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6월 6일 일요일 오전 03시 07분 06초 제 목(Title): 인터뷰/김진선 대통령님 영월댐은 안됩니다 [인터뷰]김진선 강원도지사 “대통령님 영월댐은 절대 안됩니다” 대통령의 영월댐 관련 말씀 한마디에 관계부처가 우왕좌왕하고, 건설 강행과 보류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한 대통령 태도에 언론도 덩달아 춤추는 사회. 대통령에 맞서 영월댐 건설 불가를 천명한 김진선 지사를 만나보았더니…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 - “대 통령 발언을 단 하루만에 ‘뭉개버린’ 뱃심좋은 도지사” “건국 이후 처음으로 중앙정부의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광역자치단체장”. 지난 4월8일 강원도 동강 영월댐 건설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김진선(金振先先·52) 강원도지사에 대한 각 언론의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그 전날인 7일 건교부와 환경부의 국정개혁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영월댐 건설과 관련, “댐을 건설하지 않으면 수도권 홍수 조절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며 댐 건설을 추진할 뜻을 시사한 뒤 김지사가 바로 응수라도 하듯 댐 건설 불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김지사의 발언은 강원도민 절대 다수와 전국의 환경·시민단체 대부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힘이 실려 있었다. 실제로 김지사의 입장 표명은 그동안 조용히 있던 ‘암하노불’(岩下老佛;바위 밑 늙은 부처라는 말로 강원도민을 비유하는 애칭)들의 무거운 입을 일제히 열게 했다. 강원도의회 및 강원도 18개 시·군의회를 비롯해 시민·환경 및 종교단체도 덩달아 댐건설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강원도와 이웃한 충북도의회도 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강원도 내의 반대 여론을 수도권의 물 수급과 홍수 조절이라는 논리로 밀어붙일 수만은 없게 된 상황까지 맞았다. 강원도 토종인 김지사의 발언은 그만큼 파급 효과가 컸다. 그의 발언이 있고 한달 남짓 흐른 5월3일 김대통령은 강원도 행정개혁 보고를 받기 위해 춘천을 방문했다. 오전 10시경 춘천역에 도착한 김대통령 부부를 영접하기 위해 김지사가 마중나왔다. 강원도청 관계자들은 한달 전의 사건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과 지사의 만남이 다소 불편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은 어긋났다. 김대통령은 김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의욕이 강하다. 젊은 도지사를 중심으로 강원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격려 했다. 또 김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영월댐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광명소나 생태계를 포함, 모든 가능성을 놓고 전문적·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선입견을 버리고 건설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의 댐 건설을 시사한 발언과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른 말이었다. 김지사의 주장이 청와대까지 먹혀들어간 것일까? 기자는 5월6일 김지사를 만나기 위해 춘천으로 갔다. 그의 발언은 지사로서의 소신이 아니라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행위라고 깎아내리는 평가도 있던 터였다. ------------------------------------------------------------------------------- - “대통령께 미안한 마음 들죠” ------------------------------------------------------------------------------- - ―영월댐 건설 불가를 밝힌 뒤 도청에서 대통령을 만난 게 처음인가요? “그렇습니다.” ―김대통령을 만날 때 좀 불편하지 않던가요? “제가 댐 건설 불가 입장을 밝힌 시점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 측면에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점에서 송구스러웠지만 건설불가 방침을 밝히는 시점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데다, 그 시기를 놓치면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데요? “영월댐 건설 계획을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댐 안전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는 상황에, 댐건설을 맡은 건교부를 비롯해 강원도 등 유관 기관들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놓고 최종 판단하는 작업을 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쪽에서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나 조짐이 계속 흘러나오더니, 다음엔 찬성이냐 반대냐로 편을 가르는 등 상황이 엉뚱하게 변질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강원도의 입장을 정리해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도민들이나 주변에서 저한테 영월댐 건설과 관련해 강원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왜 입장 표명이 없느냐고 하면서 불만의 소리도 높았습니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월댐 건설과 관련해 무슨 얘기를 나누었습니까? “강원도 지사로서 댐건설 불가 입장을 공표하기까지의 과정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이 이해하던가요? “(웃으며)대통령께서도 객관적으로 해보려고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의 질문에서도 객관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답하신 거고….”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건설을 하겠다는 쪽인지 아니면 건설을 보류하겠다는 쪽인지…. “일단은 긍정적으로 바른 방향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했죠.” 김지사는 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25년간 줄곧 행정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98년 강원도 행정부지사로 재임하던 중 당시 최각규 강원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직을 사퇴하자 한나라당 공천으로 6·4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래선지 김지사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관료 이미지가 아직도 물씬 풍겼다. 그는 대통령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출했고,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신중을 기하느라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 그를 더욱 다그쳐보기로 했다. ------------------------------------------------------------------------------- - “대통령도 건설 반대할 것” ------------------------------------------------------------------------------- - ―만일 대통령이 동강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말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잠깐 말이 없다가) 저는 그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께서는 예컨대 안전성 문제 하나만 가지고 기술적·전문적·객관적으로 검토 해보자고 말씀하신 게 아니고, 수도권의 물수급 문제와 생태 환경 문제 등 예측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밀하게 검증해보고 최종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요소들을 정밀하게 검토한다면 건설 쪽으로 결론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해서 그 결과를 보자고 했는데 댐 건설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다면요? “중앙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서 앞으로 어떤 시스템을 가동하고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강원도는 우리 나름으로 여러 가지 근거 내지 논거를 가지고 조사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가 검증할 것이고 적절한 대응도 할 것입니다.” ―댐건설과 관련해 강원도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로 볼 때 검증작업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나온 자체 조사를 보더라도 댐 건설은 안된다는 입장인지 명확히 해주시죠. “후자로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환경 가치나 안전성에 대한 신뢰 문제 등을 검토해봤을 때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김지사의 댐건설 불가 발언 이후 대통령은 서울에서 댐건설 재조사 방침을 밝혔고, 이번에 강원도에 와서도 다시 한번 확약했습니다. 이것은 김지사의 발언 때문이 아닐까요? “꼭 제 입장 표명 때문이라고만 말하기 어렵고…, 댐 건설에 대해 대통령이나 주변 참모들이 정밀하게 점검해볼 계기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은 듭니다. 이 문제가 워낙 중요하고 또 대통령께서도 세밀한 분이라서 소상히 알고 계십디다. 사실 대통령은 처음부터 댐건설과 관련해 중립적 입장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자세였던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을 언론에서 어느 한쪽으로 무게를 실어줬다고 해석했던 거지요.” 과연 그런가. 동강 영월댐 건설과 관련한 김대통령의 발언록을 살펴보자. 김대통령의 처음 발언은 지난 3월3일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동강’이 방영된 직후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아름다운 강이 있느냐”고 칭찬했다는 후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3월13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많은만큼 대안을 검토해보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또 “이는 그 전부터 건교부가 추진해오던 동강댐 건설을 보존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환경·시민단체들도 대통령의 의중이 댐건설 보류 쪽이라고 해석하고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3월15일 대통령의 발언은 달라졌다. 김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동강댐은 천혜의 자원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수해를 막고 2000년대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 “양자의 의견을 보도,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댐건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전혀 반영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전 발언과는 뉘앙스가 상당히 달랐다. 김대통령은 이어서 4월7일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국정개혁보고회의에서 지난해 홍수로 1조6000억원의 재산과 수백명의 인명 피해를 봤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물 부족 문제는 다른 해결 방법이 있지만 동강댐이 없으면 수도권의 수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단체 등 댐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홍수방지와 관련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한 발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 그 다음날 김지사의 반대 입장이 표출됐고, 김대통령은 신뢰할 만한 기관에 맡겨 조사한 뒤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던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오락가락했다고 보지 않습니까? “정책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양쪽을 다 살펴야 합니다. 댐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 물 수급과 홍수 조절 문제 등 현실적인 필요성을 강조하니까 그쪽 말도 들어봐야 할 것이고, 반면에 환경·생태계 문제 등도 고려해봐야 하겠지요. 대통령께서는 특히 홍수 문제를 걱정하신 것 같은데… 여하간 대통령의 발언이 왔다갔다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게 한 것은 일차적으로 댐건설론자들의 입김 때문일 것이고, 중립적 입장에 서서 최종 판단해야 할 대통령을 주위에서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점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 야당의 정치적 의도는 없나? ------------------------------------------------------------------------------- -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지사의 댐건설 불가 발언을 두고 김지사가 한나라당이니까 그쪽의 입장, 정치적인 고려 등이 개입돼 있다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들이 있다는 걸 저도 들었습니다. 아마 발표 시점이 미묘해서 더욱 그런 소문이 나도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명백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인 측면은 전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 강원도는 집권당이 상당히 신경을 쓰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김지사는 집권 여당이 표를 의식해 대다수 강원도민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댐건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못하리는 점을 계산하고 반대논리를 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강원도 일부에서는 댐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어내자는 ‘조건부 수용론’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정치 흥정을 위한 배팅용 아니냐는 것인데…. “(김지사는 이 질문에 언짢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총선과 관련해서 정치적으로 여야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바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얘기하는 것인데, 댐건설 문제는 제가 소속된 당에서도 상당히 예민하게 생각했지만 저는 지도부에 당 차원에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저의 순수한 뜻이 정치적으로 왜곡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부탁했던 겁니다. 또 강원도 입장을 밝히기 전에 청와대 담당 수석실, 관계부처, 여야 정책관계자들에게 미리 배경을 전달했구요. 그리고 조건부 수용론? 만약 제가 이런 것을 고려했다면 아예 접근 방식을 달리했을 겁니다. 저는 영월댐 불가 입장을 밝히는 대목에서 우리나라 댐건설과 관련해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는 영월댐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공급위주의 댐 건설 및 관리 정책이 최선인지,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지적했지요. 강원도가 뭘 더 얻어내려고 했다는 것은 억측입니다.” ------------------------------------------------------------------------------- - 동강 자체가 천혜의 자원 ------------------------------------------------------------------------------- - ―동강댐 건설 예정지에는 직접 가보았습니까? “제가 영월에서 2년 동안 군수 생활을 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댐 건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갔었죠.” ―동강을 직접 탐사해보았나요. 어느 경관이 특히 좋아보이던가요?(이 질문은 김지사가 동강에 대해 얼마나 실제적으로 접근해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동강이 국민적 주목을 받자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관리들은 동강 하류 일부를 들여다보고 자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과장하거나, 혹은 별로 아름다운 곳도 아닌데 왜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곤 하기 때문이다) “제가 입장 발표를 하기 전에 강원도의 자문교수들과 함께 수몰예정지 전 구간을 정밀하게 답사했습니다. 제 눈으로 동강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길이 있는 곳에서는 차를 타고 길 끊어진 곳에서는 래프팅을 했더니 대략 6시간이 걸립디다. 저는 동강의 참모습을 보고 싶으면 전 구간을 다 답사해보라고 권합니다. 하류에서 1~2시간 래프팅하는 것으로는 동강의 참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동강은 전 구간이 다 아름답습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같은 관광지는 아니겠지만 동강 자체가 대단히 뛰어난 경관입니다. 물도 좋고, 특히 정선 상류지역과 하류쪽 어라연 물빛은 신비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동강은 한국에서 곡률도가 제일 높은, 보기 드문 사행천인데다가 생태 환경적으로 희귀한 자원도 많습니다. 주변에 관광 농업지대를 조성하는 등으로 활용가치도 대단히 높은 지역입니다.” ―실제로 동강 지역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아직까지 구상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동강 환경을 다치지 않으면서 현지 주민들이 특화작물로 농업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업, 트래킹 코스 등등 여러 가지 해볼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가 영월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수몰예정지역 주민 중에서는 계획을 빨리 확정짓고 피해보상도 해달라는 등 댐건설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보았습니까? “그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그분들의 동향과 의사는 대충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댐 건설 때문에 몇년간 피해를 입었으니 빨리 추진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또 ‘우리 생존권이나 재산권 문제를 떠나 모든 걸 고려하면 댐건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강 지역을 현지 답사하면서 수몰지역 주민 대표들을 만나 의사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의 최종 의사가 ‘지금은 댐건설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확인하고 강원도의 입장을 밝힌 거지요.” ------------------------------------------------------------------------------- - “건교부 홍수조절 논리 근거없다” ------------------------------------------------------------------------------- -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댐 건설 논리는 한강 홍수 조절과 수자원 확보, 이 두 가지인데요. 수자원 확보는 사실 강원도 주민과는 상관없는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만, 홍수는 서울쪽 뿐만 아니라 강원도 지역도 해당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72년과 90년에 동강이 흐르는 영월 지역도 큰 홍수 피해를 보았잖습니까. 홍수 방지를 생각한다면 건설 필요성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영월에 근무하면서 홍수도 겪었지만, 영월은 특이한 지역입니다. 영월읍 일대는 동강의 물살이 급한 데다가 평창강과 합수(合水)하는 지점입니다. 또 오목천의 물도 합류하는데, 이 물들이 빠지지 않아 침수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 영월은 제방을 상당 수준 높이고, 하폭도 넓혔고, 오목천의 물은 동강 중간 지점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어 물살이 막히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입니다. 옛날에는 영월 주민들도 어려움을 당해서 댐이 건설됐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조치한 이후에는 홍수가 거의 없어요. 그리고 90년도의 홍수 피해는 주 원인이 충북 중원군의 충주댐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또 정선 등 동강 상류 지역에 발생한 홍수는 영월댐 건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상류 지역은 수도권처럼 한강에 물이 많이 모여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집중 호우가 내렸기 때문이에요. 특히 동강 상류 지역은 비가 올 경우 짧은 시간에 물이 대단히 빠르게 흐르는 지역인데, 댐을 건설해 동강을 막아보세요. 더 큰 홍수가 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중에는 홍수와 관련한 수몰 예정지까지 계산돼 있다지만 그 계산대로 안될 수 있고 정선 읍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소리도 나옵니다. “ ―말하자면 영월댐 건설은 홍수 방지 차원에서도 강원도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지요? “상관이 없죠. 오히려 강원 지역이 홍수 피해를 더 크게 볼 수 있는 거지요.” ―김지사의 논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이기주의의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특히 댐을 건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런데 한번 차근차근 따져볼까요? 동강댐 건설이 강원도 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 홍수 방지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건 충북 사람들이 다 아는 거고, 나머지 하나가 수도권 홍수 조절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영월댐 아니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 ‘매년 홍수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2000년대에 물 부족 사태가 생긴다’ 등 진짜로 이런 상황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예측된다면 얘기가 다르지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담수용량 6억t의 영월댐이 수도권의 홍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 부족도 대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댐건설 반대가 단순히 강원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 동강을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원주민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 - 건교부에 보복당할까 ------------------------------------------------------------------------------- - 김지사는 영월댐을 세웠을 때의 이익 뿐만 아니라 안전성 우려 및 생태환경을 영구히 잃는 등의 손실도 비교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어는 것이 국가 백년대계에 득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 법규상 댐 건설지는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게 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댐 건설로 인한 각종 사회·행정적 비용을 수혜자인 하류쪽 사람들은 한푼도 부담하지 않고 모두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감당케 돼 있다는 것. 반면 댐 건설지역은 수몰지역에 대한 보상 외에 혜택이 없으며,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각종 재산권 행사가 규제되는 것은 물론 댐 인근 주민들은 오히려 상수도 요금을 비싸게 물어야 하는 등 각종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댐 건설을 하더라도 현행 댐 관련 법규를 대폭 개정해 상류 지역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그나마 반발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지사는 강원도의 관광사업 발전을 위해 도로교통망 등 사회간접 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건교부의 협조를 긴밀하게 얻어야 하는 사항인데, 이번 발표로 인해 건교부나 중앙정부에 ‘괘씸죄’에 걸려 일에 지장이 없겠습니까?(웃음)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건교부는 물 자원만 관리하는 게 아니고 국토 전체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정책을 다루는 곳 아닙니까. 강원도 문제, 특히 도로교통망 시설이 우리 강원도 사람들만 잘 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강원도가 기반 시설을 잘 갖춰 관광 1번지로 발돋움하면 전 국민들한테 좋고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사적인 채널로 강원도 개발과 관련해 건교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더러 얘기하고 있죠. 업무와 연관해서 중요한 책임권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사실 강원도 출신들이 많아요(웃음).” ―영월댐 문제로 다툰 적은 없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미안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개인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니까 이해를 하라고 말하죠.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을 겁니다.” ------------------------------------------------------------------------------- - 자기 색깔의 정치인으로 ------------------------------------------------------------------------------- -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김지사는 정치적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등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신있는 도백’이니 ‘뱃심좋은 야당 정치인’하는 등으로… “소신있는 도백이니 뱃심좋은 정치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요(웃음). 제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정치성을 가졌다면 제가 오히려 이것저것 재느라 입장 표명을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강원도지사가 중앙정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다른 광역자치 단체장을 상당히 고무시켰고, 일부 도지사나 시장은 김지사를 격려했다고 들리던데요. “그런 분위기가 없잖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바른 판단이나 논거가 있다면 그것이 공개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그걸 상대방에서도 수용하고 서로 논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김지사는 행정을 할 때 기초자치단체장들하고 의논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까? “예, 가동합니다. 도와 시·군과는 어떤 경우는 상하·수직 관계에 있지만 어떤 것은 상호협력 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도 차원의 일이 해당 시·군과 연관될 경우 저는 알려주면서 그쪽 생각은 어떤지, 어려운 게 있으면 무엇인지 얘기하라고 하죠. 그렇게 해야 일이 처리되죠. 이젠 서로 힘을 합쳐서 일을 해야 합니다. 도와 중앙정부의 관계도 그런 식으로 관계 설정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아쉬운 면이 있죠.” 영월댐 반대 입장과 관련해 김지사는 하고 싶은 말은 더 있지만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듯했다. 야당 정치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중앙정부와 껄끄러워지면 자신의 숙원인 강원도 발전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했다. ------------------------------------------------------------------------------- - Copyright(c) 1999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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