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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9월 28일 금요일 오후 06시 20분 24초
제 목(Title): 손원제/ 이슬람은 관용적 문명 (대담)


출처: 한겨레 21


이슬람은 관용적 문명

두명의 전문가가 살펴본 ‘전쟁국면’…서구의 인식에 의해 왜곡된 이슬람의 
이미지 

미국 테러사태와 뒤이은 전쟁국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문정인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정치학)과 이원삼 이슬람문화연구소장(선문대 교수)이 대담을 
했다. 문 대학원장은 ‘제3세계 쌍무주의의 정치경제-한국, 사우디 
커넥션’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 전문가이다. 이 소장은 카타르대에서 
이슬람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편집자 


 
이원삼/ "이슬람도 원칙적으로 테러리즘을 용인하지 않는다. 코란 5장3절은 
'타인과 지상에 해악을 끼치지 아니한 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해하는 것은 
모든 이를 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이용호 기자) 




사회: 이번 테러사태를 문명의 충돌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문정인(이하 문): 문명충돌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 문명 개념은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보면 법과 규범과 질서를 통해 규정되는 하나의 안정화된 
삶의 양식을 의미한다. 문명 개념 자체가 이미 법과 규범과 질서의 준수를 담고 
있다. 

이슬람 자체는 자체 규범과 법을 갖고 있고, 이교도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관용적 문명이다. 문명권으로서의 이슬람은 문명권으로서의 서구와 충돌하지 
않는다. 다만 이슬람 내부에서 법과 규범을 지키지 않는 테러리스트들이 충돌할 
뿐이다. 이슬람은 같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와 유대교도와는 결혼도 허용한다. 

이원삼(이하 이): 이것이 문명충돌이 되려면 공히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견해가 일치해 충돌해야 한다. 하지만 이슬람권은 지금 그렇지 않다. 헌팅턴은 
종교를 문명으로 살짝 바꿔놓은 것에 불과하다. 종교문화권들간의 갈등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전략적 수사에 불과하다. 

문: 사실 헌팅턴의 대안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이나 이슬람에 대한 
개입이 문명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론 이전에 
문명충돌이라는 전제 자체가 문제이다. 


개혁 주장하면 다 원리주의? 


사회: 미국의 대응을 어떻게 보나. 

이: 미국이 테러사건 뒤 극렬하게 반응하는 자체가 서구, 미국의 잣대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민간인이 숨지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슬람권에서도 이슬람 법정에 세우자고 한다. 그러나 근본을 보지 않고 저렇게 
나오는 게 오히려 빈 라덴을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문: 미국의 처방은 두 가지여야 한다. 하나는 외과적 처방이다. 테러리스트를 
찾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사실 미국이 중동분쟁에서 이스라엘 편만 
들었다. 또 미국이 비호하는 아랍권의 거의 모든 나라가 압제정권이다. 이런 
점이 근본적 반발을 불렀다. 미국은 13억 이슬람의 구조적 불만과 원성을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이: 아랍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5세기까지 최전성기를 누린 이슬람은 이후 유럽에 역전되고, 19세기 들어 모두 
식민화된다. 20세기엔 과거 단일 제국을 왕정으로 쪼개 분열 독립시켰다. 
왕정국가들은 대부분 정권 유지를 위해 서구에 굴종하고 국민의 편에 선 적이 
없다. 사회주의를 택한 알제리는 산유국이면서도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 

결국 왕정과 사회주의 둘 다 해봤는데 제대로 안 됐으니, 이젠 이슬람식으로 
하겠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이런 정서를 서구에서 원리주의라고 싸잡아 
얘기하는데, 사실 이슬람 안에선 원리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잘 쓰지 않는다. 

사회: 그럼 도대체 원리주의란 뭔가. 

문: 이슬람의 뿌리는 코란과 순나(무함마드의 언행을 비롯한 관습)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코란과 순나의 준수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이 개입해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반면 모더니스트들은 6세기에 만들어진 이슬람 교리가 
시대변화에 맞게 재해석돼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선 돼지고기도 옛날 
냉장시설이 없어 금지된 것일 뿐 지금은 먹어도 된다고 주장해 이단시된다. 

원리주의자도 셋으로 나뉜다. 첫째, 보수적 원리주의이다. 사우디 정부가 
대표적으로, 이 나라엔 헌법도 없다. 코란과 순나가 헌법이다. 둘째, 개혁적 
원리주의로, 이슬람의 원칙을 주장하지만, 보수적 정부와 급격한 갈등을 겪지는 
않고 있다. 셋째가 급진적 원리주의로 지하화, 무장화한 것이다. 

이: 사실 이슬람 내부에선 자각, 개혁을 주장하는 이는 모두가 다 서구 기준의 
원리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카라다이라는 카타르대학 교수는 무슬림형제단의 
대표적 이론가로, 서구에선 기피인물이지만, 실제 만나보면 온건한 편이다. 
원리주의자 모두가 극단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문: 억압이 세면 극단이 나온다. 걸핏하면 비밀경찰이 덮쳐 원리주의자들을 
제거하는데 군사적 대응이 안 나올 수 없다. 


이슬람 시각에서 이슬람을 이해하자 



 
문정인/ "미국의 처방은 두 가지여야 한다. 하나는 테러리스트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미국은 13억 이슬람의 
구조적 불만을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이용호 기자) 


이: 이슬람에서 원리주의에 대응될 만한 말을 굳이 찾자면, 우슬이란 말이 
있다. 이슬람법의 뿌리인 코란과 순나를 의미한다. 사우디도 사실 이처럼 
뿌리로 돌아가자는 입장이고, 그래서 매우 보수적이다. 그런데 서구에선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원리주의를 무조건 폭력과 등치시킨다. 

문: 오리엔탈리즘의 문제이다. 오리엔탈리즘 전통에선 원리주의를 19세기 
원리주의운동인 와하비즘과 연결시킨다. 와하비즘은 아주 폭력적이다. 

이: 나는 와하비즘을 꼭 원리주의 시초로 보지는 않는다. 또 오리엔탈리즘 
비판도 이슬람에선 잘 수용하지 않는다. 

문: 그게 이른바 이슬람 밖에선 누구도 이슬람을 못 본다는 견해이다. 따라서 
에드워드 사이드도 이슬람에선 환영받지 못한다. 사이드는 기독교도로 
태어났고, 서구교육을 받았다. 무슬림들은 그가 팔레스타인사람은 될 수 있지만 
무슬림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입장이 절대화하면 서로 바깥 세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내닫게 된다. 

이: 그건 아니다. 우선은 먼저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학문체제로 한번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100% 이해는 못하지만 최대한 갈 수 있다고 본다. 

오리엔탈리즘 등의 시도는 긍정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서구적 방법론에 기반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금 이슬람도 학문체계를 서구쪽으로 맞추려는 
시도가 많다. 이런 경향이 더 커지면 토론이 쉬워질 것 같다. 

더구나 문제는 서구에서 이슬람을 논의한 것은 우리가 모두 알지만, 이슬람 
시각에서 이슬람을 이해한 것은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논의가 서구를 
경유해 들어온다. 

문: 서구화된 시각에서만 이슬람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건 맞다. 간주간성이 
결여돼 있다. 

사회: 이슬람 내의 원리주의 이해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이: 이슬람은 가톨릭 교황처럼 구심점이 없어 이슬람법학자(울라마)들 사이에 
자유롭게 토론이 이뤄진다. 사안이 생기면 학자들이 자기 견해(파투아)를 낸다. 
그런 것들이 모여 큰 길이 보인다. 그게 정통이다. 순니파에선 크게 4대 
법학파가 있는데, 학파에 따라 법원을 무얼 쓰느냐가 서로 다르다. 원리주의는 
코란과 순나, 이즈마(합의), 키에야스(유추) 등의 법원 중 코란과 순나를 많이 
쓴다. 덜 원리주의적이면 키에야스를 많이 쓴다. 

문: 이슬람 법적 시각에서만 원리주의를 보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법학파보다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입장으로서 원리주의를 봐야 한다. 술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남녀공학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등 사안에 따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가 중요하다. 

이: 그래서 학문적 토론의 방법으로 무엇을 쓸 것이냐가 문제가 된다. 한국에선 
결국 사회현상으로서 봐야 하는데, 아랍사람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화를 낸다. 


‘성전’에 대한 오해 


사회: 시아파를 급진적 원리주의로, 순니파를 모더니스트로 등치하는 시각이 
많다. 

문: 시아파는 메시아니즘이 강하다. 무함마드 사후 4대 칼리프 알리의 후계자 
문제로 갈렸을 때, 알리쪽 후손들을 따른 이들이 시아파이다. 시아파들은 그때 
학살당한 이들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알리의 후손으로 
갑자기 사라진 마지막 이맘(종교지도자)이 나타나면 최후의 심판이 온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시아파가 순니파에 비해 과격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시아나 순니나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하나이며, 어느 한쪽만을 
원리주의라 할 수는 없다. 탈레반은 수니지만 과격 원리주의다. 

이: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라기보다는 관습, 생활로 봐야 한다. 이슬람의 진정한 
기적은 ‘한번 이슬람은 영원한 이슬람’이라는 것이다. 단 한곳 바뀌었는데, 
스페인 남부지역이다. 7∼15세기 안달루시아 문화였다가, 17세기 북아프리카로 
집단이주했다. 종교를 이데올로기로 갖고 있었으면 그럴 수가 없다. 
생활문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서구의 잘못이 이슬람을 종교원리로만 자꾸 
나누려는 것이다. 

문: 시아 전통에선 종교와 정치의 일치 전통이 강하다. 아야툴라가 있고 그 
밑에 대통령이 있다. 수니도 정교일치지만, 종교는 정치 밑이다. 

이: 수니는 4대 칼리프 뒤로 세습화한다. 정권을 쥔 왕과 성직자 사이의 갈등의 
역사였다. 

문: 사우디에선 왕이 알 말리크(국왕), 이맘 알무민(종교적 지도자), 알 
세이크(토후 지도자) 세 가지를 다 갖는다. 사우디 역사는 정치권력이 종교적 
지도권마저 하나둘 가져온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원리주의자들이 바로 그 점에 대해 불만이 컸다. 

사우디 이맘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다. 사우디 학생들은 다 쫓아내고 
외국인만 남겨 기숙사 반이 비었다. 사우디가 이슬람 수호를 위해 많은 돈을 
쓰는데, 그렇게 가르쳐도 종교를 제대로 배우면 왕실에 반감을 갖게 된다. 

문: 빈 라덴도 결국 그런 인식에서 급진화됐다고 볼 수 있다. 


13억 이슬람 중 아랍인은 3억 



 
사진/ 이슬람은 예수를 선지자로 인정하되 '신의 아들'로는 보지 않는다. 
메카를 순례중인 이슬람교도들이 하람사원에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다.(GAMMA) 


사회: 자살테러는 이슬람 원리와 관련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문: 자살테러는 모든 광신주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실천양태이다. 죽음으로 
영생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이비종교와 이단적 기독교에도 있다. 의식화된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겐 당연히 그런 마취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모든 
광신주의의 공통적 특징이다. 

지하드의 개념도 서방에 의해 왜곡됐다. 성전은 하느님을 위해 날 희생하는 
것이고, 이는 하느님의 영광을 세계에 알리는 것으로 선교를 말한다. 

이: 지하드의 의미가 바뀐 것이다. 원래 내적갈등, 유혹 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다 지하드다. 요즘 와선 전쟁으로 좁혀 쓴다. 서구만이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그렇게 코드화한다. 

사회: ‘한손에 코란, 한손에 칼’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역사적으로 이슬람제국의 확장은 무함마드 창시 이후 100여년 만에 
이뤄진다. 지금도 아랍인은 13억 이슬람 중 불과 3억이다. 정복전쟁만으로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남녀평등, 노예해방 등의 선구적 주장과 
이교도들에겐 세금만 더 받는 관용적 정책이 주효했다. 그 세금도 
비잔틴제국보다는 쌌다. 

문: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은 다음과 같은 이슬람 경구에서 완전히 
반박된다. “종교에는 강제가 없을지니, 권유로써 믿음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로 믿게 한다면 제대로 된 믿음이 될 수 없으며, 곧 
무신론이라고 이슬람은 본다. 

이: 그 말은 십자군전쟁 때 서구에서 만들었지만, 서구에선 더이상 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 말이 횡행한다. 교과서에서도 불과 3∼4년 
전 이슬람쪽의 청원으로 빠졌다. 

사회: 유대교, 기독교와는 어떤 관계인가. 

이: 유대교는 모세, 기독교는 예수까지 선지자로 인정하지만, 이슬람은 이들과 
함께 무함마드를 최후의 선지자로 본다. 기독교와의 차이는 예수를 신의 아들이 
아닌 선지자의 하나로 본다는 점이다. 

문: 즉 삼위일체를 부정한다. 

이: 이는 철저한 유일신관 때문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기독교가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처럼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않는다. 

문: 원죄관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슬람에선 아담에게 신이 부여한 여러 속성 
가운데 망각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약속 위반을 망각에 의한 것으로 보고 
용서한다. 

이: 좀 견해가 다른데, 죄를 짓긴 했지만 아담이 바로 용서를 빌고, 하나님은 
자비로 용서한 것으로 본다. 기독교와 달리 원죄란 유전되지 않는다고 본다. 

사회: 한국 정부도 미국의 반테러 전쟁에 동참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이: 너무 앞서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볼 필요가 있다. 아랍에선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 미국도 근본적 평화를 위해선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문: 테러범은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먼저 증거를 찾아 처벌해야 한다. 그뒤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 이슬람도 원칙적으로 테러리즘을 용인하지 않는다. 코란 5장3절은 “타인과 
지상에 해악을 끼치지 아니한 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해하는 것은 모든 
이를 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를 근거로 증거가 있을 경우, 차라리 
라덴을 이슬람법정에 세우도록 해야 한다. 

문: 이슬람권과 미국이 공동의 기구와 정보공유를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를 꾸려 
함께 테러에 대한 처벌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병참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투병 참여는 안 된다. 동맹의 책무는 
다하되, 우리 능력과 국가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회·정리=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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