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Konzert () 날 짜 (Date): 1999년 6월 6일 일요일 오후 11시 48분 06초 제 목(Title): [강만길]역사칼럼-정규육사1기생에대한 증� 한겨레신문 1999년06월06일21시02분 등록 [강만길] 역사칼럼-정규 육사1기생에 대한 증언 역사가는 사료에 근거해 역사를 쓰기 마련이지만 사료를 없애거나 조작하는 집권자들도 있어서 후세 사가들이 잘못 알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같은 시대를 산 역사학 연구자가 스스로 경험하고 느낀 일을 증언해 두는 것은 중요하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후세 사가를 위해 그들과 동시대를 산 연구자의 증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세 사가들의 이해를 위해 증언자의 고등학교 동창 중에 그들의 육사 동기생이 있으니 이 증언은 같은 시대를 산 비슷한 연배의 증언이 되겠다. 그들은 1951년 후반기에 4년제 정규 육사1기로 입학했다. 6·25전쟁이 한창이어서 전선에서는 매일 수많은 젊은이가 죽어가는 참혹한 때였지만, 전시학생증을 가진 대학생과 함께 정규 육사생도 재학 중 4년간은 국가로부터 목숨을 보장받는 특전을 입었다. 그들이 임관되었을 때 전쟁은 이미 끝났다. 최초의 정규 육사 졸업생인 그들이 10·26과 12·12와 5·18을 통해 정권을 쥐게 되는 과정에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서 동시대 역사학 연구자가 증언할 수 없는 많은 의문점들이 있다. 그들의 집권과정이 후세 사가들의 정력적 연구대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지만, 지금 증언하고 싶은 부분은 주로 그들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의 일이다. 노태우 정권 때 전두환씨는 집을 포함한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고 절에 들어갔다. 김영삼 정권 때 전·노 양씨가 각기 2천억원이 넘게 부정축재한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전씨는 종신징역을, 노씨는 17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곧 풀려났으며, 노씨의 경우 미처 감추지 못한 부정축재금 몇백억원인가를 환수당하게 되었으나, 전씨는 집과 재산을 헌납하지 않았고 축재금은 감춘 지 오래되어 환수하기 어렵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신문기사 등 증거자료가 많지만 다음 부분이 자료에 없는 증언이 될 것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의 환란으로 국민이 금가락지까지 헌납했지만, 영예로운 정규 육사 졸업생으로 부하들 앞에서 국가와 민족과 정의를 말하며 장군이 되고 또 대통령이 되었을 그들이 `세탁'해서 숨겨둔 돈의 일부라도 헌납했다는 말을 못 들었다. 전직 대통령이라 남 모르게 헌납했는지 모르지만, 몰래 내기보다 국난을 기회 삼아 검찰에 적발된 부정축재금을 솔직히 사과하고 내어놓는 것이 떳떳했을 것이다. 그들이 하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서 후세 사가들은 혹 돈을 감추어 두지 않았는데 검찰이 잘못 알고 환수 운운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명예가 목숨보다 귀하다고 배웠을 정규 육사 졸업생으로 대통령까지 지낸 그들이 설마 부정축재를 하고 그 돈을 세탁까지 해서 감추어 두었겠냐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한때의 잘못된 생각으로 세탁해 감추었다 해도 검찰에게 적발되었다면 강제 환수 이전에 스스로 내어놓는 것이 정규 육사 졸업에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의 도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감추어 둔 것이 없는데 검찰이 그렇게 밝히고 있다면 그들은 정규 육사 졸업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당연히 재심청구를 하거나 하다못해 신문지상에 해명 광고라도 내어야 할 것이다. 환수금도, 해명성명도 없어 후세 사가들이여, 그러나 그들은 환수금을 내지도 재심을 청구하지도 해명 성명을 내지도 않았다. 동시대를 사는 비슷한 연배의 이 증언자는 그들이 그러고도 무슨 마음으로 부처 앞에 합장을 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국가와 민족을 운운할 것인지 그 속마음을 정말 알 수 없다. 전 고려대 교수 기사제보·문의·의견 opinion@mail.hani.co.kr copyright(c) 1995-1999 한 겨 레 . Mail to: webmast@ne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