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obbes (Calvin)
날 짜 (Date): 1999년 4월 18일 일요일 오후 09시 36분 03초
제 목(Title): 아는 사람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역사 보드에 이런 글 쓰면 아마 돌 맞겠지만 돌 맞을 각오하고 쓴다고 미친 척 하면

혹시 봐줄지도 모르니깐... ^.*


===============================================================================


   그 사람의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야기는 별로 못 나눠 봤지만......

처음 만났을때 구세주를 만난것 같이 반가와하던 기억,  더운 여름날 족보(대학원 

입시) 복사해서 한 가방 갖다주고 받은 선물.... :-)   이제 어엿하게 한 여자의 

남편이 된 대학원 후배이면서 좋은 친구인 사람의 결혼식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혼식에 많은 친구, 친척이 와있는것을 

보다가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을 말하고 있는 일단의 한 무리를 발견하게 됐다.

[..... 프로포잘....,  2억짜리 프로젝트......., OODB....., 유학....., 

JDBC......,  이번에 무슨 프로젝트 맡았니?........] 등등등....

그냥 들리게 되는 걸 어쩔수는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는 분이 있을까 ?

[(비)웃음,  조롱, 한숨, 답답함, ] 등등등등등등......

내 생각이 왜 이렇게 비관적인지 하고 물으시겠지만 그 이야기는 너무 길다.

내 개인의 역사라고나 할까 ?

궁금하시면 나중에 메일을 보내시면 답을 메일로 드릴 수는 있지만......

어쨋든 2주전에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내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가 다시 시간을 10년만 되돌릴 수 있으면 난 절대 공대안가.

법이나 경제, 의학 공부할거야.]

그 아이가 무엇을 어디서 얼마나 보고 느꼈는지 모르지만 난 거기에 100% 동감하고 

싶다.  아니 동감한다.

달리 해줄말이 없어서 그냥 소주를 잔에 부어주며 말했다.

[현명하게 생각해서 열심히 해봐.] 

오늘 결혼하는 그 사람도 갈등을 많이 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노력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내 동기, 후배, 선배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상당수가 주식, MBA, 경영등으로 빠졌다고 들었다.

학교다닐때만 해도 그렇게 컴퓨터가 좋고, 프로그램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학부 3학년 여름방학때 한 여자 선배가 이제 이런 일 그만하고 영문학쪽으로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너무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나와 나의 친구들과, 나의 후배들이 그 길을 가려하고 있고 가고 있다.

나는 제외한다 하더라도 누가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

연락만 하면 [절대 회사에 들어가지 마라.]라고 강조하던...   만나서 술을 

마실때면 늘 맛이가서 [나.... 너무 힘들고 괴로워...]라고 말하던 친구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


   대학원 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겉이 번드르르한 소위 [프로젝트]는 누구나 다 

실속이 없다는 것을 다 안다.    예를 들어 '초고속 정보 통신망 연구'와 같은 

국책사업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것 같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눈 먼 돈' 타내는 

훌륭한 저축창고였다는 것등을 말이다. 

 한번 썼던 보고서 다시 내기(물론 각색을 해야 겠지만), 벌써 오래전에 발표된

외국논문이나  보고서를 불쌍한 석사 1년차들 시켜서 30~40장씩 번역시켜 타이핑 

시키기(물론 이때도 각색이 필요하다.),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따서 대충 

건성건성 넘어가기(이때는 교수와 그쪽의 정치력이 좀 필요하다.)등등등...

뭔가 해보려고 했던, 과학은 분명 이런 것은 아닐거라던 생각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남은 껍데기는 그저 졸업과 앞날의 밥줄을 위해서 교수가 시키는 말도 

안되는 일을 밤새도록 해야했고......   유학을 가려는 사람들의 중요한 이유가 

뭔가 정말로 어떤 일을 성취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왜 그럼 이 

나라 안에서는  [무언가 하나 해내는 것이 안되는가?]를 자문할때....., 왜 다들 

과학이라는 것을 , 공학이라는 것을 허탈해하며 빠져나갈려고 몸부림을 치는지 

생각할 때,  그래도 그 별거 아닌 프로젝트를 위해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머리들이 그냥 썩어 간다고 생각했을때...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비웃음, 답답함, 한숨, 조롱]등등등이 약간은

이해가 될거라고 믿는다.

좋은 여자와 결혼하며 좋아서 싱글벙글하는 그 후배의 얼굴 모습이 그 2세의 

얼굴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2세가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때, 후배가 [그래 어느쪽이던지 네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하렴.]하고 말할 수 있도록......    언젠가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넌 무조건 법대 아니면 의대 들어가!]라고 말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더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

감정이 너무 격해서  조리없이 그냥 나오는데로 적었군요. 

많은 반론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전 더하거나 빼지않고 그냥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적었을 뿐입니다.  뭐라고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는 얼마간의 이단아들의 넋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Any chance of getting transferred, Dad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