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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6년03월07일(목) 00시40분23초 KST
제 목(Title): 일본,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어제 밤에 실로 묘한 광경을 하나 목격했다.

 기숙사에서 밤에 우연히 TV를 보니 KBS에서인가 다큐멘터리 '20세기의 희망과 절망'
을 하고 있었다. 중간부터봐서 주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2차대전 중의
인류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듯 했다.

 나는 거기서 '레닌그라드 포위 900일' 부분부터 봤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유명한 해리슨 솔즈베리(이사람은 그밖에 '새로운 황제들' 등을 쓴 유명한 다큐멘터
리 작가이다)의 'The 900 days : The siege of Leningrad' 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에 나온 것이 미군의 1945년 3월 도쿄
대공습에 관한 것이었다. 수퍼 포트리스라 불리우던 유명한 B-29의 소이탄 맹폭에
수많은 도쿄 시민들이 사망한 것을 생존자 증언과 함께 소개했다. 그리고 곧 히로
시마와 나가사키 등의 처참한 폭격 잔해 등... 증언도 다수의 무고한 일본인들의
평범한 관점에서는 실로 끔찍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쌍동이의 어머니가 애들을
살리려고 폭격의 와중에서 발버둥치다 자식들은 모두 죽고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대목은 전쟁의 참화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연이어지는 폭격의 장면에서 내 앞에서 같이 TV를 보던 한 사람의 말이
갑자기 날 놀라게 했다. 도쿄에 소이탄 세례를 퍼붓는 기록필름 앞에서

 "잘한다, 잘한다~~"

 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순간 든 기분은 뭔가 한대 얻어맞은듯한 기분이었다. 
레닌그라드의 비참한 포위중의 아사 광경에서는 숙연하던 이가 일본인의 참극에
관해서는 실로 냉담한, 당연하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로 나에게는 섬뜩한 일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일본인=인간이라는 등식은 우리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버린지 오래가
아닐까? 일본인은 얼마든지 죽어도 좋다는... 그런 살육의 현장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무서움...... 
 물론 일본이 맨처음에 그런걸 만끽한건 사실이었을 것이다. 남경대학살 현장에서
자랑스럽게 "나는 중국인 100명을 내손으로 죽였소~" 외쳐대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섬뜩함을 느낀지 오래 되었건만, 갑자기 우리가 어느새 그런 모습을 닮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그또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중요하기에 사람이 사람을 그토록 마구 죽이는 것, 아니 설사
죽이지는 않더라도 잔인한 착취와 핍박을 가하며 살기어린 미소를 누릴 수 있게
하는가? 민족의 위대함, 영광, 자존심 등등을 논하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는 그런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본에게 당한만큼 잊지말자는 그런 말로ㅉ赴玟磯摸� 솔직히 어이 달리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말자'는게 그만큼 복수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닐게다.

 어제는 내내 그 "잘한다~"는 소리가 머리에 울리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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