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6월 6일 일요일 오전 03시 10분 53초 제 목(Title): 무어스/한국갯벌은 아마존과 같은 가치 [특별수기]英 민간생태학자 닐 무어스 “한국 갯벌은 아마존과 같은 가치” 습지보전 연대회의에서 국제 연대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닐 무어스(Nial Moorse)는 5월7~9일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습지에 관한 람사협약 세계대회 NGO회의에 참가해 한국 습지에 관한 생태보고서를 제출했다. NGO회의는 3년마다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 앞서 비정부단체간에 열리는 회의로 당사국 총회보다 더 깊숙한 현안을 다룬다. 닐은 환경운동연합등과 함께 98년4월 부터 200여일동안 국내 갯벌과 강, 호수의 습지를 찾아 다니며 생태를 조사한 결과 기존 학계보고를 상당수 수정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낯선 한국에 와서 습지의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 작업에 매달리는 이 벽안의 청년으로부터 감동적인 습지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 구술정리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 - 갯 벌 강 호수 등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 물론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도 힘든데 인간과 별관계도 없어보이는 습지에 뭐 그리 매달릴 게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나의 습지 생태계 조사활동은, 비유하자면 낭떠러지를 걸어가는 친구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들이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간척 결과는 습지의 황폐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알면서도 가만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여인숙에서 생활하며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나는 무척 행복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습지를 볼 수 있고, 용기있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습지와 환경운동가들은 내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추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 영어·드라마·생태학 전공 ------------------------------------------------------------------------------- - 나는 1963년 영국 리버풀 지역의 바닷가 마을인 사우스포트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가 나를 자주 갯벌로 데려갔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그곳에서 새와 풍부한 벤토스(게 조개 갯지렁이 등과 같은 갯벌 저서생물)를 볼 수 있었다. 갯벌이나 호수 같은 습지는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아주 훌륭한 교육장소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저서(低棲)생물이 있고, 눈에 담아둘 수 있는 새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갯벌에 어떤 생명체들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그러나 감각적이건 마음으로건 그런 생명체들을 느낄 수 있었던 듯하다. 그것이 중요하다. 내가 성년이 돼서도 줄곧 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때의 체험과 연결된다. 습지는 살아있다. 그곳에는 물이 있고 우리가 먹을 많은 생물이 살고 있으며, 에너지로 넘치는 장소이고, 수많은 생물의 종다양성과 생명덩어리로 이뤄진 곳이다. 거기선 잠시 자신이 인간임을 잊어도 좋다. 자신을 습지에 사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그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 홀 대학에서 영어와 드라마를 전공한 뒤 나는 3년간 고교 교사생활을 했다. 대학에서 세 번째 전공분야인 생태학을 공부하고 난 뒤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저어새를 위한 습지생태 설계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던 것이다. 그곳에 가면 넓적부리도요의 생태도 관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동아시아에서만 발견되는 넓적부리도요는 새를 관찰하는 취미를 가진 유럽인들에게는 신비의 새로 알려져 있어 그 새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던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 습지보전을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일본습지보전연대회의와 한국습지보전연대회의의 교류가 활발해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올 수 있게 됐다. 98년에는 경남대 초빙연구원으로 왔었고, 99년에는 환경운동연합의 초빙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 - 람사기준 충족 습지 63곳 ------------------------------------------------------------------------------- - 98년 4월부터 200여 일 동안 나는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59개 습지를 조사했는데 45개 지역이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가리는 람사기준에 적합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람사기준에는 물새에 의한 기준, 어류에 의한 기준, 독자적이고 특별한 습지에 의한 기준이 있다. 그 외 다른 이들이 조사한 내용을 합한 결과 63개 지역이 람사 기준 중 물새기준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람사 기준 가운데 물새에 의한 기준은 전 세계 개체수 중 1% 이상, 1년 통틀어 2만마리 이상의 새가 찾아올 때를 말한다. 물새가 많다면 그만큼 갯벌에 먹을 게 많다는 걸 의미하므로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어류의 기준과 독특한 경관 등의 기준으로 조사한다면 람사기준에 맞는 습지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람사기준에 맞는 63개 지역 가운데 32개 지역이 갯벌지역이었다. 이런 조사결과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국제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봄철 단 한번의 조사 결과 거의 20만마리 이상의 도요·물떼새가 한국 갯벌에서 발견된 사실로 보아 50만∼100만 마리에 이르는 도요·물떼새가 봄철에 한국의 습지에서 서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한국의 갯벌지역이 동아시아에서 도요·물떼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요·물떼새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는 새만금 갯벌과 아산만 지역으로 조사됐다. 아산만에서 1만8800마리의 흑꼬리도요가 발견됐으며,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화호에서 발견된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는 지금까지 중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을철 조사결과 새만금 지역의 광활한 갯벌은 남한에서 도요·물떼새들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로 밝혀졌다. 서해안에서는 600마리 이상의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제361호)가 단 한번의 조사로 확인됐는데,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개체수만도 125마리이다. 노랑부리백로의 전세계 개체수는 2200마리로 한국에서 발견된 개체수는 36%를 넘고 있다. 겨울철 조사결과 해남지역에서 16만8000마리에 이르는 가창오리 무리가 발견됐다. 그동안 알려졌던 가창오리의 전세계 개체수는 10만5000마리로 한국에서 이를 훨씬 뛰어넘는 개체수가 발견돼 한국 갯벌의 풍부한 생산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289마리의 원앙 무리가 발견돼 제주도가 세계 최대의 원앙 월동지로 밝혀졌다. 남해안에서는 1100마리의 검은머리갈매기가 발견됐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전세계 개체수는 5000∼1만마리 정도인데 한국 갯벌에서 발견된 검은머리갈매기가 11∼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20개 정도의 갯벌지역이 지금 당장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매립 위협을 받고 있다. 무차별적인 매립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파생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줄 사례를 한번 들어보겠다. ------------------------------------------------------------------------------- - 붉은어깨도요의 신비로운 생태 ------------------------------------------------------------------------------- -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생태를 보여주는 새 중에 붉은어깨도요가 있다. 이놈들은 시베리아동쪽 야산에서 5월말이나 6월경 번식한다. 9월경엔 이동하기 시작해 10월에서 다음 2월까지는 호주 퀸즐랜드에서 보낸다. 전세계 개체수는 약 30만마리. 크기는 비둘기 정도다. 이들은 아주 작은 조개종류를 먹고 산다. 갯벌에서 무리를 지어 있다가 밀물 때는 육지 쪽으로, 썰물 때는 바다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 먹는다. 만조가 돼 모든 갯벌이 물에 잠기면 한곳에 모여 잠만 잔다. 10∼2월까지 낮시간에는 썰물 때만 먹이를 먹고 밀물 때는 잠을 자며 밤에도 잠만 잔다. 그러나 3월이 되면 이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들은 밤에도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면 먹이를 찾아 먹는데, 하루중 21시간 가량이나 먹기만 한다. 밤에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부리 끝의 감각이 사람 혓바닥처럼 예민해서 먹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기 짧은 시간에 몸무게가 거의 2배가 되며 근육도 탄력이 붙는다. 1, 2월에는 깃털 색깔이 회색이다. 그러나 2월에서 3월로 접어들면 가슴둘레나 등쪽이 붉은 오렌지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은 몇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번식기에 접어들었다는 표시다. 색깔이 변하는 것은 아주 흥미롭고 중요하다. 그런 변화를 했다는 것은 자신이 많은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고, 자기 유전자가 건강함을 과시해 짝짓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본능적인 변화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10대가 돼 사춘기에 접어들면 결혼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울긋불긋한 옷들을 즐겨 입고, 자신의 신체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자기가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 보호용이다. 이들은 번식할 때 얕은 산에서 번식하므로 외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적을 혼동시키기 위해 몸 색깔을 자갈이나 땅 색깔과 비슷하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붉은어깨도요는 이동시기가 가까워지면 북호주 해안의 ‘8마일 해변’을 따라 남쪽에서 북쪽지역으로 서서히 몰려든다. 이 지역은 호주에서 아시아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3월 중순쯤 이동하기 2, 3시간 전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새들이 날기 시작하면서 자기들의 언어로 ‘준비됐니, 준비됐니’ 신호를 한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새들은 어떤 방법인지 모르지만 몸 속 수분을 모두 짜내서 그야말로 에너지덩어리가 된다. 아무도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지만 그 시기의 도요를 잡아 몸무게를 재본 결과 몸무게가 급속도로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 - 호주에서 한국까지 2∼3일만에 도착 ------------------------------------------------------------------------------- - 그런 변화를 보이던 새들이 어떻게 어떤 합의로 일시에 갑자기 장거리여행을 위한 비상을 감행할까. 학설에 따르면 몸안에 지방질이 60% 이상 축적되면 호르몬계에 변화가 생겨 대장정을 위한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을 유발하고, 그런 새들끼리 무리를 지어 차례차례 떠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새들이 자기장에 변화를 느껴 이동하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호주 북쪽 사람들은 붉은어깨도요가 이동하는 시기가 되면 변화가 왔음을, 봄이 왔음을 직감한다. 또 그렇게 떠났던 새들이 10월에 다시 돌아오면 축제를 벌인다. 그들에게 붉은어깨도요는 상징적인 날짐승이다. 수천년 동안 계속 살아온 새들이 다시 그 삶을 지속하듯 인간들도 변함없는 삶을 지속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떠날 준비가 된 도요끼리 원을 그리며 날아올라 고도 2000∼3000m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가기 시작한다. 호주에서 한국까지 쉬지 않고 2, 3일 만에 날아온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다른 곳에 들렀다가 온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이 나는 조건이 산소가 거의 없고, 영하의 차가운 기온이어서 그들은 아주 지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먹이가 풍부한 갯벌에 내리지 않으면 위험하다. 생산력이 풍부한 갯벌에 내리면 하루만에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새만금은 붉은어깨도요가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다.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약 3만8500마리의 붉은어깨도요가 발견됐다. 이는 전세계 개체수의 약 15%에 해당하는 엄청난 무리다. 8회의 조사를 통해 새만금에서 전 세계 개체수가 1% 이상인 새 16종을 발견했다. 다른 보고서에 보면 그 외에도 7종이 더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새만금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23종의 새가 람사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유사지역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생산성이 뛰어난 지역임을 말해준다. 또 전체 개체수로는 12만6000마리 이상의 물새가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새만금은 정말 거대한 지역이어서 한정된 조사로 새의 생태를 다 밝힐 수 없었다. 앞으로 더 세밀한 조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새만금이 매립되고 갯벌이 사라지면 붉은어깨도요들은 어디에서 먹이를 구할 것인가. 이웃 갯벌로 이동한다고 해서 먹이를 제대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새의 무리가 이미 그곳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이들 도요는 짧은 기간 먹이를 먹고 몸무게를 불려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 만약 먹이를 먹고 2,3주 늦게 시베리아로 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번식 시기를 놓치면 결국 무리에서 도태돼 죽게 될 것이다. ------------------------------------------------------------------------------- - 매립, 이 미친 짓을 당장 멈춰야 ------------------------------------------------------------------------------- - 정부는 4월19일 새만금사업의 경제성과 새만금호 수질보전 대책 등을 따져보기 위한 민·관 공동환경영향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방조제 축조작업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립사업을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현재도 매립사업은 진행중이다. 이는 진정한 환경평가를 원하기보다 여론에 떼밀려 시늉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농어촌발전연구소의 한 간부는 환경운동연합의 장지영 간사에게 “우리는 새만금매립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만약 멈추면 앞으로 다른 매립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측의 의도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습지보전연대회의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매립공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만금 공사를 너무 오랫동안 해왔고, 돈을 너무 많이 들이지 않았느냐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건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새만금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가치가 드러난 지금은 당장 멈춰야 한다. 국가가 이미 결정한 사항이라고 옳지 않은 길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나중에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다. “이 미친 짓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새만금의 경우 4만ha가 매립될 예정인데, 이는 이제까지의 매립계획 중 세계 최대의 넓이이다. 이 세계 최대는 자랑할 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어느 나라도 그처럼 무분별하게 매립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방조제 쌓는 데 드는 비용과 농경지 조성 비용, 논으로 만들었을 때의 가치 등 경제적인 면만 생각했다. 이 매립이 서해안 전체나 중국 등에 미치는 영향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물고기 산란장소로서 갯벌의 가치는 왜 경제적 가치로 고려하지 않는가. 갯벌 자체만 해도 어떤 경우 농경지보다 12배 이상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생태계는 진실에 근거한다. 인간의 선택을 생각해보라.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선택은 돈 정치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 근거한다. 갯벌에 사는 물고기나 새는 자신이 살아갈 조건만 되면 거기에 산다. 물고기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혹은 어떤 특별한 조건에 맞게 진화하며 살아왔다. 만약 그런 특별한 조건이 있다면 당연히 물고기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진실이다. ------------------------------------------------------------------------------- - 영종도 신공항 환경평가, 엄청난 부실 ------------------------------------------------------------------------------- - 매립이라는 방법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그렇다 보니 한국의 자연에 맞는 개발 형태, 한국의 자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던 개발에 외국 사례를 적용하면서 고유한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갯벌의 총체적 가치에 대해 시민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아마도 새만금사업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갯벌 가치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만약 사람들에게 전세계적으로 5곳밖에 없는 갯벌의 가치에 대해 얘기했다면, 그리고 미래세계에까지 지속가능한 생산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다면 누가 정부의 매립계획에 찬성했겠는가. 시민들이 그런 정보를 갖고 매립에 반대했다면 정부가 또 그렇게 무모하게 매립할 수 있었겠는가.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가 둘러싸고 있는 와덴시 갯벌의 경우 매립했던 지역을 복원한 뒤 주변지역에 어족자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땅이 좁으면서 인구증가율이 높은 나라다. 그래서 과거에 수없이 많은 매립과 간척을 해왔던 나라다. 그런데 왜 지금 네덜란드는 매립했던 갯벌을 복원시키고 있을까. 98년 12월 네덜란드 환경단체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매립을 중단하고 매립된 곳을 현명하게 복원하기 위해 길찾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20∼30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람들은 갯벌과 습지를 보호하는 게 매립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매립을 중단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자원을 증가시킬 것인가에 대해 인근국가들과 함께 연구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의 갯벌지역은 가치면에서 아마존 열대림과 맞먹는다. 한국사람들은 아마존의 열대림이 잘려나갈 때 지구생태계에 필요한 것이 잘려나가선 안된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그 아마존 밀림과 마찬가지의 가치를 갖고 있는 한국의 갯벌이 훼손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갯벌 훼손을 막기 위해 필요한 1차 자료인 생태계 조사만 봐도 그렇다. 한국에서의 조사를 보면 짧은 시간에 와서 새가 몇 마리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간다. 생태계 조사에서는 오랜 기간 관찰하면서 새와 생태계의 연관성을 살피는 게 기본이다. 생태계와 물새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어떤 형태의 갯벌에 어떤 새들이 진화해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뿐만 아니라 영종도 신공항이 들어설 지역에 대한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봤다. 영종도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조사가 단 1회 세 시간 만에, 그것도 물새가 없는 7월에 이뤄졌다. 7월에는 평균기온이 30도가 넘어 아지랑이 때문에 새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제적 보고서에 보면 1988∼91년 영종도 주변 갯벌은 갓 부화한 노랑부리백로의 먹이 장소로 나와 있다. 전세계적으로 2200마리밖에 없는 노랑부리 백로가 먹이를 구하는 장소인데, 그 보고서에는 노랑부리백로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우리는 가을철 영종도 신공항 부지 갯벌에서 1만5000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 전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부리갈매기를 발견했다. ------------------------------------------------------------------------------- - 물새 많은 10대 갯벌 모두 간척 ------------------------------------------------------------------------------- - 지난 200여 일 동안 나는 많은 조사를 해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의 마리 수를 계산하고, 습지의 상태를 살폈다. 그날 저녁에는 지역단체 사람들 앞에서 슬라이드 상영과 설명회를 했다. 슬라이드 쇼는 모두 60여회를 했다. 이후 조사 결과를 두고 또 약 70여회의 습지 교육을 가졌다. 슬라이드 쇼를 통해 습지 형태나 건강성 등에 대해 주민·지역단체들과 깊이있게 토론했다. 그 과정에 더 명확히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의 매립 프로젝트는 대부분 생태환경에 대한 충분한 기초조사도 없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환경단체들도 매립을 반대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정부를 설득할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했다. 일부 기관에는 높은 수준의 자료가 축적되지만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자료를 모으는 방법이 겨우 한정된 종의 새만 표피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노랑부리백로가 인천 갯벌에 있으면 왜 그곳에 있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새라면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따져보지 못한 듯했다. 우리의 기초조사 작업이 헛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새가 가장 많은 10개 지역이 모두 갯벌이었다.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런 갯벌이 대부분 매립이 진행중이거나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놀랄 만한 사실 아닌가. 예컨대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새만금은 100% 간척사업이 진행중이다. 금강하구도 주변 지역에 건물을 짓는 것으로 봐서 간척사업이 진행중인 듯하다. 아산만은 이미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서해안 고속도의 다리가 가로지르고 있어 6000 ha 정도가 매립될 것으로 보인다. 물새나 조개종류로 봐서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인 남양만은 7000ha가 매립될 예정이다. 낙동강하구의 경우 삼성자동차가 500ha 정도를 매립할 계획이고, 부산시는 리조트나 박물관 등을 짓기 위해 2200ha를 매립할 계획이다. 이곳은 지난 10년간 1200ha 정도가 급속도로 매립됐다. 순천만의 경우 매립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갯벌로 이어지는 작은 강인 동천의 직강화 문제로 위험에 처해 있다. 순천시에서는 개발을 진행하려 하고, 지역주민들도 동조하고 있지만 환경단체 등에서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 일대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강화도 남단 갯벌도 영종도 신공항 건설과 맞물려 매립될 계획이다. 영종도 남단 갯벌은 공항 개발 이후 호텔 등과 관련, 9000ha가 더 매립될 계획이다. 그런데 공항 관리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새들이 많으면 비행기가 이착륙하는데 지장이 있으므로 갯벌을 더 매립해서 물새가 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영종도 갯벌에는 천연기념물 제 202호인 두루미가 들른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두루미에 대해 관심이 많다. 두루미가 비행기의 안전에 방해가 된다면 두루미가 살 수 있는 다른 지역을 제공해주면 된다. 그러지 않고 두루미의 서식지를 없앨 경우 두루미가 공항을 넘나들며 자신들이 살 곳을 찾아다니게 돼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들이 영종도 공항에 내렸는데 두루미가 살고 있는 것을 봤다면 얼마나 인상적으로 기억할 것인가. 왜 그것의 가치는 생각지 않을까. 한국은 람사협약 가입국이다. 람사 가입국은 생산성이 뛰어난 습지를 지속가능하게, 현명하게 이용하도록 정책을 세우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람사 기준을 충족하는 습지를 매립과 간척을 통해 육지로 바꾸고 있다. 한국은 대암산 용늪과 우포늪은 람사지역으로 지정해놓고 왜 갯벌은 지정하지 않는가. 람사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것이다. 사람과 물새, 조개 등 거기에 근거를 두고 살고 있는 모든 것이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 - 영국 여왕이 승낙한 습지프로젝트 ------------------------------------------------------------------------------- - 지난 4월말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환경운동연합은 영국 여왕에게 3000만원의 습지보전프로젝트를 제안, 지원비를 받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이 영국의 습지를 둘러보고 습지보전방향과 주민과의 관계 등을 배워온다는 취지다. 그동안 습지조사활동을 함께 해오던 습지보전연대회의의 김경원씨는 한국시민운동이 전망을 제시할 때 주민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새만금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공유수면에서 했던 어로행위 등에 대해 보상금 몇 푼을 받고 매립해도 좋다고 찬성한다고 해서 전체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매립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결정인가. 새만금의 가치는 한반도 전체에까지 미치는 게 분명한데 어민 몇 사람이 결정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때는 그들이 자연의 원래적 가치를 존중하는 쪽으로 살아가고자 할 때여야 한다. 지금 현재 갯벌을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상황을 보자. 이미 아들 딸들은 성장해서 다 도시로 나가 있다. 나이가 든 주민들은 이제 옛날 만큼 왕성히 어로활동을 할 수 없는 데다 앞으로 대를 이을 사람도 없다. 그런 상황에 보상금으로 한 몫 챙기려는 것은 당연한 행동 아니겠는가. 그리고 국가의 정책이 거기에 살고 있는 어민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습지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갯벌과 더불어 살아왔던 어민들이 계속 살 수 있게 더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갯벌 매립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끼치더라도 적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어족자원 문제가 심각해 한국과 어업협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전북대 이충일 교수는 새만금 갯벌이 서해안 어족자원에 75%의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해양 생태계에서 어족자원의 3분의 2가 갯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갯벌이 치어의 산란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갯벌이 사라지면 어족자원이 고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이미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범해왔다. 무분별한 산업화로 동식물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면서 수많은 동식물종이 멸종해가는 것을 봐왔다. 상생과 순환의 원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상실했던 자연의 가치를 되살리고, 앞으로의 자연보전을 위해 습지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습지를 생태교육장으로 살려야 ------------------------------------------------------------------------------- - 엘리자베스 여왕이 왜 한국의 습지 교육비로 3000만원이나 지원하겠는가. 외국에서는 왜 습지를 그런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가. 그것은 습지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습지보전운동이 벌어진 것은 불과 20∼30년 전이다. 내가 열살 때였던 듯하다. 내 고향에 기러기의 감소 문제가 있었고, 기러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문제가 있었다. 결국 지역주민들이 기러기를 위해 주변지역의 일부 습지를 사서 기러기가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했다.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합심해 땅을 사는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농부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지불하는 관람료나 EC 등 외국단체의 지원금을 농부들에게 돌려줬다. 농부들은 수입이 늘어났고, 지역단체의 활동으로 농작물 피해도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태계보호지역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곳은 이제 해마다 4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갈 만큼 좋은 환경 교육장소가 됐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내 고향의 생태운동은 더 활발해져 지금은 20km 지역 내에 그런 습지가 7개나 갖춰졌다. 기러기 보호지구는 이제 국제적 관심거리가 됐고, 해마다 3500마리의 기러기가 몰려온다. 그런데 해남만엔 가창오리가 16만8000마리가 온다. 더 놀라운 일은 그런 엄청난 수의 새가 몰려드는데 어느 누구도 새들을 보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주남저수지나 우포늪 등지로 탐조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근접해서 볼 수 있는 어떤 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정부는 약간의 시설을 설치하는 대가로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받으면 될 것이다. 관광객들이 영화 한편 보는 값, 혹은 커피 한 잔 마시는 값을 새 관찰 대가로 지불한다면 지역사회도 부유해지고 물새도 보호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정도 돈을 지불하고 자신도 만족하고, 아이들에게는 대자연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시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엄청난 돈을 투자해 아이들에게 추상적 지식만 가르칠 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습지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진정한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게 하자. 그것이 나의 간절한 소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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