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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14일 수요일 오후 11시 36분 47초
제 목(Title): 진중권/의미는 사용에 있다


엑스리브리스/그래도 당신은 착각한 거야! 



“의미는 사용에 있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언론은 공인의 사상을 검증할 의무가 있다.” <조선일보>에서 정진석 교수가 한 
말이다. 어떤 문장의 의미는 “사용에 있다.” 문장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쓰이는 구체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 그럼 당시 상황에서 앞 문장의 
화용론적 의미는? 따져보자. ‘신문은 공인을 검증할 의무가 있다.’ 자진해서 
의무를 지겠다는데 어떻게 말려? 그러니 이를 ‘참’으로 간주하자. 이게 당시의 
콘텍스트 속에서 뭔가를 의미했다면, 그건 다음 네 문장의 압축적 표현이었으리라. 
①<조선일보>=신문 ②최장집=공인 ③문제의 기사=공인에 대한 검증 ∴ 
④<조선일보>는 최장집을 검증할 의무가 있다. 

‘<조선일보>는 신문도 아니’라는 분도 있지만, 평가적 의미와 정의적 의미를 
혼동하면 안 된다. 분류법적으로 꼴뚜기도 어물, <조선일보>도 신문이다. 고로 
①은 참, ②도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조선일보>가 신문, 최장집이 
공인이라면 ④도 참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③이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국제적으론 망신이며, <조선일보>가 해온 짓거리의 역사를 보아도 거짓, 
법적으론 명예훼손질로 판결이 났다. 즉 ③은 거짓이다. 혹시 이견 있으신지? 

이견이 없다면 이제 진리치를 보자. “신문은 공인을 검증할 의무가 있다.”(T) 
혹시 자기는 그저 이 일반적 진리를 말했을 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이 문장이 당시 맥락 속에서 가졌던 의미들, 즉 앞의 네 문장의 진리치를 보자. 
①=T ②=T ③=F ④=T. 비트겐슈타인의 진리표에 따라 이 진리치를 합하면, 
T∧T∧F∧T=F. 따라서 당시 상황 속에서 위의 명제는 F, 즉 거짓이다. 거짓이 참의 
외양을 띠고 나타나는 이 요상한 마술의 비밀은 의미론(semantics)과 
화용론(pragmatics)의 편차를 이용한 치고 빠지기에 있다. <조선일보>랑 노는 
분들이 즐겨 사용하는 작전이다. 

만약 그가 ③이 참임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이유없이 입증하기를 거부할 경우, 난 
내 전재산 386컴퓨터 한대를 걸고, 이 행위를 ‘곡학아세’라 규정하겠다. 또다시 
쪼르르 법정으로 달려갈까? 정 교수가 강준만 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단다. 
명예를 훼손당했으면 물론 보상받아야 한다. 그 여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다. 
하지만 소송을 걸어서 논리적 문제를 어영부영 피해가려 한다면, 그건 ‘논점 
일탈의 오류’다. 법적 문제와 관계없이 여전히 논점은 살아 있다. 이를 
회피했다가는 법정 안에선 명예를 되찾을지 모르나 법정 밖에선 웃음거리가 될 
게다. 

그 글, 큰 소리로 다시 한번 낭독해 봅시다. “그것이 어째서 이른바 
보수기득권층이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며 반개혁인가.” 이거,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심지어 “이러한 논쟁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월간조선>의 역사적 
결단까지는 못 되도 역사적 소명….” 오, 주여, 용서하소서. 게다가 “나이”? 
공론의 영역에선 주민등록 등재사항을 논거로 삼는 건 삼가는 게 좋겠다. 또 많은 
분에게 “당신”이란 표현 쓰면 안 된다? 그래서 “그대”? 

“그대”란 말이 어울리는 텍스트는 따로 있지요. 우리 함께 불러 봐요. “오호-, 
그대여 변치 마오…”, “오, 그대여 이 한마디 해주고 떠나여”,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 “햇빛 솟는 거리에 선 그대, 그대….” 얼마나 잘 어울려요. 
마지막으로 “그대여, 안녕….” 

진중권 


kyoko@zedat.fu-berli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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