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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2월 27일 토요일 오전 02시 44분 42초
제 목(Title): 진중권/ 애국적정사라는 개죽음 


애국적 정사라는 '개죽음'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미시마 유키오 <한여름밤의 죽음> 


“그는 유독 죽음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고…” 소설가 김탁환의 말이다. 여기서 
그란 이인화를 가리킨다. 그가 했다는 ‘죽음’에 대한 ‘많은 얘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다. 혹시 미시마 유키오 유의 ‘죽음의 미학’? 미시마. 이 
친구 머리는 나빠도 수준이 좀 있다. 감성적 직관이라 할까? 하긴 우익 주제에 
그거면 됐다. 제 말대로 “우익은 감정의 문제”라니까. 

“종교적 민족주의를 추구하면 왜 안 되는가?” 이 천진난만함. 김탁환씨, 질문. 
그럼 우리가 종교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면 “왜 안 되는가”? 발끈한 김탁환, 
비장의 레드카드를 내놓는다. “종교적 민족주의가 틀린 길이라면, 그 비판을 
던지는 자들은 대체 어디에 서 있는 걸까?” 글쎄? 아마 나는 아직은 빨간가 봐 
그런가 봐 엄마야. 쯔쯔, “종교적 민족주의가 틀린 길이라면”, 그 비판을 던지는 
자들은 당연히 ‘옳은’ 길에 서 있겠지, 별게 다 궁금하다. 

국가/민족을 절대자로 놓는 국가신도(神道), 국가를 위해 죽은 자는 ‘신’이 
된다는 미신, 국가에 2천만 아시아인을 제물로 바친 ‘신’들의 고향 야스쿠니 
신사. 민족주의는 정치, 종교는 죽음, 고로 종교적 민족주의는 죽음의 정치. 내 
명제를 증명해 주려고 미시마는 친히 제 배를 갈랐다. 그의 자결은 생의 완성. 
종교적 관점에선 ‘불멸’의 길, 나라를 위해 주어 신이 되는 성불(成佛), 미학적 
관점에선 화룡점정, 즉 삶이라는 연극 속의 클라이맥스의 연출. 하라키기. 종교적 
민족주의의 예술작품. 

그의 단편 ‘애국’에 나오는 미담. 육군 중위였던 남편이 2·26 쿠데타에 
실패하고 자결하자, “군인의 아내”답게 부인이 “칼날을 목 깊숙이 찔러넣어” 
제 멱을 딴다. 이는 허구가 아니라 어떤 끔찍한 현실의 문학적 반영이다. 전쟁 
당시 일본에선 남편보고 맘놓고 군인 가라고 신혼의 아내들이 소복을 입고 줄줄이 
자결했다 한다. 조국에 바치는 정사(情死). 우익은 이를 “선택”이라 우기겠지만, 
뒤르켐에 따르면 전근대사회에서 이 ‘이타적 자살’은 실은 ‘의무’란다. 자결 
안 하면 공동체가 유형, 무형의 보복을 가한다는 거다. 

‘이타적 자살.’ 이는 타인을 위한 고귀한 희생이란 뉘앙스를 풍긴다. 과연 
그럴까? ‘죽음의 분량’이란 글에서 미시마는 말한다. ‘사람들은 핵전쟁 같은 
대량살육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죽음의 분량에 겁먹을 거 없다. 왜? 결국은 저마다 
제 몫의 죽음만 죽으면 되니까.’ 오, Jemeinigkeit! 여기서 대량살육은 간단히 
개별적 죽음으로 환원된다. 뒤집으면 나 하나의 죽음으로 대량살육을 살 수도 
있다는 얘기. 제 목숨이 가벼우면 남의 목숨도 가벼운 법. 그래서 오페라 속의 
히틀러는 나 하나의 죽음을 기념하려고 수도 베를린에 자폭명령을 내린다. 이 
사회적 무책임성. 집단주의와 이기주의, 국가주의와 실존주의의 이 기괴한 만남. 

종교와 예술은 ‘가상’을 만든다. 정상인은 가상과 현실의 차이를 안다. 하지만 
예술이 유미주의로 흐르고 종교가 광신에 빠질 때,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흐려지고 착란이 시작된다. 이 착란이 정치성을 띠는 곳에서, 정치와 종교와 
예술이 교차하는 그 ‘가상현실’의 교차로, ‘번쩍’ 미시마의 니폰도는 섬광을 
뿜는다. 오, 정치의 예술화, 국가의 종교화. 애국적 정사(情死), 그 아름답고 
숭고한 개죽음. 이게 우익적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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