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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2월 21일 수요일 오전 09시 44분 22초
제 목(Title): 인문학데이트/ 이기상 


출처: 한겨레 

[인문학데이트] 22. 이기상 

 이번 데이트는 50대 중진철학자와 함께 사상의 오솔길을 걸어본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의 전문 연구자이자 주체적인 철학사유 운동을 주창해 온 이기상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로 독일에서 하이데거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이 교수는 1993년 소장연구자들과 함께 우리사상연구회를 
창설해 자생적인 철학담론을 모색하며 우리말 철학사전 편찬을 진행해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말로 된 주체적인 철학 만드기를 강조하는 그의 
신조를 철학연구자 이은주(37, 외대 철학과 박사과정)씨가 들어보았다. 
■편집자 

이은주=올해 안식년이라고 들었습니다. 머릿 속이 연구와 저술구상으로 가득할 
듯 합니다. 

이기상=방학이라지만 밀린 논문 쓰느라고 정신 없습니다. 일욕심 많은 게 
탈인데요. 올해도 논문 대여섯편 써야할 것 같고, 번역서 한권도 6~7월께 낼 
예정입니다. 후반기에는 내년을 대비해 사이버 강의를 준비하려 해요. 다행히 
인문학데이트에서 대담을 핑게삼아 자유롭게 주변 이야기를 털어놓을 말미를 
얻은 셈입니다. 

이은주=유학 초기 신학을 전공하다가 하이데거 철학으로 공부 방향을 바꾼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하이데거 철학은 흔히 존재에게 말을 건네어 존재의 
있음, 즉 실존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 데요, 전공을 바꾼 계기와 
하이데거 철학이 선생님께 어떤 내용으로 말을 건네는지 궁금합니다. 


물질기술문명 추구 존재 망각 

이기상=유신이 선포된 72년에 유학을 떠나 84년까지 13년간 유럽에서 
공부했습니다. 원래 신부가 되려고 떠난 유학이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나 
자신의 정체성과 진리란 무엇인가란 문제를 놓고 깊은 번민에 빠졌지요. 첫 
유학지인 벨기에 사람들은 한국이란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공부하려했던 신학에 대해서도 거의 관심이 없는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시대 문화의 옷으로서 유럽의 신학은 효력을 다했다는 회의감이 밀려들었고, 
두가지 문제를 나름대로 3년동안 고민하다 철학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이데거로 방향을 잡은 것은 존재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자아와 진리찾기에 나름대로 방향을 제시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서구사회가 물질기술문명만을 추구하고 존재자체를 잊어버렸다는 
점에서 새 사유의 시원이 필요하다는 그의 담론은 매혹적이었고, 그가 제기하는 
인류의 철학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오기로 독일에서 
학부부터 다시 공부했지요. 그 결과 어떤 사회비판이론도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의 눈보다 앞설 수 없다는 믿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은주=우리 학계는 80년대 마르크스 레닌주의로 대표되는 비판이론의 시대를 
지나 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탈식민주의 등 상반되는 담론들이 유행하는 
혼란기를 겪었습니다. 서양 철학, 즉 형이상학의 역사는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이 떠오르는데요. 이 땅의 철학적 현실에서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기상=저는 그것을 한국사회에 적용시켜 본다면 지금 우리사회에 통용되는 
세계관 인생관을 포괄한 존재관이란 표현으로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존재를 
보는 시각, 더 강력한 표현을 쓰자면 `존재의 눈깔'이라고 할까요. 예컨대 과거 
선조들이 상투를 틀었던 것은 단순히 머리깎기 싫어서가 세계와 인생과 존재를 
보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50년대만 해도 이웃간에 음식을 나눠먹고 
상부상조하던 우리 사회문화가 60, 70년대 이후 돈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배금주의로 돌아선 것도 마찬가지로 존재에 대한 시각이 서구중심으로 돌아선 
맥락이죠.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은 쉽게 얘기하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무신론이나 유신론에 따라 삶의 기준이 
달라지듯이 만물을 볼 때 있음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세상과 
사회는 판이하게 바뀝니다. 80 90년대 농지를 이윤의 대상으로 보고 부동산 
투기가 횡행한 결과 농촌이 피폐화되지 않았습니까? 농부는 땅에서 재산가치만 
보고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게 된 거죠. 한 사회에 통용되는 존재를 보는 눈은 
이만큼 중요합니다.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은 
패배했고 황폐화되었습니다. 서양식의 존재를 보는 눈이 전세계를 지배합니다. 
기술과 과학이라는 생산수단과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그 기본축이죠. 이성중심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자연, 우주 
등으로 존재의 시야를 확대하자는 하이데거의 주장이 유효한 것은 바로 이런 
맹점을 짚는 동양친화적 배경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실존사상 현세태에 큰 호소력 

이은주=하이데거 철학은 개인이 자신의 실존을 떠맡고 미래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행위가 역사라는 시간 속에서 이뤄진다고 설파합니다. 이 역사성과 
실존이라는 의미 안에서 개개인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도 중요할 듯 싶습니다. 이기상=하이데거는 그의 대표작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와 시간을 따로 떼어놓았던 기존 시각을 완전히 뒤엎어버립니다. 시간 속에 
주어진 존재는 시간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었고 그런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시각을 뒤바꾸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하면 이성적 동물이자 하나님의 
모상이라는 선입관을 가지는 데, 그는 두 선입관이 생물학적, 신학적 
편견이라는 것을 지적했지요. 이는 곧 다른 말로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언급하지 않고 이념, 믿음만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점과도 통합니다. 

실존개념 속에서 염두에 둘 점은 각자 자기가 자기의 존재를 떠맡아 바로 그 
존재를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실존에는 인간이 어떤 
상황에 내던져져 있음이란 차원을 전제하는 데요, 인간은 그런 내던져짐 속에 
무기력하게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상태를 떠맡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변형시켜나가는 데서 인간다운 위대함이 발견된다는 것이죠. 아버지의 
부정사실을 알고 자살을 꾀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그 죄의식까지 떠맡으며 
실존철학의 시조가 된 키에르케고르의 삶과 아버지의 후광만을 믿고 무책임한 
삶을 살다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지만씨야말로 그 
대조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존재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 곧 자신과 사회에 
대한 적극적 규정의 노력이야말로 하이데거식의 실존적 자유를 얻는 길입니다. 
가치관 혼란과 개인주의가 극도화된 세태에서 존재의 무게와 책임성을 강조한 
실존사상은 그래서 역설적 호소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지요. 이은주=몇년간 
심혈을 기울여온 `우리 사상연구소'의 작업내용도 눈길을 끄는데요. `이땅에서 
철학하기'`우리말로 철학하기'`주체적으로 사유하기' 등을 모토로 삼으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우리말 철학사전 5년내 완간 

이기상=앎과 삶이 괴리되면 철학은 화석이 됩니다. 그래서 철학은 끊임없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삶에 되먹임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여러 고민들을 
우리식의 사유를 통해 우리말로 담아내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겠지요. 인문학 
위기를 논하기 전에 자기분야에서는 우리말 읽을 거리를 주어야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요? 그래서 연구소에서 처음 다뤘던 것도 신학자 안병무씨의 자생적 
민중신학이었어요. 이어 서너차례의 연구모임을 가지면서 지금 말씀하신 세가지 
틀을 잡은 것이죠. 저는 앞으로 대안을 전통사상의 뿌리인 생명철학으로 보고 
있는데요, 21세기 인류 최대의 철학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서양의 
이성주의에 바탕한 생명공학이냐 전통적 삶을 반영한 생명철학이냐의 
갈림길에서 이를 쟁점으로 제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한국이란 테두리를 
벗어나 세계적 시야로 인류실존의 문제를 감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구요. 앞으로 생명철학 연구에 주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말 철학하기에 
대한 사유의 성과물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60개 개념을 다룬 우리말 철학사전을 
5년내 완간할 계획인데, 그 첫 결과물이 6월쯤 `과학인간존재'라는 제목의 
1집으로 나옵니다. 재정적 뒷받침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많은 개념을 포괄한 
대백과사전을 엮을 욕심도 있습니다. 정리/노형석 기자nuge@hani.co.kr·사진 
장철규 기자chang21@hani.co.kr 


● 이기상이 말하는 이기상 

우리말로 사유하는 '살림살이 철학'노력 


고등학교 시절 혜화동 신학교 기술사 골방에서 나를 헤집었던 물음들이 
아직까지 나를 따라 다닌다. “나는 누구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진리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때부터 시작된 <자아찾기>와 
<진리찾기>는 지천명의 나이인 50대에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신학공부로 
시작된 학문에로의 길은 철학으로 확대되고 교육학으로 가지를 치며 그 역시 
40년 가까이 되어온다. 20세기 최고의 사상가의 한 사람인 마르틴 하이데거 
철학을 배우며 지내온 세월도 25년을 훌쩍 넘겼다. 죽음을 향해 한발씩 내딛는 
나의 학문의 여정은 여전히 하이데거와 더불어 하이데거를 넘어서 진리를 
찾아가는 도상에 있다. 

주변국에서 태어나 이방인으로서 유럽의 중앙에서 철학공부를 하며 지낸 13년의 
생활은 나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자기네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이라는 철학적 논쟁을 깊이 
들여다보니 그것은 결국 <언어>에 의한 세계해석을 둘러싼 문화권간의 
싸움이었다. 우리말로 이 땅에서 우리들이 부대끼는 우리들의 문제를 우리들의 
힘으로 주체적으로 사유하여 풀려고 노력하며 살아나갈 때 우리들이 고대하는 
`한국 철학'이 태동할 수 있으리라. 한국인의 삶의 문법이 녹아 있는 
<살림살이의 철학>이 모든 것을 원자재화 삼아 뒤틀고 쥐어짜는 죽임의 문화에 
대응하는 대안철학으로 21세기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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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상은 누구? 


△ 1947년 경기도 의왕에서 태어남. 

△ 1972년 졸업 가톨릭대 신학부 졸업. 

△ 1975년 벨기에 루뱅대 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1985년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 대학원 철학박사. 

△ 1985-1994년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조교수, 부교수. 

△ 1992년 제11회 열암학술상 수상. 

△ 1993년 우리사상연구회 창설(현재 학술부장). 

△ 1992-1998년 한국철학교육연구회 회장. 

△ 1994-현재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 

△ 쓴책:<하이데거의 실존과 언어>(1991, 문예출판사), <하이데거의 존재와 
현상>(1992, 문예출판사), <십대, 그 거부의 몸짓을! 청소년기 부정의 
철학>(1994, 천재교육), <하이데거 사상 강좌. 존재의 바람, 사람의 길>(1999, 
철학과 현실사) 외 다수. 

△ 옮긴책:<실존철학>(1987, 서광사), <철학과 종교. 현대의 종교철학적 
논쟁>(1988, 서광사), <철학의 뒤안길>(1990, 서광사·공동번역), <하이데거 
사유의 길>(1993, 문예출판사·공동번역),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1995, 
서광사), <하이데거와 선(禪)>(1995, 민음사·공동번역), <하이데거의 
예술철학>(1997, 문예출판사), <존재와 시간>(1998, 까치), <논리학. 진리란 
무엇인가?>(2000, 까치글방)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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