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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ryuch (개굴개굴)
날 짜 (Date): 2005년 9월  6일 화요일 오후 11시 03분 07초
제 목(Title): [펌] 일제시대 이야기 3


 “제1부 일제시대란 무엇인가?-3”  
 
 우리는 식민지였던 적이 없다.   
 
 clouds[구름~~]     
 
 한일 합방이 되던 20세기 초의 세계는 제국주의의 대열에 참가한 소위 열강들이 전
세계를 약탈한 끝에 더 이상 먹이감이 없게 되자 드디어는 자기들끼리 포획물을
놓고 으르렁거리던 때였습니다. 그것이 세계적인 전쟁으로 비화한 것인 바로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당시의 지구는 열강과 그 식민지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역사 이래 중원을 자처하던 대국인 중국조차도 국토가 뜯겨나가고 그
민중들은 서구열강의 종으로 전락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 네델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이 식민지로 삼았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광대한 땅과 노예로 부린 수많은 민족과 종족들 중에 우리와 지리적으로
조금 더 가까운 동남아 일대가 어떠했는지 잠깐 살펴봅시다. 당시의 아시아는 병든
호랑이로 겨우 숨만 몰아쉬던 중국과 기적적으로 열강의 대열에 막차로 합류한
일본과 사정 여하 간에 그 일본과 한 나라로 통합된 조선, 그리고 오스만 트루크의
전통과 영광의 그늘 아래 겨우 독립은 유지하고 있던 터키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전체가 열강의 식민지였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폴, 필리핀,
대만, 호주, 자바, 보르네오, 인도차이나, 인도, 네팔, 파키스탄, 뉴질랜드, 그리고
중동 전 지역이 열강들에게 점령당한 정복지였습니다. 

어느 나라, 어떤 민족도 제국주의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열강에 맞선
저항이 성공한 예도 없습니다. 중국은 의화단이 열강에 대항해 궐기했고,
인도에서도 반영 항쟁이 있었고, 필리핀 역시 반서, 반미투쟁이 격렬했으며, 불령
인도차이나에서는 베트남인들의 영웅적인 독립항쟁이 끈질기게 이어졌지만 지구상의
어디에서도 지배세력을 자력으로 축출하고 독립을 힘으로 쟁취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상에 비추어 볼 때, 5백년을 잠들어있었던 조선이 다른 모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나라들과 달리, 제국주의의 광풍에서 자주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을 특별히 다른 점을 우리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2천년의 역사와 찬란한
문화, 한민족의 저력을 모두 동원해도 그 당시의 조선은 미개하고 낙후되어 있던
야만적인 중세국가의 하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서구의 열강들과
비교했을 때, 그 개화의 정도와 민중의 수준, 교육의 정도, 과학과 기술, 정치 및
법률 등 모든 부분에서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어른이었다면 중국과 일본, 조선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은 어린아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에 사는 우리들은 당시를 생각하여 “그때 우리 조선사람들이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망국의 치욕은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라고
한탄을 합니다. 그러나 그건 안 통할 얘깁니다. 당시의 세계사는 조선민족의
각성이나 노력, 또는 현명한 대처 따위는 아무런 변수도 되지 못했습니다.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전 세계의 수백여 민족과 백 개가 넘는 나라들 중에 합방
직전까지의 조선은 상대적으로 평균 이상의 양호한 대응과 저항의 몸부림을 보여준
케이스에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조선 정도의 적응노력이나 외세에 대한
저항조차 못해보고 복속당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보는 시각으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분통이 터질 정도의 안타까움과
갑갑함을 느끼지마는 당시의 조선왕실이나, 조정의 문무대신들, 그리고 조선의
식자들과 민중들은 할 만큼 했고,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베스트를 다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들이 못났거나 노력을 안 해서 당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구한말의 조선인들이 설사 그보다 훨씬 더 현명하게, 더 완강하게 저항했다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고 보여집니다. 

혹자는 우리도 일본처럼 개화에 성공했다면 자주독립국가로서 존속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근대화는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입니다.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 것이어서
기적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본은 구사일생, 백척간두에서 위기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확률은 거의 제로 퍼센터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일본은
그런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기적의 댓가로 일본이 치른 비용은 혹독한
것이었습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과 이어서 벌어진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치르는 동안 일본국민은 2천만 명을 전쟁터에 보내야 했습니다. 수백만 명의
어머니들이 아들을 전쟁에 잃었습니다. 열강의 길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국주의는 무임승차가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조선이 개화에 성공하고 근대화를 이루어 독립국가로 유지되었더라면
러시아의 남하에 일본을 대신해서 맞서야 했을 것이고, 러일전쟁은 러한전쟁이
되었을 것입니다. 설사 일본처럼 기적을 이루어냈다 하더라도 당시 조선의 인구와
국토로 보아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일본이 했던 것처럼 승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조선이 자주독립국이건, 청국의 사대국이건, 일본의 보호국이건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러시아의 극동 침략은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러시아와 일본의 충돌은 극동
각국의 정세나 희망과는 무관한 러시아의 내부 사정과 짜르의 욕망이 빚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이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조선이 구미열강의 외압에 버텨내면서
자주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입니다. 이때 우리가
나라를 지켜내지 못했다 하여 수치스러울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마는 그러나 우리가 이토록 스스로 자괴하고 자책해야
할 일은 못 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히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만 못나서 당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약
1천개에 달하는 민족과 종족이 똑같이 겪은 시대적 참화였습니다. 조선보다 훨씬
국토가 크고, 인구가 많고, 오랜 역사를 가졌던 민족들도 산업화의 시기를 놓친
대가는 예외없이 치루었습니다. 조선보다 더 치욕스럽고 더 참혹한 노예생활을
감내해야 했던 나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렇다면 제국주의 열강들은 그 시대에 축복받은 자들이었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이 지배하고 착취했던 식민지 백성들이 당한 것보다 더 가혹하고 끔찍한 재앙을
댓가로 치루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모든 열강이 자기들의 본토가 잿더미로
화했고. 자기들이 학살한 식민지 사람들의 수보다 수십 배, 수백 배가 넘게 자기들
국민이 죽어 나갔습니다. 

이 고난과 광풍의 시대를 전 세계에서 조선인만큼 곱게 넘긴 민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 있거든 한번 말해 보십시오.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고는 하나 동 시대를 넘긴 세계의 모든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고통과 피해에
비교해 볼 때는 상대적으로 나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제시대를 그렇게 자책하거나 그렇게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고, 그토록
한으로 곱씹고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그때는 시대가 그러했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에서 살고
있고,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군 조국이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사?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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