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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2001년 7월 21일 토요일 오전 05시 05분 29초
제 목(Title): Re: to belokan


제 주장은 21세기의 스테어님이 19세기의 피착취자를 "우리편"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호감을 가지는 것과 편가르기는
분명 다르니까요.

네루의 이야기는 저도 대개 수긍할 수 있지만, 제가 애초에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스테어님의 분류법만으로는 스테어님도 반드시 착취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지요. 가령 피착취자는 우리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동남아산 신발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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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피착취자가 아니라고 해서 피착취자의 편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피착취자의 동지가 되어 행동하면 피착취자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껏

길지 않은 삶을 살아 왔지만 저는 그렇게 행동해 왔습니다. 저를 착취자라고

부르셔도 저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 어차피 키즈는 착취와 피착취의

대결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아닌 말잔치판이니까 - '스테어는 피착취자가

아니다'라는 전제로부터 '스테어는 피착취자의 편이 될 수 없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실 수는 없습니다.


동남아산 신발에 대해 얘기해보죠. 착취에 대한 피착취자의 저항은 여러가지

양태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야학과 공활에 참가하였고

앰네스티와 전교조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동성애와 낙태에

관한 몇 가지 운동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여러가지 기회가 있었고

여러가지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모든 저항 활동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더우기 동남아산 신발과 노동력 착취 문제는 저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저야 외제 신발을 신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있을 법하지

않습니다만 설령 제가 동남아산 신발을 사서 신었다 해서 그것이 곧 제가

착취의 대열에 참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는 사람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착취당하던 원주민 노동자들을 착취한 것인가요? 18세기의 대장장이는

피착취자인 소작농들이 생산한 쌀을 먹지 말았어야 하나요? 대단히 기묘한

논법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네루의 주장은 피착취국의 피착취민들에게는 적절할 지 모릅니다. 그들은
열심히 살기만 해도 착취국의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우리편"으로의 의무를 다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착취국의 피착취자들은 단지 열심히 정직하게 사는 것
만으로는 피착취국의 "우리편"에게 성실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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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착취의 양상을 빠짐없이 포착하고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빠짐없이 저항하는 자들만이 피착취인의 자격 또는 피착취인의 동지의

자격이 있다면 세상에는 피착취자나 그들의 친구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분명히 착취는 상존하고 있으며 착취에 대한 저항 역시 엄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현장에는 피착취자와 그들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당신은 뒷짐을

지고서 '알고보면 저넘들도 알게 모르게 착취에 가담하고 있는데...'라고 하실

테지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당신의 길을 가시는 거 말리지 않으니까요. 저는

애초에 당신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욕심 따위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 혹시 또 누군가 문제삼으실 거 같아서 미리 언급해둡니다만 세상에는 '우리

  편'과 '나쁜 넘' 두 종류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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