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9년 3월 13일 토요일 오후 02시 30분 10초 제 목(Title): 민족사관고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느낌. 역사보드에 민족사관고 이야기가 나오는게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앞에서 민족사관고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개인적인 인상만 조금 덧붙이죠. 제가 민족사관고와 연(?)을 맺게 된 것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년전, 그러니까 제가 대학 4학년일 당시 여름방학에 동아리를 통해서 (저희 동아리는 수학올림피아드 쪽 교육에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아르 바이트 건이 들어왔습니다. 이야기인즉슨, 민족사관고에서 영재교육 여름 캠프를 하는데 거기 조교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는 거죠. 민족사관고에 대해 말만 많이 듣고 어떤 학교인지도 궁금했고, 거기에 2일당 10만원(!) 이란 보수에 끌려서 후배들과 멋모르고 그곳에 갔습니다. 민족사관고는 횡성 파스퇴르유업 바로 옆에 있었는데, 처음에 가자마자 정말 입이 쩍쩍 벌어졌습니다. 운동장도 100% 천연잔디에다가, 체고에도 보기힘든 육상트랙이 깔려있었고, 공부하는 교사에는 대학교에서도 보기 힘든 시청각 자재까지 있더군요. (과에 하나밖에 없는 빔 프로젝터가 여기 저기 있는데 기겁...) 숙소로 배정된 곳은 원래 학부모들이 멀리서 찾아 오면 자고가라는 곳인데 완전 고급 콘도급이고, 기숙사도 1인당 컴퓨터 1대씩 다 놓아주고 막 그러는데 한 학년당 180명인 과학고보다도 기자재가 더 많은게 인상적이었죠. 그런데, 그런거야 돈을 들이면 된다치고, 더 놀란 것은 우리가 아르바이트 간 목적이었습니다. 전 단순히 민족사관고가 후원하고 장소만 대는 캠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그런게 아니더군요. 교육개발원 영재교육 담당 전문가분들, 대학 교수님들까지 모셔다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고는 중간에 일일히 성취도를 평가하여 민족사관고 입학생을 선발하는 절차였던 것입니다. 과학고래야 중학교 성적이랑 입시로 해결하던 시절이었는데, 여기는 그런 한판승부로 하는게 아니라 이미 여름부터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수차의(!) 영재교육 캠프에 참가시켜 다양한 측면을 발굴하고 종합평가, 선발하던 모습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밤이면 교수님들, 연구원분들, 민족사 관고 교사분들, 우리 조교들 모여서 회의하고 막 그러던게 지금도 생각이 나는군요. 교사에 대한 load 가 엄청 걸려서 그때도 교감선생님은 입원해 계셨다나... 그만큼 보수도 몇배씩 지불하지만 못견디고 나가는 교사분도 꽤 되었답니다. 제가 졸업할 당시에 벌써 매너리즘에 빠져들던 과학고와는 비교가 되었습니다. 정말 처음엔 이런 허무맹랑?한 일을 벌이는 최명재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 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헌데 이튿날 아침, 식당에서 아는 교수님, 선생님들 분이랑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는데 어디서 본듯한 나이 지긋한 분이 민족사관고 교사 두세분이랑 밥먹고 있으시더군요. 딴 교사 분들도 그닥 신경을 안쓰시고 해서 그땐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바로 최명재 회장이었습니다. 최명재 회장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같이 밥먹는단 이야긴 들었는데 그런 모습일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사립학교 재단이사장 정도 되면 대다수는 교육에는 관심없고 딴짓에 신경쓰고, 무지 권위적이어서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무게잡는게 보통인데 그런게 전혀 없더군요. 개인적인 사고방식이 어쨌건 간에, 그정도 교육에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최고의 학생들을 키워보겠다고 꾸준히 관심 가지는 모습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최명재 회장이 민족사관고라고 하면서 자기 멋대로 교육을 시키고 사고를 주입시킨다면 그건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적어도 이분은 그게 아니었습 니다. 수학, 과학교육을 비롯한 영재교육 과정을 짜는데 상당한 보수를 지불해가면서 교육개발원, 대학교 등의 유명한 분들 일일히 초빙해다가 선발과정, 교육과정 구성하게 하고 전문가에 일임을 하는게 인상적이었죠. 적어도 거기 재단이사장이 "독재"하는 학교는 아닙니다. 영어로 수업하고 하는 문제도, 이사장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닐 겁니다. 이미 그전부터 교육개발원의 영재교육 담당관 분들과 많은 논의를 한 사안이었고, 그만큼의 자질이 되는 교사를 모셔오고, 연수까지 시키는데 든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민족사관고가 정말 우리것만 강조하고, "국수주의적" 학생을 키워낸다면 그러지는 않을겁니다. 어디까 지나 현실적으로 과학기술이 외국것을 배워야 한다면, 외국말에도 익숙해 지도록 하되 우리 정신을 잊지 않게 그런 소양교육도 많이 시키는 방향으 로 교육하고 있는 쪽입니다. 정말, 저도 학생선발에 조금이나마 참가해봐서 느끼는 심정일진 모르겠습 니다만, 나중에 그렇게 애써 뽑은 학생들이 현실적 대학진학 문제에 막혀 자퇴하고 그런다는 소리를 듣고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 엄청난 돈들을 들여가며 만든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는 것. 문제죠. 문제. 아까도 봤는데, 그때 캠프에 참가해서 민족사관고 졸업한 아이들이 저희 학교(KAIST)에 입학하여 어떻게 저를 용케 기억하고 인사하고 그러더군요. 기분은 무지 좋았습니다만.... 이렇게 옛일을 회상하고 오늘의 현실들을 돌아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