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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Tao ( 烏有先生)
날 짜 (Date): 2000년 3월 22일 수요일 오전 12시 07분 08초
제 목(Title): 변상섭 긴규탁 대담에 대한 박영록 교수 기



 
“해설과 번역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나는 〈선어록 해석의 몇가지 문제점〉(〈백련불교논집〉 9집)을 통해 선어록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우리의 의식, 판단 작용을 벼랑 끝까지 몰고가서 
나아갈 곳도 물러날 곳도 없게 만드는 본면목을 보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의 이러한 선어록 해석들은 다분히 공식적임을 지적한 바도 있다. 마침 
변상섭선생님의 주장은 나의 관점과 통하는 것이어서 나에게는 상당히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나의 관점에 있을 수도 있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는데, 이런 주장은 ‘교조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변상섭선생님이 말한 바 ‘번역은 해야 되지만 해설은 해선 안된다’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한 발상인 것이다. 모국어를 포함하여 어떤 언어이건 말이란 
중의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이 어떤 문장에 대한 번역을 서로 달리할 때 자기의 번역이 옳음을 
보이려면 어법구조와 함께 기타 (상황과 문화요소를 포함하여) 문맥의 증거를 
제시하며 논증하여야 할 것인데, 이것이 곧 ‘해설’이기 때문에 해설과 번역은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선어록에 대한 해설의 결정판이 무엇인가? 바로 〈선학사전〉이다. 그러므로 
변선생님의 주장대로 하려면 일단 〈선학사전〉에서 절반정도의 어휘를 내다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외 선사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고 있는 논문도 절반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분서갱유(焚書坑儒)’에 동의할 수 있을까?

변선생님의 주장이 선의 근본관점에서 보아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학문적 질서와 세계의 질서라는 두 체계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이란 그 자체로 선한 것은 아니고 꼭 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스스로 하나의 체계를 이룰 뿐이다.

이런 조건 위에서 ‘선학’이라는 학문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발 
양보하여 그에 대한 ‘해설’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기독교도나 
이슬람교도 혹은 무신론자와도 ‘선’에 대해서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박 영 록 
충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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