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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2001년 7월 16일 월요일 오전 02시 27분 38초
제 목(Title): Re:  


어떤 시대의 역사를 그 시대 사람들의 시각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따라 주변 상황과 사람들의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치 서양의 잣대에 비교해서 동양을 평가할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현대의 잣대에 비교해서 과거를 평가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군주 체제를 자꾸 착취-피착취 개념으로 보시는데..
그건 현대의 개념일 뿐입니다..
게다가 현대에서도 얼마나 맞는지 모를 이분법적 흑백논리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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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군주제가 착취-피착취 개념이라는 것은 현대의 개념이 아닙니다. 당시

피착취자들이 -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 이미 끊임없이 제기했던

개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저는 민비가 전제군주제

지배계층의 수괴라고 했을 뿐 그렇기 때문에 민비가 나쁜 년이라거나

일본인에게 맞아 죽어도 싸다거나 그런 생각 하지도 않고 그렇게 표현한

적도 없습니다. 민비의 죽음은 '그들끼리의 문제'라고 볼 뿐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그 시대의 상황 속에서 민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민비에 대해 그 이상의 억하심정 따위는 없습니다. 민비가 극복의

대상인 이유는 -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민비로 대표되는 당시의 권력 구조와

체제가 극복의 대상인 이유는 - 그 사회 구조에 있을 뿐 민비 자체가 못된

여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민비의 동시대인(중에서 일부)이 민비를

'국모'라고 여겼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인 제가 민비에게 국모로서의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저는 결코 네로를 '황제'로서 대하지 않으며 히틀러를 '총통 각하'로 대하지

않습니다.


왕권과 신권의 효과적인 세력균형이야 말로 피지배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왕권이 강할 때에는 신권을 견제하기 위해 신료들의 경제적 기반인
토지 제도를 개혁하는 일이 많았는데...
토지 제도를 개혁함에 있어서 항상 독점적인 지배 계층의 토지 지배를 피지배
계층에게 재분배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키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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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들끼리 땅을 재분배하는 것이 "피지배층에게"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위에 설명하신 부분만 읽고서는 도저히 짐작이 안 갑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한 조선의 외교 정책은 어땠나요?
과연 함부로 사대를 했다고 몰아세울 수 있는 건가요?
자존심 때문에 무리한 희생을 불러일으키고 국가의 흥망까지도 흔들었던
역사는 없습니까?
왜 그 속에 가려져 있는 실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애써 외면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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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의 외교 정책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어째서 이런 질문을

저에게 하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만... 저는 '사대'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그들끼리의' 문제였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자존심 때문에

무리한 희생을 불러일으키고 국가의 흥망까지도 흔들었던 역사는 없습니까?"

라는 질문은 꽤나 재미있어 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자존심 때문에 무리한

희생을 불러일으키고 국가의 흥망까지도 흔들었던" 자들은 왜란-호란 중간

시대의 친명 사대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죠.


과연 농민들이 조선왕조 500년 동안 항상 지배 계층의 착취 속에서 눈물로만
나날을 보냈나요?
때로는 새로운 정책에 환호도 하고 때로는 지배 계층의 잘못된 정책 운영에
분개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때로는 국왕의 성은에 감읍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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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만한 예를 들어 주세요. 평민들이 새로운 정책에 환호했던 사례와

국왕의 성은에 감읍하여 눈물을 흘린 사례. '평민들이 환호했음직한 훌륭한

정책의 사례'가 아니라 '평민들이 환호했던 사례' 얘깁니다.


적어도 전제군주제 하에서는 국왕과 국모는 한 나라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 국가의 국모를 부정하는 것은 그 국가를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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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제군주제 국가를 부정하는 거 맞습니다. 국가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

국가의 실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이조'라는 전제군주제 국가를

제가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져야 할 만한 그 무엇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민주주의는 현대에 들어와서야 도입된 개념입니다..
그것은 그만큼 현대 사회가 그런 이데올로기를 실천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님은 지금 초등학생에게 미분을 못한다고 꾸짖으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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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심각한 착각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이 미분을

못한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것을 이유로 초등학생을 "꾸짖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어떤 난관에 부딪혔고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갔는지, 혹은 어떻게 해서 그 난관을 해결하지 못했는지
살펴보고 오늘날 그것을 거울 삼아 슬기롭게 살아가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새롭고 혹은 발전(?)적인 잣대를 들어 과거를 비판하고 묻어버린다면
우리는 대체 역사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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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비판'과 '묻어버림'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둘째, 역사의 의미가

'오늘날 그것을 거울삼는' 데에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90% 동의합니다.

(나머지 10%는 어차피 이 논쟁의 맥락에서 그다지 중요한 구석이 아니니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거울삼음'에는 긍정적 부정적 방법 두 가지

모두 가능합니다.


대체 과거 수천년간 인류 사회에 이어져온 전제군주제를 착취-피착취
개념으로 무시해버린다면 우리 선조들은 그럼 수천년동안 삽질만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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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수천년이 걸리긴 했지만 인류는 삽질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제군주제와

노예제가 아직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상식'은 아닌 수준까지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인류사의 보람이라는 것을 반드시 전제군주제 자체에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그 극복 과정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거든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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