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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7일 수요일 오후 11시 52분 30초
제 목(Title): 이상수/고종석,한국어는 불치병에 걸렸다


지성/한국어는 불치병에 걸렸나 


 (사진/한국어 순혈통주의를 비판하는 에세이집을 낸 작가 고종석씨. 그는 한국어 
주변의 풍경에 관한 책을 계속 펴낼 예정이다.) 

감염된 언어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고종석(40)씨는 글쓰는 사람이다. <기자들>이란 장편소설과 <제망매>란 소설집을 
펴냈으니 일단 작가랄 수 있겠는데, 요즘 주로 쓰는 글들은 픽션쪽이 아니라 
에세이다. 그것도 신변잡기가 아니라 국어학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 이렇게 과거의 잣대로는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 다방면의 지적 작업을 벌이는 
‘지식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뚜렷한 직업이 없어 호칭이 
마땅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계간 <현대사상>이 지난 겨울 특집호에서 
이들을 편의상 ‘지식 게릴라’라 부른 이후 이 호칭이 제법 시민권을 얻고 있는 
듯하다. 

‘지식 게릴라전’ 현상은 형식과 규격과 엄숙주의가 짓눌러온 한국사회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징표라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최근 문학 계간지 등의 
지면에 발표한 고씨의 글들은 이런 ‘지적 전투’의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그가 
최근 크고 작은 전투의 전과를 묶어 <감염된 언어>란 글집을 냈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한국어의 운명 


이 책의 성격도 꼭 꼬집어 뭐라 말하기가 모호하다. 학술서적이 아니면서 
느슨하나마 각주가 달려 있고, 다루는 주제는 언어학 국어학 등 만만하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독자가 읽어내기 어려운 현학적 글은 아니다. ‘에세이’란 
장르가 본디 깊은 사색의 결과를 담은 철학적 문학적 글쓰기를 가리키므로 어찌 
보면 그의 글쓰기는 본래 뜻에서의 에세이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개의 풍경화’란 부제가 말해주듯, 그의 요즘 사색 
주제는 ‘한국어’다. 최근 그의 작업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쟁점을 형성해 
왔다. 하나는 이른바 ‘영어 공용어화론’에 관한 논쟁이다. 그에게 
‘반공주의’가 “부끄럽지 않은 신념”임을 가르쳐준 ‘자유주의의 스승’ 
복거일씨의 논리를 이어받은 ‘영어 공용어화론’의 논지는, “머잖아 영어가 
‘보편어’가 될 것이므로 영어를 한국어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복씨와 고씨는 “하나의 지구문명으로 
통합될 미래 세계에서는 모든 사회들에서 공식언어로 쓰일 국제어가 나올 것이며, 
현재 국제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영어”라는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민족어들은 “차츰 대중의 삶에서 떨어져 일부 학자들이나 작가들에 
의해 보존되는 ‘박물관 언어’들이 될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본다. 현대사회에서 
주요한 지식과 정보가 주로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보는 고씨는 “머지않은 
시기에 영어를 쓰지 않고 민족어를 쓴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의 세계로부터 자신을 
추방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논점은 이른바 ‘언어순수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감염된 언어 감염된 
문학’이란 글에서 그는 ‘순수한 한국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신라시기의 말과 
오늘날의 말은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서로 다른 언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언어란 수많은 외래 문화와의 교접 과정에서 ‘불순’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어떤 언어가 풍부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복씨가 ‘풍습의 감시자들’이라 부른 이들의 “국어 순화”에 대한 
강박을 비판하며 “한국어를 열어 놓자”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순결주의는 
파시즘과 통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민족주의자인 줄 모르는 민족주의자? 


두 쟁점 모두 논란의 여지는 많다. 우선 “가장 좋은 언어정책은 언어를 그냥 
놓아두는 것”이라고 보는 자유주의자 고씨가, ‘영어 공용어화’라는, 국가의 
든든한 뒷배경이 필요한 지극히 인위적인 언어정책을 제언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적이다. 민족주의를 “가장 나쁜 특수주의”라고 비판한 그가, 한국민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지 않아) “지식과 정보사회로부터 추방”당할 것을 
우려하는 대목도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머리말에서 흐릿한 어조로 
말했듯, 그는 자신이 “민족주의자인 줄을 모르는 민족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요즘 바쁘다. 한국어 주변 풍경 읽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언문잡설>(가제)이란 원고를 다음달 열림원에서 펴낼 계획이고, <한겨레>에 
연재했던 ‘국어의 풍경들’을 가을께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내기 위해 
교정지를 읽고 있다. 

그의 주장에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전투적 자유주의자’로서 그의 작업은 
자유주의 빈곤의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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