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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4월  7일 수요일 오전 01시 27분 30초
제 목(Title): 김영옥의 서울스케치 2


 [18] 제목 : [김영옥의서울 스케치②] 한국이 여자가 복 받은 나라라구요?

한국인의 근면성은 나같은 이방인들을 감동시키곤 한다. 서울의 거리는 항상 차량
들로 북적이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에서는 참으로 희
한한 광경도벌어진다. 여성 운전자들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다. 한국의 남성들은 운
전석에서 여성을 발견하면 으레 “집에서 밥이나 할 일이지…”라면서 혀를 끌끌 
찬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오히려 모욕처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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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특히 한국 남자들은 흔히 “한국은 여자가 살기 참 편한 나라, 여자가
 복 받은 나라”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견해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들은 다름아닌 일부 여성 직장인과 여성운동가들이다
. 소수에 불과한 그들은 오히려 “한국은 여자가 살기에 참으로 피곤한 나라”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들 가운데 혹 중국을 다녀왔거나 귀동냥을 통해 중국의 남
녀관계를 체험한 이들은 상당한 부러움을 나타내곤 한다.

한국은 외부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민주적이고 질서가 잡혔고 밝고 투명한
 나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이 처한 사회적 지위나 양상을 볼 때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후진국’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직도 유교사상을 고스란히 붙들고 있는 한국에서 여성들의 지위나 시대적 정서를
 볼 때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국 여성들의 지위는 아직 한국을 한번
도 다녀가지 않은 일반 중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아직도 온고히 남아있는 국가를 뽑으라면 세계적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인식이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승용차가 없다 보니 행사 때면 주변 사람들의 신세를 질
 때가 많다. 세계적으로 차가  많기로 이름난 서울인지라 차가 막혀 교통이 정체되
는 것은 너무나 흔한 풍경이다. 교통이 정체될 때 초조해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근면하게 사는 모습에는 때로 감동을 느끼
기도 한다.

“저 지금 밥하러 가요!”

하지만 그때마다 십중팔구 심경이 착잡해지는 정경에 부닥치게 된다. 꼭 한국말 속
담 ‘시어미 역정에 개를 찬다’는 말이 떠올려지는 일이 발생한다. 막히는 도로 
위에서 여성 운전자들이 화풀이 상대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희생양은 항상 여성이
다. 심지어 같은 여성끼리도 “여자들까지 차를 끌고 나오니…”라며 혀를 차거나
 욕설을 해댄다. 한국인들은 상대가 직장여성이건 나이가 많건 간에 운전자가 여성
임을 발견했을 때는 어김없이 불만을 토로한다. 

“여편네가 집구석에서 밥이나 할 일이지 차는 무슨….”
“IMF가 괜히 왔나. 할 일 없는 ×들이 왜 차는 끌고 나오느냐는 말이지.”
표현은 다르지만 대충 이런 식이다. 평소에는 점잖은 분들이라도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한결 같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욕먹은 당사자들의 반
응이다. 여성들은 설사 구차한 욕설을 들었다 해도 별반 반응이 없다. 애매한 욕을
 듣고도 기껏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라고 항변하든가, 아니면 아예 못들
은 척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 험하고 거친 욕설을 듣고도 “무슨 말씀” 운운하다
니. 욕하는 쪽이나 욕 먹는 쪽이나 신기하게만 여겨질 뿐이다.

이런 상황이 중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여성쪽은 다짜고짜 차에서 뛰쳐나와 뺨이라도 한 대 갈기겠다고 덤벼들었을 것이 
뻔하다. 아니라면 더 걸쭉하고 호된 욕으로 상대방을 쏘아붙여 남성은 아예 ‘본전
’도 못찾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컨대 중국의 그 많은 남성들 가운데 한국 남성처럼 그런 말을 내뱉을 
사람은 없다. 만약 남자가 술김에라도 그런 실언을 내뱉었다면 잠자코 있어야지 여
성에게 잘못 대들었다가는 아예 큰 망신을 당하거나 공안국(경찰서)으로 끌려가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중국에서는 여성이 덮어놓고 우위이고 우선이다. 여성이 앙탈을 부리고 
때리고 꼬집고 아무리 야단을 부려도 남자는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 까닥 잘
못하다가는 엄청난 ‘뒤탈’이 생기기 때문이다. 차림새가 누추하고 아무리 못배운
 중국인이라도 그들의 여성에 대한 태도는 때로는 한국의 지성인들보다 훨씬 더 점
잖고 신사적이다.  

한국 남자들의 “밥이나 하지 뭐하러 쏘다니느냐”는 돌발적인 공격에 한 한국 여
성은 이런 대응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는 TV에 나와 꽤 재미있고 유머스런
 방법을 설명했다. 직장여성인 그는 운전경력이 20년이나 됐는데도 남성 운전자들
의 난폭한 입 때문에 한동안 ‘초보운전’ 딱지를 그대로 붙이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좀 봐주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호전되
지 않고 오히려 ‘죄목’만 한가지 더 가중됐다.

“여편네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귀찮게 돌아다니기는…. 게다가 왕초보 신세에 복
잡한 거리를 돌아다니니 길이 막힐 수밖에…….”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뒤에 고안해낸 것이었다. 그는 차 뒷유리에 이런 문구를 써붙
였다.
‘아저씨, 저 지금 밥하러 가요!’ 

그뒤로 남성 운전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들은 바 없지만 오죽했으면 그토록 애
교스럽고 한편으로는 구차스럽게 여기지는 문구를 달게 됐을까.
한국 여성들이 운전석에서 겪는 이런 ‘모욕’을 떠올리며 만약 한국에서 똑같은 
일을 겪게 되고,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찔할 뿐이다.

‘성희롱’에 시달리는 한국의 직장여성들

일전에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 목사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베이
징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사뭇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베이징대 젊은 교수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갔어요. 그런데 부인은 응접실에서 우
리와 차를 마시며 환담하는데 남편은 부엌에서 땀을 흘리며 요리를 하더라구요. 그
 광경은 적잖게 놀랍고도 당황스러운 일이었어요.”

그 말에 나는 조금은 으쓱대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남자들은 다 그래요. 여자를 잘 돕고 항상 가정적이지요.” 
그러나 듣고 보니 목사님은 그것이 적잖게 못마땅했던 눈치였다.
“남자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지. 우리 어머님은 아들 3형제를 키우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안 일을 맡긴 적이 없어요. 지금도 내가 부엌을 드나들며 집사람을 돕
겠다고 한다면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하실 거요.” 

목사님 부인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제 겨우 여덟살 먹은 아들 녀석도 비슷해요. 심부름을 시키면 ‘남자가 그걸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에요.”
목사님 부인은 그런 아들이 마냥 귀엽지만은 않더라고 말했다. 처음 중국을 다녀온
 목사 부부는 그래서 중국을 서슴없이 ‘이상한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원
시시대 때나 존재하는 모계사회쯤으로 중국을 신비스럽게 보는 눈치였다. 목사님 
부인은 “아이들 성씨도 부인의 성을 따를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남녀 모두 서로 평등한 자격으로 가정과 직장 그
리고 사회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살 뿐이다. 여성은 육체적으로 약하다는 보편적 인
식 때문에 그들에게 조금 더 배려할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정이나 사회 할것없이 여성의 지위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턱없이 열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작 당사자인 한국 여성들의 태도다
. 그들은 대학을 나와서도 한 남자의 아내로 만족하기 일쑤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쓰는 자신들을 굉장히 혜택받은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해 한다는 점이다


“죽을 먹고 오두막에 살아도 마음이 편하면 최고”라는 말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
서 통용된다. 그런데 한국여성들의 대부분은 사회에 나가 일하지 않고 남편이 벌어
다 주는 돈을 쓰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면 사회에서 오간 데 없이 실종
되고 만다. 명문대를 졸업한 여성이라도 결혼만 하면 미련없이 직장을 던져버린다
. 어찌보면 한국 사회가 이러한 여성을 포용할 수 있는 토양과 사회적 기틀을 만들
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는 여성이나 남성 대부분
이 이러한 풍토에 너무나 잘 길들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자주 만나는 평범한 한국 아줌마들 중에서도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이
 많다. 그것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
들 중에는 필자처럼 밖에 나와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남편은 무엇 하길래…”“여자가 집에서 편히 아이나 돌볼
 것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투의 이상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혼하면 한결같이 ‘아무개 엄마’로 불리는 그들이 불과 몇년 전 혹은 십몇년 전
 ○○여대 디자인학과, △△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재원들이라니 나는 속내를 
숨기기 어려울 만큼 크게 놀랐고 당혹스러워 했다. 중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그들은 지금쯤 누구누구의
 엄마, 아무개의 안해(아내)로보다 요직에서 맹활약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었을
 터이다. 

중국에서는 그만큼 단순 가정주부로 사는 여성들은 등불을 들고 대륙땅을 누벼도 
찾기 어려운 일이다. 중국 여성들은 거의 1백%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수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배양된 명문대 재원들이 집에서 가정주부로 남기란 하
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관광·산업연수·유학·노무 등 여러 가지 용건으로 한국을 다녀간 조선족 여성과
 중국 여성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깨끗하고 질서 잡힌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여자가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후진국입니다.”그것
은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피곤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다.

요즘은 그래도 한국에서도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
다. 그 일례로 ‘여성을 차별하는 업체에 불이익을 준다’든지 ‘성희롱’ 관련 법
률을 제정한 것 등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조차 중국인들의 눈에는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1인당 GNP가 중국보다 10배나 높은 한국에서, 21세기를 눈 
앞에 둔 시점에서야 새삼스레 이런 구호(?)가 나왔다는 것이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다.   

죽을 쒀 먹어도 아내 일하는 것은 말리는 한국 남자들

그래도 IMF 구제금융 이후 적잖은 한국 여성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장을 찾
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의 남편들은 어떤 모습으로 아내를 쳐다보고 있을까
 내심 궁금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동안 한국의 남자들이 “마누라를 밖으로 내돌리
며 일을 시키는 것은 남자의 수치”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한국의 한 외교관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
는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의식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 시집온 수많은 조선족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사연도 비슷하다. 그
들은 자신의 남편이 “월급이 몇푼 안되면서도 같이 돈을 벌겠다고 하면 마치 자살
을 선언한 것처럼 펄쩍 뛴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한국인 남편들의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울상짓는 조선족 여성들, 이중에는 중국에서 베이징대·칭화대
 등 명문대 출신 여성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겪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생활고보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에서 인생의 희망과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에 가슴이 저려오는
 것이다. 

중국인은 많은 측면에서 한국인보다 경쟁의 파고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래서인지 한
국인들은 중국인들을 ‘만만디즘’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중국인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왔고 부존자원 또한 풍부해 경쟁의 풍토가 형성되
지 않았던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입시경쟁만큼은 한국도 비교 안될 만큼 치열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일류, 이류대학을 따지기보다 대학을 졸업한 것만으로
도 자신의 인생에서 굉장히 승리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결혼해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는 조
선족 여자와 중국 여자들은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
이다. 한국에 시집온 뒤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게 지옥같다”고 말
하는 조선족 여성들의 경우도 이런 경우다. 그러나 이들은 주변으로부터 오히려 ‘
못된 여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인 것이다.

중국의 저명한 한 여성 사회지도자가 지난해 베이징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정과 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는 것은 참 답
답한 질문입니다. 마치 물과 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물과 밥은 살아가면서 똑같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 어느
 한가지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질병에 걸릴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이라는 것은 생계비를 버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직장여성 중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말에 공감할 줄로 안다.   
어려운 시대적 상황(IMF체제)에서 오히려 가정 밖으로 탈출한 한국 여성들을 보면
서 나는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희열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이유는 다음 몇가지 
때문이다. 

우선 나는 한국 여성들이 중국 여성들처럼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좀더 활기차고 건
전한 인생을 가꿀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잘 키우
고 남편 내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필자 역시 거기에 공감하지만 
그렇게 많은 노력을 통해 대학을 나온 여성들의 종착역이 가정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두번째는 한국으로 시집온 조선족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한국 생활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직 한국에서 일할 시간이 많이 남은 필자로서도 보다 많
은 사회동료들이 생길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품고 있다. 아울러 내가 한국에서 생
활하면서 다소 얼어붙었던 마음도 이러한 기운 때문에 자연스레 녹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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