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ryuch (개굴개굴) 날 짜 (Date): 2005년 9월 6일 화요일 오후 11시 06분 39초 제 목(Title): [펌] 일제시대 이야기 5 “제1부 일제시대란 무엇인가?-5” 우리는 식민지였던 적이 없다. clouds[구름~~]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니까 60년대 중반쯤이 되겠습니다. 그때 우리 동네에는 욕조와 바닥이 나무로 된 목욕탕이 있었습니다. 그게 일제시대 때 목욕탕인데 해방된 지 20년이 지나도록 쌩쌩하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걸 적산이라 합니다. 목욕탕 주인아줌마가 우리 집하고 가까운 사이여서 그 목욕탕을 허물어서 신식 건물로 새로 지은 후에도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 아줌마가 일제시대 때 그 목욕탕에 일하던 여자였습니다. 하야시라는 일본인 목욕탕 주인이 패전 후 일본으로 가면서 아줌마한테 목욕탕을 넘겨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해 바닷가에서 하야시가 가족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던 날, 손을 잡고 울었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고 이별을 슬퍼하면서 떠나보냈다고 합니다. 이 아줌마가 그 목욕탕 주인 하야시의 하녀나 노예가 아니었습니다. 목욕탕이 그녀의 직장이고 일자리였을 뿐입니다. 그녀는 여탕의 나가시(때미는 여자)였고 청소 일도 했습니다. 하야시는 그녀한테 잘 대해줬다고 합니다. 그녀의 남편은 목욕탕 앞길의 이발소를 물려받았는데, 이발관도 나중에 번창했습니다. 그녀 부부는 동네에서 부자였습니다. 요즘 좌파들 시각으로는 친일파요 기득권자입니다.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는 어디에도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개, 정미소, 목욕탕, 병원, 약국, 큰 가게 등을 운영하거나 아니면 조선 총독부 산하의 관리이거나 그랬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괜찮은 이웃이었고, 그렇게 악독하거나 별난 인간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식민지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을 주인이 종 대하듯이 했던 일본인들은 없었습니다. 소작인들을 두었던 일본인 지주들이 조선시대의 지주들보다 소작인들에게 가혹했다는 기록이나 증언도 보기 힘듭니다.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철수할 때 대부분 자기들이 운영하던 공장이나 가게를 조선인 종업원에게 넘겨주고 갔습니다. 적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일본은 패전 후에 조선에서 철수하는 재한 일본인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우려했지만 모든 일본인이 배를 탈 때까지 조선 사람들에 의해 신변의 위협을 받거나 재산을 뺏기거나, 폭행을 당한 일본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목숨을 잃은 경우는 알려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패전 후에 중국 각지에서 철수 항구인 텐진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일본인들이 처했던 위험한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이 마지막까지 무장을 유지한 것도 이유였지만 민간인들간에는 재한일본인과 한국인들 사이에 그리 큰 감정의 골이나 적개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조선인에 대해서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고, 조선인을 천대한 사람도 있었겠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일제시대에 한국에 와서 살았던 일본인들은-관리와 군인은 제외하고-원수질 일은 없는 이웃으로 살다가 돌아갔다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국가로서의 통치력은 서슬 시퍼런 압제로서 조선 민중에게 다가왔으나 민간인으로서의 일본인들은 주인이 아니라 약간의 특권을 가진 이웃이었습니다. 그 특권이라는 것의 정도는 조선 시대의 양반에 견줄 것도 아니었고, 유럽의 귀족도, 동시기의 다른 식민지의 백인 주인들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식민지였다고, 노예생활을 했다고 60년이 넘도록 이를 가는 그 시대의 참모습을 이제 편견없이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복되고 행복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참으로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지만 그 36년 동안 세계의 인민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돌아보면 상대적으로는 나은 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일제 36년 동안 세계는 1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러시아 혁명과 중국의 혁명을 보았습니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 터졌고 이어서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려 들어갑니다. 이게 불과 일제 36년 동안 지구에서 벌어졌던 일들입니다. 36년이면 한 세기의 3분지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동안에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과 일본과 중국, 소련은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되었고, 영국이 6백만 명, 프랑스가 4백만 명, 독일이 1천만 명, 소련이 3천만 명, 일본 1천만 명, 중국은 아무도 그 수를 모르는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유대인은 6백만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미국도 1백만 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죽었고, 모든 여성들이 남자들이 떠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세월이 전 세계인의 운명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눈물도 마르고 통곡도 쉬어버린 참혹한 역사였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태평성대에 행복을 구가하던 시절에 우리만 일제시대의 비탄과 고통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징용과 징집, 그리고 정신대의 비극을 얘기하지만 그 정도의 참극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는 시절이었음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 시절은커녕 오늘날의 백두광명성 위대하신 수령과 장군님의 나라, 항일빨치산의 조국 북조선인민공화국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일상이 60년 전의 일제시대보다 훨씬 참혹합니다. 작금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극보다 60년 전의 일을 더 문제 삼는 가치의 전도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과거사보다는 현재사가 더 중요하고 일제의 피해보다는 김정일의 압정이 더욱 시급한 문제입니다. 친일파의 척결보다는 친북좌익의 분쇄가 절대절명한 과제 아니겠습니까. 이미 해방된 조국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조국의 나머지 절반을 구해내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친일파 명단이 우리에게 무엇을 줍니까? 우리를 자랑스럽게 합니까? 아니지요. 더욱 수치스럽게 만듭니다. 우리를 더 당당하게 합니까? 천만에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우리를 애국자로 만듭니까? 이런 짓을 하는 좌파 정권하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애국심과 국가수호의지는 더할 나위 없이 약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을 위한 친일파 척결이며, 그것으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오직 분열과 반목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일제시대라는 과거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바로 어제의 일인데도 말입니다. 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