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김 태하 ) <1Cust161.tnt4.se> 
날 짜 (Date): 2000년 9월 18일 월요일 오후 03시 53분 29초
제 목(Title): 김진성/ 닫고 또 닫는 서울대 


난나이야기] 닫고 또 닫는 서울대 

이야기 하나. 프랑스의 1968년은 대학 기숙사의 성차별에 학생들이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대학과 고등학교를 폐쇄한 채 새로운 교육양식을 요구했고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한 채 새로운 생산양식을 요구했다. 그리고 소르본 
대학에는 이런 유인물이 뿌려졌다. “24시간 소르본을 노동자들에게 개방한다! 
5월13일에 개최된 학생총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결의됐다. 즉 파리대학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24시간 개방된 자율적인 대중들의 대학임을 선포한다. 이에 
노동자와 학생들, 교사들로 구성된 점거·관리 위원회가 지금 즉시 파리대학을 
운영할 것이다.” 
이야기 둘. 1997년 국립서울대에는 도서관 열람실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타교생과 지역주민의 도서관 출입을 금하는 바코드기가 설치됐다. 그뒤 3년, 이제 
너무도 자연스럽게 도서관 이용 때 `넌 국립서울대생이야'라는 확인절차를 밟는다. 
그건 불안에 떠는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통과의례였을까? 그리고 2000년 
국립서울대학에는 이런 공고가 나붙었다. 

“도서관의 좌석수 부족으로 인한 재학생들의 학습권리의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일차적인 목적과 도서관 환경개선을 위해, 8월21일부터 졸업생과 휴학생은 도서관 
열람실 이용료를 징수함. 1개월에 4만원, 2개월에 7만원, 3개월에 9만원, 그 
이후에는 1개월당 2만원씩 추가되어 6개월에 15만원을 부과함. 이에 해당자는 
이용료를 납부하고 도서관 출입증을 재발급받을 것. -서울대 도서관장-” 

이 두개의 이야기는 그 잘난 서울대의 `배제의 역사'가 쓰여 있다. 서울대생이냐에 
따라 지역주민을 내쫓더니 이젠 돈내거나 아니면 나가란다. 양념으로 할인율까지 
적용된다. 하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좌석수 확충이나 근본적 교육환경 
개선이라기보다 배제의 전략이니 대학본부와 도서관장님의 심사숙고에 삼가 경의를 
표하는 수밖에. 돈 낸 사람이 학교시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라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 지역주민 출입을 금하는 것이야 말로 어불성설이다. 
발상이 이러할진대 결정 과정에서의 밀실 논의와 일방적 통보는 기본. `근조 
민주주의 근조 국립서울대'. 

도태, 위협, 그리고 불안. 

사실 남한사회에서 가장 불안에 떠는 집단을 꼽으라면 역설적이게도 서울대생이다. 
경쟁에서 한두번 뒤쳐져본 경험이 있거나 혹은 한번도 뒤쳐져본 적이 없는 경험이 
끊임없이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핵심은 그가 속한 공간이 강제하는 불안이 강할수록 그 사람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대생에게 배제의 논리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건 
지금의 나이며 나의 삶 자체였다. 우리는 늘 경쟁속에 있었고 그래서 늘 불안에 
떨고 있다. 

국립서울대의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은 자기애임과 동시에 타자의 욕망이 자기를 
향하도록 욕망하는 것이다. 차별화한 권리를 양산하는 주체와 배제라는 이름의 
권리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주체. 그 두 주체의 만남은 국립서울대의 
나르시시즘을 빚어놓는다. 내가 너무 엉뚱한 생각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신림동 
일반독서실 가격'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는 도서관장의 말을 보건대, 그건 그저 
국립서울대의 엽기발상이었을거야. 아! 마지막에 한 구절을 추가해야겠다. 

“졸업생과 고시생, 재학생들이 모인 이색적인 집회가 서울대 중앙도서관 통로에서 
열리고 있다. 그들이 도서관 바코드기를 넘어다니고 있다.” 

김진성/서울대 교지 <관악> 편집위원·경영 3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