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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김 태하 )
날 짜 (Date): 2001년 2월 20일 화요일 오전 02시 10분 53초
제 목(Title): 박균호/ 사람의 됨됨이는 성적순이 아닙니�


출처: 오마이뉴스 

"사람의 됨됨이는 성적순이 아닙니다" 
 
 
 
박균호 기자 philbook@hanmail.net    
 
요즘 아이들 참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하긴 애들하고 생활하다 보면 제가 학생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학생 때는 말이야 하고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교사자신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꾸지람에 대한 서운함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요즘 
아이들 긍정적인 쪽으로 무게를 두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 참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하며 의외로 착한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제가 한 2년전 중학교 일 학년을 가르칠 때의 일입니다.
'ㄱ'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 요즘 애 같지 않게 세수도 잘 안하고 
오는지 얼굴엔 때가 꼬질꼬질하고 옷도 얼마나 지저분한지 어디 다리 밑에서 
살다 온 녀석 같더군요.

이 녀석 중학생이 된 지가 한달이 넘었는데도 알파벳을 외우지 못했습니다. 
평소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지만 수업태도나 교육성취도에 
대해서는 여간 깐깐하지 않은 저는 그 녀석을 특별강훈련을 시켰습니다. 목표는 
일 학년 마칠 때까지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 암기하는 것이었고요.

그런데 그 목표는 쉽지만은 않은 것이었습니다.
대문자를 간신히 외우게 하고 소문자로 진도를 나가면 어느새 대문자를 
잊어버리고 대문자를 하다 보면 소문자를 잊어버리고. 이런 악순환이 일 학년이 
다 끝나갈 때까지 계속되더니 드디어 이 학년이 되기 직전에 겨우 알파벳을 
암기하더군요.

당연히 성적은 영어를 포함한 전 교과가 거의 바닥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나쁘다고 특별히 소외된다든지 하는 일은 없습니다.
저희 같은 시골학교는 성적이 고만고만하고 잘한다고 해봐야 도시학교에 가면 
중위권에 간신히 들 정도니 솔직히 말하면 학교 잘 나오고 사고 안치고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켜준다면 모범학생으로 인정받으니까요.

그런데 이 녀석은 또 다른 버릇이 하나 더 있는데 지각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녀석들은 8시 20분이면 학교에 모두 오는데 이 녀석은 9시 넘어서 오는 
경우도 다반사고 어떨 땐 10시가 넘어서야 학교에 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럴 경우 왜 지각했느냐고 물으면 이 녀석은 대답도 잘 하지 않습니다.

처음 몇 번은 꿀밤 몇 대 쥐박고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 
학년이 마치도록 계속 되더군요. 속으로 참 괘씸한 녀석이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녀석이 지각을 자주 하는 이유를 제가 들은 것은 학년이 바뀌고 한참 
뒤였습니다. 녀석은 기특하게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생을 자전거로 
태워다 주고 오느라 지각한다는군요. 그렇게 힘들게 동생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녀석은 학교에 와서 지각을 해서 선생님들한테 꾸지람을 들은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몇 번 그 녀석을 꾸지람을 한 것이 후회가 되더군요. 왜 
좀더 지각한 이유를 묻지 않았는지. 비록 지각을 한 것은 잘 못한 일이지만 
선생님들의 꾸지람을 무릅쓰고 동생을 매일 자전거로 태워다 준 녀석의 행동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인간됨됨이는 성적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녀석은 비록 성적은 열등생이지만 인간됨됨이는 최우수입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잠시 행복감에 젖어 듭니다. 그리고 화가 
납니다.

왜 그런 아이들이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열등생 취급을 받아야 하고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까 해서요.
'ㄱ'과 같은 아이들이 성적만으로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볼 때 
교사로서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도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일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01/02/19 오후 12:54:42 
ⓒ 2001 OhmyNews  

박균호 기자는 중학교 영어교사이며 생태문제와 세계의 원주민(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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