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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7일 수요일 오후 11시 57분 08초
제 목(Title): 유교적 인간의 '봉건통치'


유교적 인간의 ‘봉건통치’ 이승만의 정치행태에 나타난 유교의 흔적… 
북한사회에도 유교의 전통은 존재 

 (사진/성균관대 부설 대동문화연구원이 유교의 현대적 의미를 검토하기 위해 
마련한 학술발표회.) 

유교는 계승해야 할 아름다운 전통인가 아니면 빨리 내다버려야 할 청산 대상인가. 
우리 사회에는 이에 대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가령 
‘아시아적 가치’가 경제성장에 큰 몫을 했다고 믿는 ‘유교 자본주의론자들’은 
유교의 공동체적 미덕을 소리높여 칭송한다. 반면,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쓴 김경일 교수 같은 이들은 유교를 ‘만악의 근원’이라고 
비판한다. 

성균관대 부설 대동문화연구원(원장 김시업, 02-760-1276)은 이 문제를 본격 
검토하기 위해 지난 6월25일부터 5주 동안 매주 금요일 ‘유교문화와 
한국사회’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학술발표회를 열고 있다. 지난 6월25일에는 
‘경학의 학문적 축적과 그 시대적 의미’란 주제 아래 일곱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지난 7월2일에는 ‘유교적 전통과 현대 한국사회’를 주제로 여섯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앞으로 남은 내용은 △유교와 한국사회의 근대적 전환(7월9일) 
△한국유학사에 있어서 실학의 등장과 전개(7월16일) △조선왕조 유교의 
사회문화적 성격(7월23일) 등이다. 


“양반의식 강했던 그는 순수한 부르봉파” 


이 가운데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유교 잔재를 비판적으로 집중 조명한 지난 
7월2일의 발표 내용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남북한 정치문화에 남아 
있는 유교의식의 잔재를 분석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와 김성보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의 글이 흥미롭다. 

먼저 서 교수는 ‘정치지도자의 의식과 유교문화’란 글을 통해 “유교문화가 
이승만의 의식·이념·정치행태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검토했다. 
이승만에 대해서는 “매우 서구화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퍼져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결혼도 서양 여자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 교수에 따르면, 그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가졌던 사람들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미국 유학 시절 
이승만과 친분이 두터웠던 허정은 이승만이 “양녕대군의 후예로서 지배의식 또는 
양반의식이 매우 강했다”고 증언한다. 그는 미국에서 군주나 왕족처럼 행동했고 
영친왕 이근에 대해 묘한 라이벌 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방 뒤 그는 이 습관을 
그대로 싸들고 귀국했다. 미군정기 하지의 정치 에이전트로 좌우합작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던 합리주의자 버치는 <시카고 선> 기자인 게인에게 “이승만씨는 
결코 파시스트가 아닙니다. 그는 파시스트보다 2세기 앞입니다. 순수한 
부르봉파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 이승만은 더욱 군주처럼 행동했다. “이승만이 국무회의에서 하는 
말은 ‘의론’이 아니라 ‘분부’였으며, 그가 총재로 있던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비서를 통해 ‘봉독’시킨 그의 글은 ‘유시’(諭示)였다. “위에서 타일러 
가르친다”는 뜻을 가진 이 낱말은 봉건군주가 신하에게 내리는 ‘유지’(諭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승만이 왕도정치를 펴는 ‘성군’(聖君)이 되려 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이른바 ‘인물 천거함 소동’이다. 1953년 9월 이승만은 
중앙청 앞에 인물을 천거해 써넣을 수 있는 상자를 마련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신문고는 왜 설치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승만의 생일은 임금 부럽지 않은 
대대적인 경축을 받았다. 1956년 81회 생일에는 모든 관공서가 임시휴일이었고, 
야간통행금지까지 없앴다. 1959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경축식이 열렸는데, 
서울운동장에는 3부 요인과 주한 외교사절, 각계 인사 등 수만명이 모였다. 


‘분부’ 내리며 ‘봉독’ 시킨 대통령 


이처럼 이승만이 왕도정치를 표방했음에도 서 교수는 그가 ‘현군’이나 
‘성군’은 아니었다고 평한다. “그는 여순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녀 아동까지도 
일일이 조사해서 다 제거하라는 담화를 발표했고,(…) 농민들이 나무를 좀 베지 
않으면 얼어죽는다는 말에, ‘얼어죽을 사람은 죽으라’고 꾸짖”은 철혈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가 강요한 무조건적인 ‘연장자 존중의식’도 한국 정치사의 진로를 
비트는 데 한몫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김구는 이승만보다 한살 아래였는데 
이승만을 “형님”이라 불렀고, 이승만은 김구와 김규식을 “아우님”이라고 
불렀다. 이런 칭호에서 이미 “우익 3영수의 서열이 결정됐다.” “한독당의 
원로들은 김구가 이승만을 만나고 올 때마다 양보하고 오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그렇게 된 데는 이승만의 권모술수, 고학력과 함께 연령이 일정한 구실을 했다”고 
서 교수는 지적한다. 

이승만의 정치를 ‘한국형 파시즘’이라 평가하는 서 교수는 “이승만의 
의식·이념·정치행태가 한국정치에 남긴 영향은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정치세력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다”고 지적한다. 그가 통치한 
1948∼60년의 시기는 “국가기구의 골격이 짜여졌을 뿐 아니라 한국 특유의 
정치체제와 정치과정의 원형이 형성된 주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주체사상·수령 유일체제와 유교문화’란 주제로 발표한 김성보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은 유교문화의 그림자가 사회주의 혁명으로도 씻어내기 힘든 
‘장기 지속’의 성격을 띤 것임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전근대적 
질서·사상과는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사상으로 이해된다. 북한에서도 
인민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를 거치면서 전근대적·식민지적 질서는 
해체당했으며 특히 유교 전통은 급속히 ‘단절’당했다. 북한에서 조선 성리학은 
“신분계급적 차이를 타고난 기질의 차이로 절대화하는 봉건 옹호론”으로 
단죄당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심지어 조선 후기 실학과 같은 ‘진보적 유학의 
전통’을 계승·활용하려는 시도조차도 비판당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1967년 
5월 4∼8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15차회의에서의 ‘박금철 비판’을 
든다. 박금철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필독문헌으로 당 간부들에게 읽게 했다가 
‘봉건주의·가족주의 사상 유포 혐의’로 비판받고 숙청당했다. 1967년 이전에 
<목민심서>는 “인민을 사랑하는 저자의 시각으로부터 그의 애국주의적 인도주의 
사상이 전편을 통해 반영되어 있는 책”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온 사회가 
‘주체사상’ 일색으로 변하면서부터는 이 책조차 참고서적으로 활용해선 안 되는 
‘봉건서적’으로 낙인찍혔다. 


전통문화의 공정한 평가 필요하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런 표면적인 유교 배척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의 이면에는 
유교 전통이 연면히 지속해왔다고 본다. 우선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을 거쳤음에도 
물질보다 정신(이념)을 중시하고 개인보다 집단을 존중하는 점에서 유교 전통과 
접근할 개연성이 높았다. 그가 보기에 북한의 사회관을 정교하게 규정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사회주의와 유교를 통합시킨 절묘한 이론이다. 특히 
사회주의권이 무너져내린 198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은 본격적으로 ‘충효’를 
중심으로 한 유교 전통을 통치 이념으로 동원해왔다. 김 연구원은 이런 북한사회를 
‘유기체적 가족국가’라고 규정한다. 

유교문화와 관련한 논쟁에서, 유교문화를 배척하고자 하는 이들은 긍정적 측면을 
외면하고, 유교문화를 ‘선양’하고자 하는 이들은 부정적 영향에 대해 눈을 
감아왔다. 이번 발표회 전반의 분위기는 전자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전통의 그림자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 측면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어떤 전통문화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수 기자 


leess@ma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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