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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artistry �) <ip216.tacoma18.w> 
날 짜 (Date): 2000년 5월 25일 목요일 오후 03시 42분 00초
제 목(Title): 권혁범/ 매향리,소파,냉전문화,분단


출처: 한21

매향리+소파@냉전문화.분단.kr 


 (사진/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 

요즘 남북정상회담, 매향리, 소파(SOFA)문제로 떠들썩하다. 분단체제와 독재에 
짓눌려 살았던 코리안의 영혼이 이제야 숨쉬기 시작한다는 증거일까?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의 속셈을 경계하고 반미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구동성으로 ‘안보의식 해이’를 질타한다. ‘북한은 
변함없다 위장평화 경계하자’는 식의 수준이다. 말 그대로라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쩐지 그러한 주장은 탈냉전, 탈분단의 
도도한 흐름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고 싶은 세력의 자기방어적 변명처럼 들린다. 
빨갱이라고 몰아치던 작가 황석영 인터뷰에 거의 전면을 할애하는 파격까지 보이는 
언론이 왜 이럴까? 


너무나 당연한 반미구호들 


총선 며칠 전에 정상회담 발표가 난 것은 나도 유감이었다. 하지만 그 기쁜 소식에 
오히려 우울해하고 그것이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물론 
북한을 노다지 시장으로 보는 재벌 엘리트를 제외하고)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보 해이를 우려한다? 지금이 6·25전쟁 시절도 아닌데 24시간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가? “너와 나의 방심 속에 무너지는 국가안보!”의 논리다. 아직도 
총동원체제 속에서 국가의 부름을 기다리는 ‘국민’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과거 안보강화의 논리가 사실은 독재정권 강화와 유사어였다는 것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매향리와 소파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군철수 구호가 터져나온 것도 아닌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벌써부터 반미주의의 확산을 
경계한다. 미리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생각인가? 물론 나 역시 무조건적 철수론자는 
아니다. 앞으로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이분법적 구도를 막는 세력균형자로서의 
미군의 존재는 어떤 시점까지는 국제정치 현실의 일부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설사 필요하다고 해서 그들에 의한 인권침해나 환경파괴의 문제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물론 화염병 투척 등의 폭력주의나 미국을 악마시하는 
국수주의적 반미주의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의 형식 및 
지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결집은 한미관계를 좀더 탈냉전시대에 걸맞게 
재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은 밖으로는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을 불사하지만 
안으로는 시민들의 여론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주적 개방사회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미국언론의 예외적 주목을 받는 경우는 그것이 미국의 
재산, 인명, 명예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때다. 매향리, 노근리, 미군 범죄 
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형성은 오히려 미국 정부의 대한정책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표출되는 것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그것은 ‘국익 강화’에 기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에 대한 자기 민족중심적 거부감이나 막연한 불신의 정서만 
비대하지 사실 냉철한 비판적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풍지대에서 미풍이 
불뿐인데 태풍이 몰아칠 거라고 호들갑떠는 언론이 있을 뿐이다. 설사 극단적 
반미주의가 일어난다고 해서 한미공조가 깨지는 것도 아니고 북한이 쳐들어올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냉전적 조건반사의 문화적 바탕 


일부 언론이 계속해서 냉전주의적 호루라기를 불어댈 수 있는 것은 분단의식 
냉전의식이 이미 우리 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쪽에서 
“뒤숭숭, 불안, 속셈, 해이, 분열, 방심”하고 외쳐대면 우리는 ‘질서! 안정! 
긴장! 기강확립! 단결! 강화!’ 하며 자동적으로 ‘화답’하게 된다. 언론은 단지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매향리+소파 논의에서도 이러한 호명-대답의 
조건반사의 문화의 바탕 위에서 미군 비판=반미주의=주한미군철수=안보 해이=도발 
불안으로 이어지는 냉전주의적 ‘비슷한 말 이어가기’가 가능해진다. 개발독재 
시기에 정착되었던 반미주의=용공 논리를 이제는 반미주의=안보 불안 논리로 
변형시켜 어떻게 해서든 냉전적 질서와 그것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물질적 수혜를 
지켜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남북한간의 
정상회담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생채기를 내보려 벼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물론 북한에도 이런 세력이 존재하리라. 이런 걸 두고 어떤 전문가는 
‘적대적 상호의존’이라 했던가?). 

이제 냉전주의적 호루라기 소리에 가던 길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에 대한 
우리들의 대답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제발 그만!!!” 남북은 만나야 하고 
매향리 주민은 보상받아야 마땅하고 낡은 소파는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 아니면 
천갈이라도 하던지.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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