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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5월  5일 수요일 오전 02시 35분 21초
제 목(Title): 김동춘/ 가난과 죄인 


가난과 죄인 


 

가난한 자는 이중으로 서럽다. 가난이 자신과 가족에게 고통을 주고, 자유를 
제약하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개고 체신을 지킬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서럽다. 그러나 가난은 대개 가족, 이웃, 그리고 사람들간의 다툼을 
수반하고, 이들은 그 다툼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기가 십상인지라 더욱 
서럽다. 중국의 근대 선각자 강유웨이(康有爲)는 “부족하면 다투게 마련이므로 
비록 성인이라도 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사회에서 갈등의 원천은 
바로 가난한 자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과정에 있다. 따라서 가난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갈등이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유교사상에서도 자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치는 ‘예의 범절 없는’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이 일으키는 분란을 
적절히 다스리기 위해 법(法)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난리통에 더 부자가 된 사람들 


지금 온 나라는 지하철 노동자들과 정부간의 다툼으로 시끄럽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노동자들을 향해 왜 해마다 ‘이기주의’를 앞세워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냐고 ‘용기있게’ 질책한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행동은 명백히 법을 어긴 
것이므로 ‘타협을 하지 않고’ 엄하게 대처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주동자는 
전원처벌하여 공권력의 권위를 세우고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하철 노조 간부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으며, 자신들에게는 
퇴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IMF 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는 그동안 나라를 이 모양으로 이끌어온 사람들이 
크게 혼쭐이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들은 건재했고, 
오히려 정권이 바뀌고도 여전히 잘 나갔으며 일부는 이 난리통에 더 부자가 됐다. 
하기야 6·25전쟁통에도 모든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한국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은 모두 전쟁통에 수입물자 배분받고, 정부 특혜를 받아서 
돈을 몇배 몇십배나 벌었고, 그 이후에 거대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인 중 
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혈육을 상실하고, 재산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가는 고통에 
신음한 시절에도 기쁜 표정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난리 이전에 이미 
부자였던 사람들 중 일부는 난리통에 더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애초부터 없었던 
사람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IMF 이후 실업자가 된 100여만명 사람들의 
전직(前職)은 대부분이 임시노동자, 불완전취업자 등 사실상 실업자에 준하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다. IMF 이전 아래에 있던 사람이 더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가난한 자를 구제할 수 없을 때, 가난은 범죄의 씨앗이 된다. 적극적으로 기성 
질서에 저항을 해서 범죄자가 되기도 하지만, 이제는 부자의 재산을 강탈하거나 
남을 해침으로써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유럽의 실업률보다 
낮다는 지적이 많지만, 어떤 학자는 유럽에서는 실업자로 있을 사람이 미국에서는 
감옥에 있다고 비꼬아 말한 적이 있다.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가 5천건이 넘는 나라, 흑인의 1/3이 감옥을 갔다 온 
나라가 미국이다. 바로 빈부의 격차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큰 미국의 모습이다. 
우리는 미국인, 특히 미국의 흑인이 특별히 범죄형의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난과 차별이 죄인 것이다. 가난이 죄인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퇴로가 없을 때… 


그런데 IMF는 한국에서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다. 작년 한해만도 노동자 중 
470여명이 기소됐고, 200명 이상이 구속됐다. 그들은 대부분 정리해고를 
반대하다가 범죄자가 된 것이다. 그들은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으며, 폭력을 
사용했고, 사용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파업의 
사유가 되지 않는 구조조정 사안을 제기했으며, 냉각기간을 거치지 않고 파업에 
돌입하여 ‘명백하게’ 범법을 했다. 실정법의 기준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범죄자이며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가난한 자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다툼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밥줄이 끊기는 위협에 처해 있는데 예의를 차릴 수 있을까? 가난한 자는 가난한 
처지 때문에 더욱 비굴해질 수도 있고, 약간의 시혜에 감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퇴로가 없을 때, 그들의 저항은 성인도 가로막기 어려울 것이다. 대체로 
타협과 양보는 가진 자의 미덕이다. 어떠한 엄격한 법도 인간의 법칙 위에 설 수는 
없을 것이다. 돈이 없어 못 배우고, 못 배워서 또다시 가난하게 됐으며, 가난해서 
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은 언제 끝이 날까.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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