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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5월  5일 수요일 오전 02시 39분 02초
제 목(Title): 진중권/ 근대와 유교의 어설픈 인연 


근대와 유교의 ‘어설픈 인연’ 
유교가 우리의 이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함재봉 <탈근대와 유교>) 


유교가 우리의 이상이 될 수 있단다. 왜? 그게 “근대사상의 모순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즉 공자님을 사부로 모셔 도덕정치를 펴는 게 “근대의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란다. 과연 그럴까? 삼강오륜을 한 몸에 구현한 도덕군자들이 
주제넘게 고리타분한 설교를 늘어놓으며 시민을 종 부리듯 부리는 게 근대의 
“극복”일까? 중세로의 회귀가 아니라? 함재봉의 “이상”이 이 땅에 실현되면, 
아마도 어린 백성은 니르고져 홀 배 이셔도 마참내 제뜯을 시러 펴디 못할 경우가 
할 게다. 

이 우익 포스트모더니즘의 바탕엔 괴상한 ‘모순’이 깔려 있다. 가령 그는 
“동서양의 사상을 동등한 차원에 올려놓고 비교검토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양자를 “비교검토”하려고 동서양의 사상을 과감하게 통약한다. 물론 
유교가 더 낫다고 얘기하려고. 그러더니 불리한 맥락에선 다시 문화간 통약 
불가능성을 주장한다. “근대 서구사상과 유교 (…) 중 어느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거나 과학적이라는 것을 판단해줄 제3의 담론이나 기준은 없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교가 서양의 근대사상보다 ‘낫다’고 판단할 “제3의 
기준”은 있는데, ‘못하다’고 판단할 “제3의 기준은 없다”? 

문제는 이런 거다. “우리가 그리는 이상사회가 좀더 ‘인간적인’ 사회라면 학연, 
혈연, 지연은 맹목적으로 타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게 그가 “그리는 
이상사회”다. 그의 이상은 이미 대한민국과 전세계 모든 후진국에 과도하게 
실현되어 있다. 지겹지도 않나? “혈연”으로 경제를 부패시키고, “지연”으로 
정치를 왜곡시키고, 나아가 “학연”으로 공정성을 해쳐 사회정의를 무너뜨리고… 
우리나라도 발전할 만큼 했으니 이런 거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걸 그는 “인간적인 사회”라 부른다. 왜? 그에게 “인간”이란 “가치, 
당위, 도덕”이니까. 그래서 개인적 차원에선 “삼강”, 즉 “임금과 어버이와 
부부의 인륜에 대한 충, 효, 절의”, 사회적 차원에선 “위계질서와 도덕, 권위”,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신, 극기, 훈련”이 필요하단다. 한마디로 
“권위” 있는 꼴보수 “도덕” 군자들이 사회를 “위계질서”로 조직한 다음 
“극기” “훈련”을 강요해 시민을 말 잘 듣는 “인간”으로 “수신”시키되, 그 
짓을 “천지가 끝날 때까지” 하겠다는 얘기다. “도는 (…) 천지가 생길 때부터 
같이 생겼고 천지가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아서….” 

아리스토텔레스 대신 공자님. 이게 바로 근대 자유주의를 넘어섰다는 한국의 
탈근대 우익 공동체주의다. 천박하게 이해된 탈근대는 이렇게 근대를 ‘탈’하여 
전근대로 돌아가는 법. 유감스럽게도 이게 ‘공동체주의-자유주의 논쟁’의 한국적 
버전이다. 왜들 이럴까? 그러잖아도 한국, 참 피곤한 사회다. 나이 몇살 더 
먹었다고 건방지게 “인간”이 되라는 둥 말라는 둥 충고를 하며 제 개인적 
인생관을 막 남에게 강요한다. 정말 짜증난다. 

마지막으로 그가 “그리는 이상사회”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이상향을 꿈꾸는 
대한민국 우익의 포스트모던적 상상력. 오, 하느님. “유교전통의 유토피아를 
논하고 있는 최근의 시도 중에 흥미있는 것으로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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