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1년 12월 6일 목요일 오후 08시 04분 54초 제 목(Title): Re: 퍼온글/ 한복입고 영어로 수업하는 민�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해주셨군요. 재정문제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글을 쓰다 보니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립학교의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입학을 어렵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재정지원을 통해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과정을 다양화시키며 교사의 수준을 높인다는 데 있습니다. 가난하다고 학교를 못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죠. 그러나 실력이 떨어져서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가는 일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정도의 경쟁도 없으면 곤란하겠죠. 교육과정을 다원화시키자는 데에는 절대 찬성입니다. 확실히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는 다양성의 결여에 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대학입시에 대한 무한경쟁과 그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선택의 기회를 늘려서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것은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 이전에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다양성의 확보가 선결과제입니다. 그러한 다양성이 확보되기 전에는 현재와 같은 경쟁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탁상입안되는 교육정책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오늘까지 우리가 봐온 결과입니다. 이미 모든 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보충수업을 폐지한 결과가 무엇입니까? 각 학교의 음성적인 보충수업 아니면 학생들이 죄다 학원으로 몰려가고 학교는 껍데기만 남게 된 참상이 아닙니까? 그리고 학원비를 부담하기 힘든 가정이나 학원 자체가 부족한 지방의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해서 오히려 지역간, 계층간 학력격차만 더 벌려놓은 게 현재 보충수업 폐지와 모의고사 금지의 결과입니다. 경쟁 완화와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자는 이상은 좋지만 그렇게 해서 입안된 정책의 결과는 참담한 실패뿐입니다. 현역 고등학생들이 보충수업 폐지와 모의고사 금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는 하이텔 및 기타 주요 통신망의 게시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준구 교수나 제가 주장하는 것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게 존재하는 현실을 긍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을 현재와 같이 하나의 길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 - 각 대학별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뽑도록 하는 - 으로 하도록 하자는 거지요. 그리하여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지요.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괜히 생기는게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이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입니다. 이러한 학생들 -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하는 - 을 위해서도,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학교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경기고 학생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2류, 3류고 학생들의 삶이 파괴되었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그것이 파괴라고 생각하시는지?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냄으로서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투명한 경쟁체제가 없는 것이지, 명문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의 삶이 파괴되었다고 여기는 것은 투명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체제가 도입됨으로서 불공평한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영국, 미국같이 사회시스템이 투명하다면 아무리 많은 명문학교가 있어도 그것이 사회를 황폐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를 살찌우게 되겠죠. 또다시 현실론의 이야기인데,, 기업이든 사회든 학계든 몇몇의 엘리트그룹이 주도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 그 사회의 힘이라는 것은 그 엘리트그룹의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구요. 미국의 예를 보면 분명합니다. 국민의 전체적인 수준은 다른 국가보다 떨어지지만 소수의 엘리트 그룹이 세계최고이기 때문에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된 것이죠. 따라서 한 사회의 미래는 그 엘리트들을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는데, 지금의 한국 교육은 그 엘리트들을 평준화의 미명하에 싹부터 잘라내고 있는게 아니냐는 게 게 제 우려인 것입니다. 물론 KS마크로 대변되는 지금까지의 이른바 엘리트 계층이 보여준 추태와 부작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그것은 투명한 사회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지 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님이 말씀하셨듯이 이것도 분명 원인과 결과가 뒤집혀 보이는 거죠. 결론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어느정도의 경쟁체제의 교육은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 투명한 사회시스템이 미리 갖춰져야 하고, 경쟁적인 교육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