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188.tnt4.re> 날 짜 (Date): 2000년 12월 16일 토요일 오후 12시 24분 22초 제 목(Title): 주간동아/ 김진명 약발 끝났다? 무궁화 꽃이.. 백만부가 아니라 4백만부네요. 흠.. 베스트셀러 제조기 김진명 ‘약발’ 끝났다? ‘코리아닷컴’ 예상 밖 부진 … 신작 출간 때마다 독자 감소 ‘인기 거품론’ 지적도 소설은 드러난 사실보다 더 진실해야 하며,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로 김진명씨 소설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성을 중시한다. 그의 소설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나 한 가지 이상의 숙제를 안겨주는 듯하다. 물론 소설적 흥미나 박진감도 뛰어나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재미도 있다.”(온라인 서점 ‘예스24’ 독자서평) “김진명씨 작품 중 가장 작품성과 흥행성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인터넷이라는 새롭고 기발한 소재를 개발한 것은 소득으로 꼽을 만하나, 리얼리티의 부족과 느슨한 구성, 지나치게 많은 우연성과 주인공들의 초능력에 가까운 영감과 판단은 무협지를 무색케 한다.”(정우영·교보문고 독자서평) 그동안 장편 5편 중 최악 판매량 지난 초여름(6월) 출간된 김진명씨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코리아닷컴’(해냄 펴냄)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지녔다”는 극찬부터 “예외 없는 한민족 우월주의에 엉성한 스토리가 이제 식상하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동안 김씨의 소설들이 전문평론가들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했지만, 일반 독자들은 기꺼이 책을 구매함으로써 평단과 반대 입장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93, 94년 연속 ‘독자가 뽑은 좋은 책’ 1위였다). ‘코리아닷컴’은 해커이자 사학도인 인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대자본으로 인터넷을 장악한 프리메이슨 집단과 아시아 지역 도메인네임 사업으로 세계 인터넷 업계의 거물로 떠오른 팬저의 한판 승부를 그린 소설이다. 출판사측이 ‘액션소설’이라 소개할 만큼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해결사로 나선 인서의 활약은 무협지를 연상케 한다. 또 이 소설에는 비밀의 열쇠를 쥔 천부경의 존재, 수비학의 천재 나딘 박사, 통도사의 지관스님과 백두산 진도자 등 도인들의 등장, 빌 게이츠를 수장으로 한 프리메이슨 집단의 음모 등 대중소설로서의 흥행 요소가 두루 갖춰져 있어 올 여름 ‘대박’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예상 밖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책이 발매된 지(6월15일) 한 달이 다 돼서야 종합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더니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났다. 신문 전면광고를 비롯해 집중적인 홍보를 할 때만 반짝 순위가 올라갔던 것. 9월과 10월에는 주간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10위권에 머물렀으나,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돌풍을 일으킨 ‘가시고기’(100만부)나 ‘국화꽃 향기’(50만부)에 비한다면 미흡한 성적이다. 김진명씨의 출세작이자 한국 출판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93년)가 지금까지 400만부 가량 팔린 것을 비롯해, 일제의 문화재 약탈과 광개토대왕비의 비밀을 파헤친 ‘가즈오의 나라’(95년) 50만부, 한국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투기자본의 실체를 밝히고 한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킨 ‘하늘이여 땅이여’(98년) 100만부, 한국 현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10·26의 배후를 밝힌 ‘한반도’(99년) 60만부 등 베스트셀러 제조기의 전작(前作)들과 비교해서도 30만부를 밑도는 ‘코리아닷컴’의 판매량은 부진하다고 할 만하다. 출판사 “악화된 출판 환경 탓” 일각에서는 김씨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독자가 거의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며 “90년대 한국인들을 열광케 한 김진명식 쇼비니즘 소설이 2000년대 독자들에게는 더 이상 어필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즈오의 나라’(프리미엄북스 펴냄)를 제외하고 즐곧 김진명씨의 작품을 출판해온 해냄측은 ‘코리아닷컴’의 판매 부진을 악화된 출판 환경 탓으로 돌린다. “초판 1000부도 무서워 찍지 못할 만큼 국내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베스트셀러라 해도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20%밖에 안 되는 수준인데, ‘코리아닷컴’ 30만부면 과거 100만부나 마찬가지다. 다만 출판사가 50만부를 기대하고 마케팅활동을 했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정귀숙·해냄 편집장) 이에 덧붙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코리아닷컴’의 부진을 출판마케팅의 실패로 설명했다. “시대의 감수성을 잘 읽어내는 작가로 양귀자씨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정확히 3년 주기로 베스트셀러를 발표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모든 것을’(92년) ‘천년의 사랑’(95년) ‘모순’(98년)이 그것인데, 각 작품은 발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다. 양귀자씨가 적절한 주기로 새 작품을 터뜨린 것에 반해, 김진명씨는 지난 몇 년 간 1년 단위로 계속 작품을 발표했고 소재는 달랐지만 결국 한민족의 우월성을 드러내 민족주의를 고취시킨다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진명씨 자신도 ‘코리아닷컴’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이유로 ‘한반도’나 ‘코리아닷컴’의 경우 각 인물의 성격과 세부 묘사가 부족해 읽는 재미가 적고, 영상세대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었다고 자평했다. “소설을 쓸 때 상황 논리만 강조하다 보니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미흡했고 문장을 갈고 다듬는 데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나는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나 대화, 인연과 추억 등 감성적인 소설을 쓰는 데 관심이 없다. 그런 소설은 나보다 더 잘 쓰는 작가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보다는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힘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다보니 읽는 재미가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 소설에서는 그 부분에 좀더 신경쓸 계획이다.” 평론가 문흥술씨는 ‘작가세계’ 42호에서 김진명씨의 민족주의 소설을 비평하며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중소설처럼 가볍고 흥미로운 대중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분명한 이념을 표명하고 있다. 그 이념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미래에 나아갈 전망까지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대중소설이되, 본격소설의 흉내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김진명씨의 민족주의 소설은 평론가들의 매서운 질타 속에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잃지 않았다. 올해 갤럽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이문열씨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적인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무명에서 슈퍼셀러 작가로 떠오른 것처럼, 독자들의 사랑은 물거품일 수도 있다. 21세기에도 베스트셀러 제조기 김진명의 이름이 건재할 수 있는지는 다음 작품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김현미 기자khmzip@donga.com> 미니 인터뷰 “대통령 선거·남북관계 소재로 한 야심작 준비”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한 김진명씨는 93년 발표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90년대 최고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소설 동의보감’이나 ‘소설 토정비결’의 이은성씨 등과 함께 90년대 비제도권 문학(이렇다할 등단 절차를 밟지 않은)의 기린아로 꼽히며 지금까지 5편의 장편소설 모두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 최고의 히트작인 ‘가시고기’나 ‘국화꽃 향기’를 읽은 적이 있나. 눈물을 짜내는 감성적인 소설에 ‘코리아닷컴’이 밀렸다는 분석인데….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뭐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소설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러나 두 작품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만큼 기회가 닿으면 읽어볼 작정이다.” 김진명씨의 소설에서 항상 ‘음모론’이 문제가 된다.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인은 참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사건의 이면을 보여주면 ‘설마 그럴까’라며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 세계는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자본이 자본을 끌어당기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늘 보는 M&A가 바로 그런 것이다. 또 자본과 정보의 결합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이익이 발생한다 싶으면 일제히 달려들어 먹어치운 뒤 불안하면 곧바로 빠져나가는 게 자본의 생리다. 그것이 세계화 아닌가. 보통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이런 것을 간파해서 소설을 썼는데 사람들이 음모론으로만 보는 게 안타깝다.” 다음 소설은 어떤 것을 준비중인가. “두 가지를 구상중이다. 하나는 대통령 선거를 소재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다. 앞으로 2년 있으면 대통령 선거인데 우리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반도의 정치-경제-역사-문화적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다. 96년 총선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그때의 현실정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올해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그 이면의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파헤친 소설도 구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