 부터 부부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다자 둘 중 한사람이 용기를 내어 자신은 결백한데 상대가 의심스럽다는 발언을 하게되면 그때부터 화끈하게 한판 붙고 사태가 끝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피차 개운치 못한 상태에서 서로 의혹의 눈초리만 번뜩이게 된다. 이처럼 전화는 많은 경우 부부들에게 이기(利器)가 아니라 해기 (害器 )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전화의 피해로 친다면 결 혼한 부부들이 어찌 연애 중인 청춘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교제 중인 청춘들이 전화를 잘못 사용할 경우 그들의 관계가 위 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두 사람 모두 사람 꼴이 우스워지기가 쉽고 생활에 안정도 잃어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남녀 교 제라고 하는 것이 원래 그러기가 쉬운 것이기는 하나 전화는 그 가능 성을 한층 더 높히는 역할을 한다. 그까짓 기계 때문에 그럴리가 있겠는가 하는 사람을 위해 그 피 해를 하나씩 열거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 연애를 시작하여 서로 전화를 자주 하다 보면 집안 식구들 로부터 실없는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지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전화를 너무 자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한 번 사용했다 하 면 한없이 수화기를 들고 있어 결과적으로 집안 전화를 혼자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식구 중에서 그 꼴을 예쁘다고 할 사람은 없다. 어떨 때는 퇴근 하시는 아버지마저 들어오시자 마자 화를 내시기도 한다. '누가 그렇 게 오래 통화했어.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중이니 이거 어디 사람이 짜증나서 견딜 수가 있나'. 둘째, 경우에 따라서는 식구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미움을 받을 수 있다. 집에서 하도 전화를 해서 밖에 나와서 공중 전 화를 하면 그런일이 생긴다. 애초부터 꼭 할말이 있어서 전화를 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작도 없었듯이 끝도 없다. 그러다 보면 어떨 때는 슬슬 뒷꼭지가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얼 굴로 보아 짜증난 것이 분명한 뒨사람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 면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또 다른 공중 전화기를 찾아간다. '아이고 이 불쌍한 화상아! 누가 전화 그렇게 열심히 하라고 돈 주고 시켰냐? 그런 열성으로 공부했으면 전국 수석이라도 했겠다. 돈 버려, 시간 버려, 춥고 다리 아파, 다른 사람들한테 욕먹어, 무슨 남 는 장사라고 할 말도 없는 전화를 그리 열성으로 하고 있냐? 다른 공중 전화기를 찾아 먼길을 걸여가거나 혹은 짜증냈던 뒷사 람이 전화 끊기를 기다리며 그 근처를 빙빙 돌다 보면 혼자 그런 생각 이 든다. 그러면서도 그 다음날 또 그러고 있으니 전화는 사람을 얼마 나 비참하게 만드는가? 셋째, 집안 식구와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먹는 것도 모자라 친구 들에게도 조롱을 받는다. 그 놈의 전화 때문에 연애를 시작해서 처음에는 그저 내가 좋아 서 하루 한 두번씩 하기 시작했던 전화가 시간이 갈 수록 차츰 차츰 횟수가 늘어나다가 언제부턴가 결국 하루에 몇번 이상 안하면 안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 보면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노는 자리에서도 전화 생각 이 나면 그 때부터 마음이 불안해진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걸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벌써 목소리 부터 다르다. 당황해서 변명을 하다보면 통화는 턱없이 길어지고 눈치 빠른 친 구들은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해댄다. ' 야, 너 벌써 꽉 잡혔구나' '그 새를 못참아서 또 전화하고 왔냐?' '임자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 넷째, 친구와 노느라고 전화하는 것을 잊었던 사람은 그렇다 치 고 안오는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은 또 어떤가? 매일 비슷한 시각에 연락하던 사람이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연 락이 없다. 무슨일이 있다는 이야기도 못들었는데. 10시는 벌써 지나 고 12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하도 많이 해서 너무 죄송하고. '그만 자 버리자' 몇 번씩 마음 먹어 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거실에서 무슨 소 리만 들려도 전화 소리가 아닌가 자꾸 놀라게 된다. 그 때의 심정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되고 불안하고 '왜 전화를 안할까?' 밉고 원망스럽 고. 속수무책으로 한없이 속을 태울 밖에. 다섯째, 그런 일이 있고 보면 전화가 왔을 때 또 싸움을 하지 않 을 수 없는데 그 때도 그 놈의 전화가 중간에서 악역을 한다. 화가 난 삶은 수화기를 들고 목청을 높히는데 상대방은 도대체 어떤 표정인지가 알 수 없어 화가 풀리기는 커녕 약만 더 오르기 쉽 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모욕적인 한마디를 던짐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전화기를 끊어버리고 나면 혼자 수화기를 들고 남게 된 사람은 분하고 답답해서 속이 터져 버릴 지경이 되는 것이다.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하지만 상대방은 수화기를 내려놓 았는지 통화 중 신호만 울리고 그렇게 되면 만사 팽개치고 달려가는 수 밖에 없게 된다. 한 바탕의 결전을 다짐하면서. 여섯째, 전화는 전쟁을 하는데도 불편한 도구이지만 평화시에도 결코 유용한 도구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공연히 서로 오 해하게 되고 섭섭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화를 하는 사람은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열정적인 기분으로 전화를 했는데 받는 사람은 거실 한가 운데서 식구들의 눈치보며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경우라든가, 또는 한 사람은 외롭고 우울해서 상대방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은 코미디 프로를 보며 요절 복통하다가 전 화를 받았을 때는 아무래도 '사람은 역시 혼자 일 수 밖에 없구나' 하 는 생각이 들고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일곱째, 연애하는 청춘들이 서로 전화를 너무 자주 하다 보면 만 나는 것도 너무 자주 만나게 돼 그것도 문제가 된다. 보고 싶고 필요할 때 만나는것은 연애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 이겠지만 쓸데없이 너무 자주 만나는 것은 피차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 질 않는다. 오히려 만나는데 너무 시간을 빼앗겨 자기가 꼭 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기가 쉽고 그래서 생활마저 혼란스러워지기 쉽다. 그러다 보면 마음까지 급해져서 마치 음주 운전자가 속도 감각을 잃고 과속을 하듯 교제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서 속도 위반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 다. 여덟째, 전화가 오면 오는대로 너무 자주 만나게 되서도 문제 지 만 전화가 안오면 안 오는 대로 또 초조하게 기다리게 되는 것이 문제 이다. 어떤 때는 불필요하게 초조해 하는 자신에게 짜증도 나기도 하지 만 그렇다고 전화통 곁을 떠나지는 못한다. 그럴때 전화가 오면 낭패 니까 말이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들 대부분은 연애하는 청춘이 전화를 너무 자 주 오래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도대체 청춘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먼저 그들의 통화시간이 그렇게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 자. 그것은 그들이 서로 사랑해서 주고 받을 마음과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해도 속이 후련해지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먼저 수화기를 내려 놓을 용기가 없 어서이다. 통화를 마칠 때 상대방이 먼저 끊으면 괘씸한 마음이 들었던 경 험으로 보아 내가 먼저 끊어도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들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화라는 통신 매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 자체에 더 큰 원인이 있기 때문이 다. 전화는 다이얼을 돌리는 즉시 그리운 사람과 만나게 해준다. 그러 나 그것은 다만 청각적인 만남일 뿐 총체적인 만남은 아니다. 전화의 그런 '즉시성'과 '제한성' 바로 거기에 모든 원인이 있는 것이다. 열에 들떠 연애 중인 사람은 전화의 즉시성 때문에 그 기계를 이용하지만 전화를 걸어 보아야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손을 잡을 수는 더더욱 없어 애만 더 타게 된 다. 식구들의 비난을 감수해 가면서 한두 시간씩 수화기를 들고 있어 보아야 속이 후련해지기는 커녕 감질만 더 나는 것은 전화의 그런 속 성 때문이다. 전화의 그런 속성, 그러니까 전화를 하는 두 사람이 따로 있는 듯하면서 같이 있는 듯 하면서 따로 있을 수 밖에 없게 하는 특성은 '좀더 완전히 같이 있고 싶어하는' 청춘 들을 더 안타깝게 만들어 갈 수록 더 자주 전화를 하게 하고 통화시간도 더 길어지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갈증이 난다고 짠 바닷물을 마시고 그래서 더 갈증이 심해져서 또 바닷물을 마시게 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갈수록 또 바닷물을 마시게 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갈수 록 더 자주, 더 오랫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어야 하는 악순환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직접 마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맞잡고 걷는 수 밖에 없으므로 전화를 자주 거는 사람은 그만큼 자주 만나게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화의 이런 특성은 '중독성' 이라는 말이외의 다른 용어로 설명 하기가 힘이 든다.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 만족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더 많이 써야 하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더 강력한 것으로 마꾸어 사용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중독의 발전 과정과 꼭 같은 것이다. 전화가 유발시키는 중독증은 '사람 중독증'이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물론 모든 인간 관계라는 것이 그것이 성장 하는데는 그 나름대로의 속도가 있고 또 그에 따라 얼마만큼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데 전화의 중독적 속성은 그런 여유를 주지 않 는다. 상대방이 생각날 때마다 조금도 기다릴 필요없이 즉시 그를 불러 낼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기다릴 필요없이 즉시 그를 불러낼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또 다시 만나게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제 속도를 지 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연애 중에 전화를 너무 자주 하는 청춘들은 혼자 조용히 지난 만 남을 음미하고 반성함으로써 좀더 나은 다음 만남을 준비힐 짬을 가질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하니 전화는 연애하는 청춘들이 애용할 물건이 못된 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화는 차라리 부수어 버리는 것이 나을 것인 가? 그럴리야 있겠는가? 중국집에 짜장면을 주문하거나 슈퍼마켓에 빨래 비누와 화장지를 배달시켜야 할 때 그리고 연극표를 예매하거나 식당 자리를 예약할 때 전화가 없다면 그 불편함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전화는 원래가 그렇 게 사업(?) 목적으로나 쓰는 물건이지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할 물건이 아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특히 전화거는 것이 규칙적이고 의무적인 일 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루 몇 번 이상, 그리고 어떤 시간에 는 꼭 하는 것으로 서로 인식하게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연애 초기 부터 철저하게 조심을 해야 한다. 연애 시작 하자 마자 이제 나에게도 전화할 사람과 전화를 걸어 줄 사람이 생겼 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해서 시도 때도 없이 남보란 듯이 전화를 걸어 대고 또 상대방에게도 좀 더 자주 전화를 걸어 달라고 투정을 해대서 는 전화의 마수를 피할 길이 없다. 생각 같아서는 전화 때문에 서로 불편해지면 그 때 가서 전화 거 는 회수를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그건 혼자 생각이다.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 내일부터는 전화거는 것을 자제해 보자고 약속까지 하지만 그 약 속이 지켜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막상 그렇게 하려 하면 오히려 허 전하고 전화하지 않는 상대방을 원망하다가 결국 먼저 다이얼을 돌리 게 된다. 그럴 때는 자존심마저 상해서 전화 문제로 '자존심 대결'이라는 좀더 심각한 문제로 변질되고 관계는 쓸데 없이 악화되어 버린다. 그 러니 연애 초기부터 전화를 하고 싶을 때마다 하기 보다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마음 모질게 먹고 꾹 참아 버릇해야 한다. 처음에 습관을 들이면 중에는 고칠 수가 없다. 당신은 코 앞에 전화가 있다 하더라도 '용건만 간단히' 하도록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