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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Gilles (INXS)
날 짜 (Date): 1999년 2월 24일 수요일 오후 03시 34분 18초
제 목(Title): re: 진중권 /박 정희와 악마주의




 서머셋 모옴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자기도 젊을 때에 소설을 쓰며 역사를 그 소재로 삼고 싶었다고..

 소설가들이 자기 소설을 쓰며 현재를 그 소재로 삼을 경우에 부닥치는 문제점들은 
많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판단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가 글을 쓰며 취해야 할 입장은 어떠해야 할까?...
 글을 쓰고 있는 자기 자신이 그 분제에 대해 명백한 답을 가지지 못했을 경우,
 그리고 현재를 깊이있게 통찰해낼 자신이 없을 경우, 역사, 즉 지나간 과거를 
소재로 삼으려는 강력한 유혹에 빠진다고 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미 통찰이 이루어져 있고, 분석된 많은 정보들이 이미 
있으니, 자신은 상상력으로 조립만 하면 된다는 유혹...

 더구나 좀 두각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립하여 딴 역사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가질 수도 있겠죠.
 이 인화씨도 이런 충동, 욕심에 강력히 끌리고 있는 것 같은데...
 '영웅의 도덕', '소인배의 도덕'... 이 인화씨가 니체에 심취해 있나 보군요.
 이 인화씨는 니체, 헤겔에다 많은 철학자들의 의견들을 이리저리 짜집기해가지고,
 박 정희를 나폴레옹, 혹은 히틀러의 범주에 올려 놓으려고 안달인데...

 다른 나라의 철학자들, 다른 역사와 문화속에서 성장해 다른 문화를 해설해놓은 
그들의 말에 우리 나라의 역사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는 모습은 꼭 팥쥐의 넒은 
발에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억지로 신기고 있는 모습같다고 해야 할까? ^_^;;

 '외국인들이 경험적으로 도달한 많은 결론들을 우리는 선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순이 지식인들을 정신적 불구로 
만든다는' 김현씨의 지적이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씁쓸하군요. 

 20세기 초엽, 자본주의의 폐해, 기독교적 가치관의 종언에 맞닥뜨려 그 대안으로 
도출된 독일의 군국주의(군인이 상인보다 우월하다는), 독일인들의 강력한 
선민의식을 기반으로 '생의 철학'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은 독일인(유럽인)의 산물을 
우리가 어더ㅎ게 낼름 가지고 와서 우리 역사인양 할 수 있는지...

 공통점이 있었다면, 혼란속에서 강력한 리더쉽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나머지는 몽땅 가져와도 되는지?�

 자기 자신이 나름대로 역사를 분석할 만한 역량을 가지지 못했을 때에는 ,
별 수 없이 남의 틀을 고스란히 베껴 와 이름만 바꾸어 적을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젊은이가 역사소설을 쓰기 힘든 것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서머셋 모옴도 나중에 
자신의 그런 욕심을 후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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