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67.tnt5.red> 날 짜 (Date): 2000년 12월 18일 월요일 오전 04시 29분 37초 제 목(Title): 방성배/ 박정희 신화 원죄 [언론비평] '박정희 신화' 원죄 지금 남북한에는 두 신화가 그럴 듯하게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김일성 신화나 박정희 신화가 그것인데, 신화는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다. 그것을 똑바로 아는 순간 그것이 허구요, 거짓임이 폭로되고 그런 거짓의식은 소멸한다. 신화와 실재는 양립 불가능함에도 신화가 위력을 발휘하고 더 실재같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언론과 지식인 기능의 고장이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언론은 사실을 비추고 시비곡직을 가리는 논평 구실을 해야 하는데, 없는 것을 조작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히게 했으며 지식인들은 조작된 이야기를 실재인 것처럼 정당화시켜주었다. 그리고 무지한 백성들은 그것을 신봉했다. 지금은 군사독재시대가 아닌데도 박정희 신화가 지식인들의 찬반토론의 제목으로, 언론보도의제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동시에 웃음거리다. 일본인들이, 아시아 침략을 `협력'으로, 조선 착취를 `보호'로 정당화 한 역사교과서를 조작했다고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듯이 말이다. 이 나라의 지식인들까지 나서 유신독재와 체육관선거를 있을 수 있다고 변명하고 인권유린과 고문 등을 자행하며 18년간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한 독재자를 경제를 일으킨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위대한 지도자로, 기념할 만한 자랑스런 인물로 정당화하고 있다. 역사인물을 평가함에 양면이 있다는 논리까지는 좋다. `보릿고개'란 민족적 비극을 해결해 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의 성공이 쿠데타, 독재, 인권유린 등을 덮을 만큼 위대했다고 우기면,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화, 수탈, 탄압, 총독부 독재 등도 정당화되고 일본의 잘못을 꾸짖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제는 조선에 철도를 부설하고, 비료공장을 세우고 자본주의적 산업을 일으키고 보통교육제도를 도입하여 나라를 근대화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둘러 싼 지식인들의 논쟁에서, 대통령으로서 그를 존경한다는 여론이 지난해 기준 55%, 금세기 최고의 인물로 그를 꼽은 사람은 52%나 된다고 하여 그의 기념관 건립을 주장한 사람도 있다. 18년 동안 거짓(예컨대 쿠데타를 혁명으로, 체육관 선거를 민주주의로, 민주화투쟁을 용공으로 날조하는 등)과 신화로 그를 포장해서 국민에게 제시하고 선전했으니 다수 국민이 그 `신화'를 어리석게도 믿고 있을 뿐이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가 나와 지동설을 주장할 때까지 여론은 100% 천동설이란 지배신화를 지지했다. 마찬가지로 박정희 신화는 우리 국민의 민도가 높아지고 오염된 지성계가 정화되면 될수록 깨어질 것이다. 안중근이나 김구 같은 민족의 사표가 되는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불법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독재를 일삼다가 여자들과 술판을 벌이던 중 총탄에 쓰러져 간 대통령을 기념하겠다니 딱한 노릇이다. 현직 대통령까지 이 기념관 건립에 나서 박정희 신화를 깨기보다는 더 미화하고 있고,`기념관 반대 국민연대'는 국민혈세를 독재기념에 쓰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크게 헷갈린다. 이런 가치혼란의 시점에 신문과 방송이 희한하게도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대해 찬·반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박정희 신화를 대를 이어 만들어 왔던 그 필설로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난감할 것이다. 반대하려면, 언론이 어쩔 수 없이 신화 만들기에 동원되었고 그것이 직필언론의 정도가 아니었음을 고백해야 하고, 찬성하려면 신화조작을 눈을 감고 묵인해야 한다. 신문방송은 찬반입장을 분명히하여 헷갈리는 국민의 판단과 가치혼란에 분명한 종지부를 찍게 해야할 책임이 있다. 여기엔 양비론이 설자리가 없다. 하나는 조작된 신화요, 다른 하나는 실재요 진실이기 때문이다. 700억원이 소요되는 이 기념관 건립에 찬성하는 지식인은 지식인이라기보다 신화숭배자이다. 방정배/성균관대 교수·언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