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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14일 수요일 오후 11시 38분 37초
제 목(Title): 강준만/문화의 수구 기득권세력


정동칼럼]‘문화’의 수구 기득권 세력
99/07/14 18:46:10 


   강준만〈전북대교수·신문방송학〉

   『선거하면 1%밖에 얻지 못하는 좌파들이 지성계에서 과도하게 대표되고
 있습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인 진중권씨가 경향신문 9
9년 4월22일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우익이 파시스트 수준이다
 보니 그 반발로 지식인층이 광범위하게 좌경화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좌파가 제대로 된 좌파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진씨는 한국의 좌파
들은 현실감각이 결여됐고 이념적으로도 나태하다고 지적했다.

   진씨의 말은 가볍게 흘려넘겨도 좋을 그런 말이 아니다. 한국사회가 어떻
게 움직이는지 그 작동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실을 시사하고 있
다. 기존의 것을 익숙하다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한번 살펴보자
. 우리사회에선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진씨의 진단은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소 오류를 안고 있다.
 그 점을 먼저 지적해보자. 우리사회의 우익이 파시스트 수준인 것에 대한 반
발로 지식인층이 광범위하게 좌경화된 게 아니다. 만약 진씨의 진단이 옳다면
, 좌파 지식인들이 그 파시스트 수준의 우익과 우호적인 평화공존체제를 유지
하고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정경분리(政經分離)원칙이라는 게 있다. 다 아는 내용일 터이니 여기서 굳
이 그 원칙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같은 이치로 정문분리(政文分
離)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이 원칙은
 지식인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치하에서 터득한 일종의 생존술이었다. 즉,
 그들은 문화를 정치와 분리시킴으로써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권력의 입장에서도 정치와 분리된 문화영역엔 어느 정도
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비판적 지식인들을 「관리」할 수 있는 효과를 노렸
을 것이다.

   정문분리의 원칙은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도 없이 권력과 지식인들 사이에
서 이심전심으로 맺어진 묵계의 약속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 묵계의 약속은 
지식인들 쪽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달고 있었다. 그건 비판적 담론
이 그 어떤 이념 지향성을 갖건 이론과 추상의 세계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것
이었다.

   물론 비판적 담론이 이론과 추상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해서 권력의 
탄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현실을 건드리는 비판적 담론에 비해 비
교적 자유를 더 누릴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또 이론과 추상은 구체적인 현
실에 관한 담론에 비해 「학술적」이라는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지식인들의 좌파 지향성은 그렇게 현실과 교류할 수 없는 닫혀진 공
간에서 형성된 원초적 비극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정문분리의 원칙은
 오늘날 한국 지식인들의 사고와 행태를 규정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한국의 정치판엔 제대로 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탓하지만 그건 사치스러운 불평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도 정문분리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지식계엔 실질적으로 좌우의 구
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극우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진보적 지식인
이 하나 둘이 아니거니와 그들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다.

   극우 신문이 문화적으로 좌파를 수용하는 건 일종의 상술(商術)이다. 극우
 신문이 그런 상술에 힘입은 영향력으로 정치·경제분야에서 극우적 주장의 
실천력을 높여도 진보적 지식인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나 몰라라 한다.

   이제 우리는 문화분야의 수구 기득권 세력에 대해선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론과 추상에 빠진 진보적 담론으로 사회적 존경과 명예를 누리면서
도 다른 한편으론 정문분리의 원칙에 따라 진보에 역행하는 세력과 우호적인
 평화공존 관계를 취함으로써 개인적인 실속을 챙기는 진보적 지식인들이야말
로 문화 수구 기득권 세력이다. 정문분리의 원칙은 타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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