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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w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정 상 희) <163.152.90.70> 
날 짜 (Date): 2000년 11월 30일 목요일 오후 06시 01분 17초
제 목(Title): 앵무새 죽이기(안경환 에세이)




제목 :하퍼 넬리『앵무새 죽이기』  
 안경환(서울대 법대교수) 
                                
 "젬 오빠가 팔을  심하게 다친  것은 열네  살 때였다."  하퍼 넬  리(Harper 
Nelle  Lee,  1926-)의 체험적 소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1960)는  이렇게 어린 소 녀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레고리 펙의 중후하고도 진지한 연기를 통해 한국의 팬에게도 영상(1962 
유니버셜 영화 사)으로 전달된 바 있는 이 소설은 영화의 한국어 제목대로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의 회상 이다. 세기의 명우 그레고리 펙은 이 영화에서 
불합리한 세상의 모습을 어린 자녀들에게 전 하면서 정겹고도 품위 있는 논리와 
행동으로 동심을  "감화시킨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지 순한 동심에 인간평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한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앨라배마는 미국의 "극남지역"(極南地域, Deep South)에  속한다. 극남지역은 
과거에 노예 제도가 뿌리박은,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깊은 곳이다. 비록 
남북전쟁의 종결과  동시에  노예제도는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백인우월주의는 
여전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 살아 있는  보 편적인 유리다. 
 이 소설은 남부인의 인종적 편견을  고발하는 무수한 문학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순수한  문학적 가치로 치면 이 작품은 결코 수준급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 이 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인종적 편견과 사회적 편견이 형성되기 이전의 
어린이의 맑은 마음을 매개체로 인류의 보편 적 양심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핀치 씨는 시골 변호사이다. 중년에 맞은 열 다섯 살 연하의 아내가 
남매를 낳고  결혼 6년 만에 죽자 아버지는 묵묵히 어린 남매를 키운다. 비록 힘이 
부쳐서 격렬한 운동을  함께 해주지는 못하지만 세심하게 아이들의 잠자리를 
챙기고 어떤 질문이든 대답을  피하지  않는다.  그의 육아사전에는 "아직 몰라도 
돼", "어른이 되면 알아"  등등 권위의 벽을 지키 는 차단어가 없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공기총을 사주면서도 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언젠가는 절로  배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사회생활이기에 
방어를 위한 대비는 하지 만 공격하는 법을 먼저 배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는 앵무새를 쏘는 것은 "죄"가 된다고 
교육한다. 왕년의 명사수였던 그이지만 언제부터인 가 무익한 살생을 금하겠다고 
작정한 이래 사냥질에서 손을 뗀다. 전설적인 총 솜씨는 딱 한 번, 미친 개 때문에 
온 마을에 소동이 났을 때 발휘될 뿐이다. 
 톰 로빈슨이라는 순진한 흑인청년이 백인처녀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다. 바람끼 
있는 처 녀가 청년을 유혹하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들키자 부녀가 공모하여 
로빈슨을 고소한  것 이다. 
 핀치 변호사는 마을 사람들의 빈축을 무릅쓰고 로빈슨의 변호에 나서지만 뻔한  
재판결과 에 미리 절망한 톰은 충동적으로 도주하다 총에 맞아 죽는다. 
 소설의 3분의 1은 재판의 진행과정과 함께 나타난 사람들이 심리상태와 사회 
분위기를 묘 사하고 있다. 핀치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비열한 백인이 무지한 
흑인을 파멸시키는 과 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인종간의 갈등이라는 진부한 주제 
때문이  아니 다. 메이컴이라는 작은 농촌 마을에도 반세기 전에 이미 변호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작은 충 격을 준다. 한 건에 5센트, 10센트밖에 내지 않고도 
법률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나마 의 현금도 없는 사람은 곡식으로 
대납한다. 전국에  2,500명의 개업변호사, 그것도 90퍼센트 가 대도시에 집중된 
우리에게는 정말이지 꿈 같은 소설 속의 일이다. 
 좀더 큰 감동은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우리의 옛 모습을 이 작품에서 
확인하면서 얻게  된다. 맨발로 걷다가 십이지장충에 걸린 아이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머리 속에 이가  진을  친 가난하고 순박한 시골아이는 달님 속에 머리를 
빗질하는 여인이 있다고 믿는다. 좀더 자 란 사내아이는 자신의 담력과 마을의 
전설을 시험하러 한밤중에 "유령집"에 잠입한다. 
 비록 음식은 제대로 못 먹어 모두가 부황에 뜬 모습이었지만 주린 배를 채울 
물만은 어디 서나 꿀맛의 "약수"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미국판 "그때를 
아십니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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