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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94.tnt2.sea> 
날 짜 (Date): 2000년 10월 19일 목요일 오전 10시 59분 52초
제 목(Title): 쾌도난담/ 애틋함에 관하여 


[쾌도난담] 애틋함에 관하여 

DJ 노벨평화상 수상과 러브호텔의 관계, 그리고 킥보드와 아랍에 대한 편견 


 
(사진/웃기는 퀴즈하나.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러브호텔의 사랑 중에 
어느것이 더 애틋할까)


“아주, 아주 솔직하게 어떤 기분이 들었어?” “….” 

게스트가 없는 이번주 쾌도난담. 시작과 함께 최보은이 질문을 퍼부어댔다. “응? 
좋았어? 어땠어?” 도대체 무엇을 묻는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규항의 
대답. “음… 별로 좋지 않았어.” “그럼 어땠냐고!” 

쾌도난담 직전 빅 뉴스가 터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번주의 메인토픽은 DJ와 노벨평화상. 
최보은의 집요한 질문이 계속됐다. 


밖에서만 칭찬받는 아빠… 


김규항: 뭐 저런 거죠. 밖에서만 칭찬받는 아빠라 할까? 

최보은: 그러면 예를 들어 야당이 주장하듯이 외치에만 신경쓰고 내정은…. 

김규항: 절 인터뷰하는 겁니까? (웃음) 왜 그래? 

최보은: 역할분담을 하는 거지. 

김규항: 제발 말 좀 하라고 했더니 이젠 아예 막 물어봐? 정말 지겨워. (웃음) 

최보은: 그럼 말해봐. 야당의 주장이 맞는다는 거야? 

김규항: 나는 한나라당을 무슨 정당으로 보지도 않고…. (웃음) 한나라당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최보은: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면 사상과 계급을 막론하고 일단 하여튼 뭐 그냥 
원시적으로 좋은 감정이 들지 않겠어? 

김규항: 아는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기쁨 정도… 그런 기쁨은 있겠죠. 저는 그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 같은 게 염려가 돼요. 

최보은: 남의 잔치에 재 뿌리겠다는 얘기지? 

김규항: 뭐야 씨바. (웃음) 나 갈래. 

최보은: 재밌자고 하는 소리야. 

김규항: 나는 노벨평화상이니 칸영화제 대상이니 이런 거 자체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게 무슨 명예나 업적의 척도가 된다는 것도 웃기는 생각이고. 

최보은: 본인이 꼬였다는 생각은 안 하나? (웃음) 

김규항: 그렇지는 않고. 이를테면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통령이 굉장히 각광받을 때 
롯데호텔 노동자들의 파업은 무참하게 진압되고 했잖아요. 그런 이면이 문제인 
거죠. 

최보은: 일단 내 정서적인 반응은 다른 사람들이 타는 것보다 좋았거든. 

김규항: 다른 후보들보다 김대중씨가 못한 건 없죠. 

최보은: 나는 사실 김정일 위원장하고 공동수상하지 않을까 하는 좀 나이브한 
생각을 했었는데…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했었고. 남북관계라는 게 
일방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거니까. 역대정권 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은 정권이 없었고…. 

김규항: 그 전 집권자들이야 통일 액션을 취한 거지, 통일을 바랐던 사람들은 
아니잖아. 분단을 전제로 해먹는 놈들이었으니까. 

최보은: 그런 차별성은 있지. 

김규항: 김어준이 지난번에 그런 말을 했어요. 일본 NHK 기자를 만났더니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우리보다 의외로 높게 평가하더라… 그걸 듣고 감화를 받았다는 
거죠.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가정이든 나라든 어떤 공동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밖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냐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평가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라는 건 이미 행복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아직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하는 건데…, 저는 그런 점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점수를 낮게 보고 싶어요. 
나로선 노벨평화상 수상이 어딘가 씁쓸한 일인 거죠. 


상은 상이고, 사는 건 사는 거다 


최보은: 사실 노벨상 자체를 둘러싸고도 권위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있거든. 예를 들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운영되는 부분, 그리고 로비에 흔들리는 것 등등. 원래 노벨은 엔지니어를 염두에 
두고 이 상을 제정했다는 거지. 근데 역대 상을 받을 엔지니어는 두명밖에 
없다는구만. 

김규항: 노벨은 이렇게 전 지구적인 정치인들이 받는 상을 구상했던 것도 
아니었겠죠. 운영을 잘해서 이렇게 된 건데, 사실 성공한 건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라 노벨상 자체죠. (웃음) 칸이나 베를린영화제처럼 비교적 예술적인 영화에 
상을 주는 일도 할리우드가 세계영화를 제패한 데 대한 상대적인 액세서리 성격이 
있잖아요. 하여튼 평화나 예술 같은 그런 측정하기 힘든 가치에 등수를 매긴다는 
건 참 유치한 일인 거죠. 

최보은: 재미있는 얘기라서 한마디하면….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가 
노벨상을 못 받은 이유가 있는데, 비행기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사람을 죽일 
위험이 높은 무기이기 때문에 상을 안 줬다는 거야. 자가당착인 거지.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사람인데…. 

김규항: 다이너마이트는 건설에 쓰이니까. (웃음) 노벨화학상을 일본 사람을 
주축으로 해서 세 사람이 공동수상했는데 실은 그 발명이 30년 전 우리나라 재일 
유학생 연구원이 한 거래요. 그 사람이 “상은 안 줬더라도 공동의 업적으로는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던데…. 노벨상이 전 지구적인 상이다보니까 
허술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아요. 

최보은: 사실 전 지구적 권위라는 말 자체에도 굉장히 소름끼치는 대목이 있잖아. 

김규항: 전 지구적 공정성이나 권위는 가능하지 않죠. 김대중씨의 공적도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를 수가 있고. 

최보은: 그런 게 열강들의 필요에 따라 부각되기도 하고 묻혀지기도 하잖아. 
동티모르 같은 문제도 인도네시아와 열강들의 국제관계가 좋았을 때는 묻혀 있다가 
다른 필요에 의해 부각되기도 하고. 이런 전 지구적 매스미디어의 거대한 
통합기제에 따라서 조작가능한 여론이란 부분도 살떨리는 거지. 

김규항: 김대중씨의 남북 화해무드와 냉전해체 노력은 좋은 거지만… 그런 일을 그 
표면으로만 보는 건 아둔한 생각일 수 있죠.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동안의 남북한 
지배세력에 분단이란 구조가 꼭 필요했다면 현재 지배세력에 통일, 혹은 
통일지향적인 구조가 더 필요한 거죠. 국제적인 시각에서 남북한이 화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런 화해가 남북한 민중에게 유익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죠. 

최보은: 어쨌든 김대중 대통령 본인에게는 영광이겠지 뭐. 

김규항: 얼마나 좋겠어. 하여간 상은 상이고, 사는 건 사는 거니까…. 

최보은: 다른 얘기하자. 킥보드. 뉴스에도 많이 나오는데, 위험하고 교통사고 나서 
애들이 죽고…. 

김규항: 우리 딸아이가 지금 킥보드에 빠졌지. 

최보은: 우리집 골목을 들어가면 양쪽으로 차들이 쫙 주차해 있잖아. 근데 애들이 
탈 데가 없으니까 가운데 경사진 데서 킥보드를 타요. 견문 좁은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식민지로 산다는 게 참 슬픈 거라는 생각이 들어. 
롤러블레이드니 스케이트보드니 이런 장난감들 말야, 바로바로 들어오는데 사실 
환경이 틀리잖아. 그것이 풍미하는 미국 같은 나라는 블록이 잘돼 있고 그런 걸 
타고 학교까지 통학이 가능한 도로시스템이 돼 있는데… 그냥 딱 장난감만 들어와 
버리니까. 


놀이문화도 참 계급적이다 


김규항: 딸한테 킥보드 안 사줬어요? 

최보은: 겁이 많아서 롤러블레이드만 사줬어. 

김규항: 저도 그게 위험해 보여서 주말 같은 때나 제가 차에 태우고 공원에 가죠. 

최보은: 그러니까 굉장히 품이 든다는 거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고 
부모가 공원에 데리고 가야 하잖아. 아이들의 놀이에도 부모들의 과외노동이 
필요하다는 거지. 

김규항: 그러니까 이게 킥보드나 롤러블레이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여건의 문제죠. 특히 어린아이들한테 적용되는 건 더욱 신중해야 돼. 

최보은: 나는 그래서 참 비애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규항: 서울시내에서는 자전거도 못 타. 

최보은: 그렇다고 “너 타지마”, “킥보드 타다가 죽을 수도 있어” 이렇게 할 수 
없는 거잖아. 만날 자가용 통학시켜줄 수도 없는 거고. 우리나라 도로라는 게 
굉장히 비민주적으로 돼 있잖아. 국가가 이런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김규항: 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분명한 방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건 나라도 아니죠. 한국이란 나라가 그렇긴 하지만. (웃음) 
도시계획상의 첫째 목표로 둔다든가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일산 신도시 같은 데는 
자전거 전용도로 같은 게 잘돼 있더군요. 아무래도 프티부르주아들이 사니까. 

최보은: 놀이문화라는 것도 참 계급적이야. 이번엔 중동 얘기 해볼까? 요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엄청 시끄러운데, 우리나라엔 정말 중동 전문가가 없다는 
생각을 해. 

김규항: 민족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보은: 좀 재밌는 얘기를 물어봐라. (웃음) 

김규항: 이스라엘이 그 영토를 차지한 근거는 옛날에 자기네 땅이라는 건데…. 
우리도 “고구려 옛 영토 회복” 어쩌고 하는 말 별 생각없이 하는데 사실 끔찍한 
말이거든요. 그러면 거기 지금 사는 사람들은 뭐예요. 

최보은: 전세계적으로 여론 편향이 굉장히 심한 분야가 중동문제인 것 같아. 
왜냐하면 유대인과 아랍계의 갈등과 대결의 역사인데, 지금 전세계 매스미디어를 
사실 유대계가 점하고 있다고 해도 좋잖아. 특히 할리우드…. 난 심지어 <쉰들러 
리스트>를 볼 때도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아. 그 아랍의 유혈 역사에서 아랍인들이 
흘린 피와 그 엽기성에서는 가스 수용소를 못 따라가겠지만, 사실 이스라엘이 
일으킨 그 온갖 전쟁들, 그리고 그 제국들의 추동을 받은 국지전에서 흘린 피들은 
한번도 조명된 적이 없잖아. 독일이 잘했다는 게 아니고 불균형하다는 거지. 
특정한 집단에 의한 매스미디어의 과점… 특히 할리우드영화 같은 건 어떤 것보다 
막강한 이데올로기 전파기구가 돼버렸잖아. 전세계적으로. 

김규항: 우리는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 지도자일 때는 그저 테러범인 줄만 알았고, 
지금은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비난받는 지도자라는 걸 또 잘 모르죠. 

최보은: 우리가 아랍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냐는 거지. 민족주의적인 지도자 
카다피니 후세인이니 하는 사람들은 정말 정신병자적인 광적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자기네 민중을 도탄에 빠뜨리는 독재자로만 묘사되잖아. 그러나 과연 그런가, 그게 
맞는 건가? 

김규항: 중요한 건 미국이 후세인이나 카다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이라크 민중과 리비아 민중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 하는 건데 정보도 없고…. 
모든 기준이 미국의 입장에서 구성되는 거죠. 


우리는 아랍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최보은: 중동이란 지역도 굉장히 광범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고, 우리나라가 유념하고 배워야 할 역사가 많은데… 우리는 오로지 미국의 
바짓자락에 매달려서 국익을 위해 약간의 정조를 파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하잖아. 나만 해도 신문 국제면을 잘 읽게 되는데, 편향된 정보밖에 없다고. 
게다가 내가 외국에 한번도 못 나가본 우물 안 개구리잖아? 

김규항: 정말? 

최보은: 불쌍해 죽겠어. 내가 천연기념물이라니까. (웃음) 하여간 가끔 을 볼 
때마다 그런 슬픈 생각이 들어. 그것밖에 볼 수 없다는 것 있잖아. 

김규항: 옛날에 빨갱이를 뿔난 놈으로 봤듯이 아랍 하면 만날 폭탄만 터지는 
곳으로 알고 있죠.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점하고 있으니까 ‘이스라엘’ 그러면 
예수의 고향이라고 존중하고…. 예수는 유대인들이 잡아죽였는데 그건 또 말 안 
하고. (웃음) 

최보은: 종교문제도 상당히 그런 역학관계에 개입돼 있는 것 같아. 

김규항: 이슬람은 세가 적을 뿐 아니라 근본주의자들의 활약만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영향도 크죠. 이슬람교도 분명한 고등종교죠. 

최보은: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종교간에 위계가 생겨버린 거지. 일등종교, 
이등종교, 사이비종교 식으로. 난 종교본위적인 세계는 가장 비종교적인 현상을 
낳는 것 같아. 특정 종교가 이 세계를 과점하고 있잖아. 난 그게 사람들의 품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거야. 나쁜 놈, 좋은 놈… 이 종교는 세련되고 저 
종교는 야만적이고 이런 식의 이분법들이나 위계의식 같은 게 사람들 속에 너무 
스며들어 있어서 파생되는 문제가 많다는 거지. 멀리 가면 왕따현상까지. 근데 왜 
우리가 이렇게 지당한 말씀만 할까? (웃음) 농담을 좀 하자고…. 이거 어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노벨코미디상을. (썰렁) 

김규항: 김영삼씨 그 ‘나름의 진지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보은: 그런 착각의 힘이 대통령의 자리까지 밀어올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김규항: 얼마나 한심한 시절이었으면 그 정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투사가 
됐을까…. 

최보은: 되게 재미없다. (웃음) 

김규항: 러브호텔 얘기할까요? 

최보은: 좋아. 러브호텔 간 적 있어? 

김규항: 물론입니다. 

최보은: 누구랑? 

김규항: 결혼 전이니까. (웃음) 

최보은: 결혼 뒤 얘길 하라니까. 왜 몸을 사려? (웃음) 

김규항: 가본 적 없지. 

최보은: 위선이다. 

김규항: 난 김훈 선생하곤 달라. 난 더 살아야 해. (웃음) 

최보은: 진실게임하자, 우리. 

김규항: 이거 봐요. 내가 갔던들 갔다고 하겠으며 실제로 안 갔는데 안 갔다고 
하는 건 얼마나 재미없어. 바보같은 질문이지. 저걸 얘기하세요. 요새 신도시 
러브호텔 이야기. 

최보은: 그건 뻔하잖아. 


현대판 물레방앗간 이야기 


김규항: 나는 러브호텔이 뭐 하는 덴지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괜한 호기심을 
갖거나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지만, 주민들이 항의할 때 러브호텔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짐승들이고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최보은: 바로 그 얘기가 재미있네. 갔다는 얘기네. (웃음) 

김규항: 원론적으로 말해서 일단 러브호텔 사용자들은 섹스할 공간이 없는 
연인들이에요. 

최보은: 지금 기본적으로 물레방앗간이 없잖아. 이건 현대판 물레방앗간이야. 
(웃음) 어디서 ‘메밀꽃 필 무렵’이 탄생하겠어. 어디 공간이 없단 말이야. 

김규항: 물레방앗간의 엄격한 공동체 주의를 우리가 되살릴 때죠. 

최보은: 보리밭이 있어? 소금창고가 있어? 할 데가 없어. (웃음) 

김규항: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은데. (웃음) 기층 민중 입장에서 노벨평화상이 
씁쓸하다고 하다가 너무 막 나가고 있어. 

최보은: 러브호텔은 사실 그 사회문화의 파생물일 뿐이야. 뒤집어놓고 보면 
러브호텔의 수는 가정의 억압지수와 비례한다고 봐. 그 억압이라는 것은 가부장에 
의한,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상호억압이야. 가족제도라는 것이 서로한테 억압적이기 
때문에 그 억압지수만큼 러브호텔이 생길 수밖에 없어. 탈출구는 있어야 하잖아. 

김규항: 양성화할 방법이 있나? (웃음) 

최보은: 러브호텔을 양성화하자는 게 아니라 가족제도가 좀더 해방된 관계가 되면, 
그렇게 밀실로 밀실로, 현대판 물레방앗간으로 기어들 이유가 없는 거지. 

김규항: 가족제도가 해방된 관계? 배우자의 사생활을 인정한다? 

최보은: 사랑할 권리도 기본적 인권이니까. 감성을 제도로 억압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건 인간의 본성인데. 

김규항: 최 선배… 결혼하고 나서 그런 거 하면 안 돼요. (웃음) 사람이 그러는 게 
아냐. (웃음) 

최보은: 성관계는 꼭 결혼을 해야만 가능한 거라고 제도화돼 있다면 모두가 27살 
아니면 30살쯤에 결혼해서 그때 처녀막을 찢고 동정을 떼고 이래야 된다는 
이야기야? 

김규항: 그래서 내가 이야기했잖아. 러브호텔의 용도는 섹스할 공간이 없는 
연인들의 공간이라고. 

최보은: 가끔 고스톱도 치러 가지. (웃음) 

김규항: 그건 러브가 아니지. 

최보은: 근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야, 수요가 있는데 늘어나는 걸 그 겉 
현상만을 욕한다고 뭐가 개선이 되겠어. 장사가 되니까 생기는 거 아니야. 

김규항: 남는 문제는 주택가와 학교 앞에 그걸 누가 허가했냐는 거지. 러브호텔 
이용자와 주민간의 모순이 아니라 주민과 관과의 모순인 거죠. 사용자는 그거죠. 
러브호텔에 왜 가느냐. 러브호텔이 거기 있으니까.(웃음) 

최보은: 솔직히 러브호텔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데는 시민사회의 반발도 있지만, 
그건 부촌의 경우지. 땅값 같은 걸 의식한 중산층 시민들의 반발이기도 해. 
결과론적이든 아니면 음모론적이든 간에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갈등도 상당히 
여기에 한몫을 하는 거지. 러브호텔이 지자체 실정의 아주 선정적인 소재가 될 수 
있잖아. 


초특급호텔의 사랑엔 애틋함이 없다 


김규항: 그런데 러브호텔 수요자들이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죠. 상류층은…. 

최보은: 러브호텔 안 가고 롯데호텔 가나? (웃음) 신라호텔… 앰버서더호텔…. 

김규항: 그 사람들은 계약관계를 하지. 아파트나 원룸을 사주거나 해서 완벽하게 
보호받지. 여의치 않으면 초특급호텔의 보안을 이용하고. 거기에 비하면 
러브호텔의 그것은 애틋한 사랑이죠. 

최보은: 음… 그럴 것 같아. 영화를 봐도…. 

김규항: 얼마나 안고 싶겠어. 

최보은: 안고만 싶을까? (웃음) 

김규항: 다 포함된 거야, 바보야. (웃음) 오늘의 결론. 

최보은: 러브호텔의 사랑은 애틋한 사랑이다. 

김규항: 맨 앞의 노벨평화상 이야기와 너무 안 맞잖아.(웃음) 이건 어때. 
노벨평화상에는 애틋함이 없다. 그건 초특급호텔에서의 사랑 같은 거지. 

최보은: 그런데 러브호텔은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 않아? (웃음) 사람들의 
억압과 쌓인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기능을 하잖아. 그게 없다면 어디로 가겠어. 

김규항: 매매춘이 시민사회의 평화에 기여한다는 말보다는 훨씬 올바르다. 
매매춘은 근본적으로 악한 거니까.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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