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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4월 25일 일요일 오전 08시 10분 25초
제 목(Title): 진중권/자유주의에도 등급이 있다 


자유주의에도 등급이 있다 
나는 곤혹스럽다/고종석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대중민주주의 아래서 그 폭력의 뿌리는 유권자들인 대중이다.” 아 섹시해. 미셸 
푸코? 아니다, 공병호다. 놀랐지? “폭력을 가진 대중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들을 늘 시기하고 질투한다.” 뿌지직, 이 말을 싸고팠던 거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들을 대리공격해 정치생명을 유지해간다.” 와, 우리의 ‘갈등하는’ 
계급 “본능”. 심지어 의회주의까지 공격한다. 이쯤되면 흡스는 저리 가라, 
자유주의 극우파다. 

복거일의 버전은 점잖다. “민주주의(의) 위험을 줄이는 것은 자유주의의 몫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는 마치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다수결)의 폐해를 보완해 
주는 보족물에 불과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뒤에서 그의 리비도는 슬쩍 
주객전도를 수행한다. “우리는 민주의 측면보다 자유의 측면에 더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무슨 말일까? 

에세이스트 고종석의 지적. “나는 복거일이 ‘전두환 대통령의 과감한 자유화 
정책’을 거론하며 그의 경제적 치적에 점수를 줄 때 곤혹스럽다.” 한마디로 
영업의 ‘자유’를 위해 ‘민주’를 희생할 수 있다는 얘기. 그래서 복거일은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며 전두환 역성을 들었던 거다. 살인마 피노체트를 
싸고도는 철의 양심 대처 여사처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둘의 결합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아, 그래요? 그러니 우리, 그의 ‘자유’가 정치적 
자유까지를 의미한다고 착각해 주지 말자. 그럴 ‘필연’성 없단다. 

“저는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 부릅니다.” 복거일씨, ‘자유주의’는 고릿적에 
둘로 갈라졌대요. 여러분 같은 분은 이제 ‘자유주의자’(liberalist)가 아니라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라 부른대요. 근데 왜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 
불러요? 기막힌 사연이 있단다. “맑스주의의 위세가 대단한 우리 사회에서 
맑스주의와 자유주의를 대비시키는 것은 현실적 관행….” 쯔쯔, 혼자 냉전을 
계속하고 있어서 그런 거다. “저를 ‘진정한 자유주의자’라 부른다면 칭찬으로 
여기겠습니다.” 왜? ‘아니’라고 교정을 해줄 일이지. 

한국 자유주의의 세 얼굴. 얼마나 다른가? 이중 현대적 기준에 따라 ‘진정한 
자유주의자’라 부를 수 있는 건 고종석씨뿐이다. 진짜 자유주의자라면, 
‘자유’라는 말로 경제적 자유 이상의 것을 의미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시장을 
만능 ‘해결’로 보는 수준을 넘어 그럴 ‘문제’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 
주제가 안 되는데 “스스로를 자유주의”라 부르고 다니는 이 우익적 뻔뻔함. 그 
앞에서 진짜 자유주의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민주주의의 위험을 줄이는 것은 자유주의자의 몫?” 하모. 그럼 돈 가진 이 
‘소수의 변명’을 반박하며, 이들의 금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누구 
몫? 소외된 공권력과 밥줄 쥔 사인(私人)의 지배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위엄’을 지키는 건 누구 몫? 할 수 없이 좌파의 “몫일 수밖에.” 그래서 난 
이제까지 우익의 자유의 주책으로부터 우리가 문명세계 축에 끼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것을 방어하려 했던 거다. 인간의 ‘신체’, 인간과 교통하는 
‘자연’, 인간들 사이의 물질적/정신적 소통의 원리로서의 ‘평등’과 ‘민주’. 

얘들아, 이런 건 교양없이 마구 넘보는 게 아니란다. 왜들 이렇게 과격할까? 
철딱서니 없이. 나도 “곤혹스럽다”. 


엑스 리브리스(ex libris)란 '∼라는 책에서'라는 뜻의 라틴어로,책을 인용할 때 
쓰는 말입니다. 

진중권 


kyoko@zedat.fu-berli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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