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20일 화요일 오전 11시 42분 30초 제 목(Title): 박준성/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은 젊은벗에게 http://www.ihs21.org/bang/박준성/http/board/board.phtml?type=content&n=11&t=18 에서 퍼온글입니다. 역사학자가 되고싶은 젊은 벗에게 재작년(1997년) 추석무렵에 속초에 있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편지를 했어요. 숙제가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직업을 정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아 대답을 얻어보는 문제랍니다. 물음에 따라 짤막짤막하게 대답했던 것을 조금 고쳤어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젊은 벗들에게 참고가 될지 모르겠네요. 1. 역사가란? - 역사를 쓰고 전달하는 사람이지요. 역사쓰기는 과거 사람들의 행위와 결과물, 사실.사건에 대한 흔적.자료를 수집.정리.검토.분석하고 연구하여 글로 재구성하는 일이고, 전달은 강의나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교육하는 일을 뜻합니다. 2. 내가 하는 일 - 우리 역사에 관한 논문을 쓰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주된 일이예요. 주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대와 주제는 조선후기부터 한말까지 토지문제와 민중운동에 관한 것입니다. 1999년 1학기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근현대사를 강의했어요. 대학에서는 아마 이번주에 대부분 기말고사를 치루고 방학에 들어갈 겁니다. 그 밖에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역사를 이해하기 쉽도록 책을 쓰고, 일하는 분들이 강의를 해달라면 가서 강의도 하고, 역사의 현장을 찾는 역사기행.답사를 안내하고 설명하는 일도 하지요.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산을 오르며 그 산에 얽힌 역사를 알아보고 주변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역사와 산'이라는 모임도 함께하고 있어요. 또, 우리 민족의 정신과 몸동작을 공부하는 '기천(氣天)'이라는 전통무예도 수련하고요. 3. 역사가를 하게 된 동기 -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와 '국사'를 다른 과목보다 좋아하고 성적도 괜찮았어요. '국어'와 '국사'는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 뒤 '유신과업 수행에 앞장서는 성실하고 능률있는 한국인을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정'으로 바뀌었지요. 내가 배울 때는 검인정이었어요. 어느대학 무슨과를 갈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까운 강원대학에 국사학과가 새로생겼어요. 신설학과 1회기 때문에 열심히하면 교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이 적극 권하셨어요. 역사를 공부하는 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야학도 하면서 민중의 역사를 쓰는 학자면서 교육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차츰 다지게 되었어요. 4. '역사' 과목에 흥미 '국사'는 좋아했는데 '세계사'는 그렇지 않았어요. 선생님 탓도 커요. 세계사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는데다 숱한 외국지명과 이름을 달달외워야 하는 것이 싫었어요. 지금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하려면 다른 나라 역사도 짬짬이 공부해야 하니까 보게되지요. 5. 역사학 전공이란? 대학에서 역사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박사과정을 마치는 것을 보통 '역사학 전공'이라고 해요. 그런데 요즘은 대학에서는 '전공'한다는 말을 잘 안하게 돼요. 전공과목 비중이 줄어들고 부전공이 다양하게 인정되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제대로 전공 공부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학에서 꼭 역사관련 학과를 나와야만 된다는 규정도 없고요. 6. 역사학과에서 배우는 것 역사이론.방법론과 한국.동양.서양의 시대사, 역사 공부를 위해 필요한 기초 어학(주로 영어 한문으로 된 원서 읽기), 특별한 분야사 따위지요. 7. 역사가의 자질 글쎄요. 다른 학문도 그렇지만 역사와 현실에 대한 애정과 비판의식이 필요하고, 어느 학문보다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야 하니까 끈질김과 자료 해독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역사를 공부하는 일을 자신이 좋아해야지요. 8. 역사가가 되기 위한 과정 예외도 있지만, 역사학하는 동네에서는 대학원의 역사학 석사.박사과정을 거치고 역사관계 논문을 쓰는 사람들을 역사가라고 하는 것같아요. 그 과정에서 역사이론과 방법론을 공부하고, 지금까지 역사연구 성과를 검토 한 뒤, 자기가 깊이 전공할 분야의 학위 논문을 써서 인정받는 것이 '역사가'로 인정 받는 공식의 길이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꾸준히 연구하고 논문과 글을 써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분들도 있어요. 9.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는 까닭 역사 과정의 일부인 지금여기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역사를 평가할 때 "누구는 그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그 때 사회는 어땠는데?" 이렇게 묻잖아요. 시간이 흘러가면 지금은 과거가 되고, 미래 어느 시점에서 지금을 보면 지금이 과거잖아요.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면서 끊임없이 "지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지? 내 삶이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떠할까?"하고 되묻게 되지요. 그래서 역사를 연구하면서 역사 속에서 제대로 살기 위한 방법을 배우고 힘을 얻는 것이라고 봐요. 10. 역사가로서 힘든 점 써야할 글이 제대로 안될 때가 힘들어요. 나아가 말은 쉽게하면서도 현실과 미래를 역사적으로 전망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답답하지요. 그다음에 나도 그렇지만 주위의 젊은 연구자들을 보면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는 생활기반이 불안하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들어야 하겠군요. 11. 역사가로서 좋은 점 좋은 글을 썼을 때, 그리고 강의를 하고 나서 '새롭게 역사를 보게되었다'는 소감을 들을 때가 좋고, 긴 역사의 흐름을 공부하면서 약삭빠르게 변하지 말고 늦더라도 진득하게 가자는 여유를 배울 수 있어 좋고, 역사 속에서 내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좋아요. 12. 우리 나라 역사 연구 수준 한국사 연구 수준은 우리가 높겠지요. 그러나 연구 방법론이나 해석.평가에서는 아직도 다른 나라 학자들 연구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그런데 수준을 따질 때 잣대를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도 따져보아야 하겠지요. 13. 국가의 지원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해요. 14. 역사가들 모임 많이 있지요. 전국에 걸쳐 150여 단체는 될거예요. 그 가운데서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젊은 한국사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역사학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같은 역사단체가 있어요. 15. 역사학 전공 이후의 길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 역사강의를 할 수 있고, 연구소 박물관 문화원 같은 역사 관련 기관에 취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취업만을 따진다면, 요즘같은 분위기에서는 캄캄 답답해요. 어른들 얘기로 '역사해서는 밥벌어 먹기 힘들다, 관둬라 관둬!'하는 말이 맞어요. 역사전공해서는 일부를 빼고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밥벌어 먹기가 썩 나아질 것 같지 않아요. 그렇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전달하는 역사연구자들의 가난한 노력없이는 역사도 같이 없어지게 되겠지요. 계속 역사 연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간다면 인문 사회과학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 모두 가능하지요. 기자나 방송국 PD 같은 언론 계통으로 많이 가고 싶어해요. 16. 역사를 보는 시각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변하지 않는 사실과 관점에 따라 달리 보게되는 평가.해석이 있기 마련이예요.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같은 사실을 달리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을 보게 돼요. 그러나 그 해석과 평가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역사 해석과 평가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해요. 역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라는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서는 또는 그 선생님은 '이 역사의 사실을 이렇게 보는구나'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차근 차근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역사를 보는 수준이 높아지게 되고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와 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길거예요. 17. 역사를 공부할 때 또 필요한 것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어떤때는 '학문의 길이라는 것이 머리싸움이 아니라 체력싸움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까 많아요. 더 크고 어른이 되면서 관심이 바뀔 수도 있지만, 역사에 흥미가 있고 관심이 많다면 역사관계 자료를 취미삼아 모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신문에 나오는 역사관련 기사를 계속 스크랩해보는 거지요. 풀로 붙이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예요. 끝으로 '일기쓰기'를 중심으로 '글쓰기'를 꾸준히 하라는 말을 더하고 싶어요. 머리속 생각보다 보고 겪고 느낀 일을 꼼꼼하게 쓰다보면 기록의 중요함을 깨닫게 될거예요. 역사학자가 가는 길이 재미만 찾는 것은 아니예요.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가하는 고뇌와 뼈를 깎는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지요. 그렇지만 역사를 써서 만드는 거창한 길을 걸어볼만하지 않아요? 참고가 좀 됐나요. 역사공부를 하는 다른 분들도 대답을 좀 해 주세요. �� �後後� �짯後� �後� �碻碻碻� �碻碻�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