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illes (reverseyed)
날 짜 (Date): 1999년 10월 10일 일요일 오후 10시 33분 15초
제 목(Title): Re: 민족, 역사...



 참... 이 분 말에도 공감이 가고, 저 분 말에도 공감이 가고...

 글쓰기 힘들군요.^^;;

 guest(dream)님께서 좋은 말씀 올려 주셨군요. "정치, 경제적 대국보다는 문화적 
대국을 지향하셨다는" 김구 선생의 말씀. 이 문화적 대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Hyena님께서 강조하시는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그것의 바탕이될 '민족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방이 끝나기 전에는 창조가 있을 수 없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저에게는 
옳게 들리는군요. 우리 나라의 근대화는 오로지 '모방'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창조는 엄두도 못내고, 오로지 모방 일색으로 정치, 문화, 
경제가 건설이 되어 가고 있죠. 서구인들이 그들의 오랜 역사속에, 그들의 형제. 
자매, 조상들의 희생속에 쌓아올린 역사를 우리는 교과사의 활자로만 배우고 
있을 따름이죠. 우리는 그 가치(예를 들면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혹은 시민정신)들을 미처 소화시키지도 못했죠. 소화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함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H.G 가다머는 fore-structure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한 개인의 '의식'은 
자기가 속한 집단(민족)의 역사속에 형성되어온 '가치판단'과 '사고방식'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이죠. 제가 아는 한 국어과목 교수님도 
'산비석'이란 용어를 사용하시더군요. 영남 남인들 사랑방에서 회자되는 
용어라시던데, 결국 우리 삶 곳곳에 조상들의 흔적이(역사의 자취, 과거의 
유령^^?)배어 있고, 그것이 우리의 삶 곳곳을, 우리의 생각을 얽어매고 있다는 
의미겠죠. 

 결국 fore-structure가 다르게 형성이 된 두 집단 사이에서 한 쪽이 '경험'에 의해 
얻은 가치를 다른 쪽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그것도 '말'이나 '글'로)
 결국 서구에 의해 주도된 아시아, 아프리카의 근대화는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전달된-아놀드 토인비-' 형태였습니다. 외형적 요소들(경제의 규모, 산업의 
형태)들은 쉽사리 배울 수 있었지만, 내면적 요소(청교도 자본주의, 시민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똘레랑스-관용-)는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내면적 요소와의 마찰만 빚었죠. 

 우리가 역사속에 형성시켜온 내면적 요소('법치'보다는 '인치', 나에게 가까운 
집단에게 더 우러나오는 '정')들과 서구에서 얻어온 외면적 요소들이 아무 마찰없이 
접합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종'이 다른 두 나무를 접했을 때에 과연 그 나무에 열매가 쉽사리 열릴까요? 결국 
우리는 껍데기만을 베껴 왔지만, 내면적 요소는 배우지 못했고, 새로이 강요된 
외면적 요소에 적합한 우리의 내면도 키우지 못했다는 것. 결국 이것이 우리 나라 
근대화의 한계가 아닐런지 생각해봅니다. 

 그럼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가지 견해가 있더군요. 

 한가지 방법은 우리가 우리의 내면적 요소를 모두 버리고, 서구의 내면적 요소를 
배우기에만 힘쓰는 것입니다.(마루야마 마사오나 백낙청씨의 의견?) 문화 창조에 
있어서, 영원히 주변부로 남고 주변부에서 할 수 있는 것만을 찾아 보는 것이죠.

 다른 방법은 우리가 주변부 의식을 버리고, 우리의 역사속에서 정체성을 찾아 
보는 것이겠죠. 여기서 민족이란 의미가 중요시되는 이유는 바로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이겠죠. 

 세계사에서 역사의 도약은 기존 문명권의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속에서 나타나곤 
합니다. 중세 르네상스의 변방, 독일에서 [유럽을 구원하는 것은 게르만의 깨끗한 
정신]이란 구호속에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자본주의의 변방, 러시아에서 [타락한 
로만 카톨릭의 유럽사회를 타파한다]는 구호아래 그리스 정교의 맹주를 자처하는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죠. 이때 뒷받침이 되어 준 것도 ['민족'에 
대한 정체성]이죠. 모두 '주변부'의 패배의식보다는 허풍에 가까운 민족 정체성에 
고양이 된 민족들이 벌인 일이 아닐까 싶네요. 

 기독교의 탄생 역시 당시 유대인들이 팍스 로마나의 주변부의식속에 사로잡혀, 
쥬피터와 미네르바에게 제사만 지내고 있었다면 어림도 없었겠죠. 

 각설하고, 결론을 내리자면, 정치, 경제 대국이 되고자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신화'를 역사로 각색하는 의도는 못마땅합니다만, 문화적 대국을 지향하며,
 자신의 민족사에서 정체성을 찾아 보려는 의도는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

 결국 guest(aaa)님 말씀도 맞고, Hyena님 말씀도 공감이 가고...--;;;
 guest(dream)님 말씀에 모든 답이 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

 p.s 고대사 복원 운동중에 [다물운동]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노조 킬러]라고 하더군요. 결국 일반 서민들이 사회를 향해 두고 있던 
     비판적인 시선을 무력화시키고, '선동'을 통해 해외로 돌려 버리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지? 포철 노조도 이 운동때문에 무력화되었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예전에 보았었는데. 
==============================================================================

  

  
 
  
===============================================================================
            흐림이 없는 마음의 달을 드러내

                       뜬 세상의 어둠을 밝히며 가리라.
                                              -다테 마사무네의 사세구-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