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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1998년 12월 28일 월요일 오후 09시 32분 47초
제 목(Title): [특집] 에덴의 동쪽 [7]




 3. 귀부인 손에 흙을 뭍이다.

 근친 살인에 의한 식량난의 해결은 살아남은 누구에게도 결코 기분좋은
 방법일 수가 없다.
 카인과 오이디푸스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못내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는 힘들었다.
 입은 덜었지만 여전히 먹을 것은 부족했다.
 가끔 다른 부족을 쳐들어가 약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것은 그 보상만큼 위험도 컸다.

 구석기 전기보다 극도로 열악해진 이러한 환경에서는 결국 전혀 다른 식량
 공급 방식인 식물 재배로 전환함으로써 해결 될 수 있었다.
 물론 일찌기 머리가 비상한 구석기 시대인들은 농경을
 통한 식량 생산 기술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더우기 가축을 길러 육류을 생산 기술까지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이제 이들은 전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업종만 골라서 할 처지가
 못돼었다. 3D 업종이니 머니 가릴 처지 가 못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손에 흙을 묻히고 농경을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구약 성서에서도 나타난다.
 '남자는 애써 이마에 땀을 흘리며 땅을 파서 일용할 양식을 거두어먹다가
  마침내 자신의 몸이 취해진 땅으로 되돌아 가도록 운명을 결정해주며
  저주하였다. '

 농경은 단위 면적당 엄청난 생산량의 증가를 가져왔다.
 농업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업종이라 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에 따라 인구도 좁은 지역안에서 급격한 팽창을 하게 된다.
 그 예로 BC 8000년부터 BC 4000년까지 중동의 인구는 40배로 늘어나는
 폭발적인 인구 팽창을 보인다.

 사실 농업뿐만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일도 처음엔 병행해서 모자라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지만 고기 맛을 볼일은 차차 뜸해지게 된다.

 가축은 풀을 먹여 키워야 하는 데, 인간은 가축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참을성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위장안에 들어가면 고기든 풀이든 다 뒤 섞여 결국 비빔밥이 돼는 건
 마찬가지일텐데 차라리 인간이 직접 풀을 뜯어 먹는 게 훨씬 빠르다고
 생각을 한 것이고,
 그 생각은 우연히도 맞는 것이었다.
 동일한 인간의 에너지의 사용으로 언을 수 있는 칼로리량은                   
 농경쪽이 동물 사육의 경우보다 10배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근로 시간은 전시대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농경의 경우 단위 면적당 노동 흡수력이 사냥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고도 단위 시간당 생산량은 동물이 널려있던 구석기 전기의
 사냥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농경은 사냥처럼 장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해마다 땅은 점점 더 척박해져가고
 환경은 열악해지는 가운데
 농업 생상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지만
 그에 따른 하루 근로 시간의 증가와 함께 영양의 섭취도 점점 줄고
 생활의 질도 떨어져 갔다.

 이 대목에서 역사는 두 갈래 길로 갈린다.

i) 빅맨이 출현한 경우

 효과적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아진 인구를 잘 모아 협동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기위해 많은 사람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였다.

 이러한 지도력을 갖춘 사람들은 'big man'이라고 불렀다.
 이 시대에 지도자가 돼려면 누구나 최소한 빅맨 빤쓰정도는 입고 다닐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남들과 같이 빨가 벗고 다니면 표시가 안나기 때문이다.
 이런 빅맨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있었는 데
 이들은 body guard란 빤쓰를 입고 있었기에 '보디가드'라고 불렀다.

 어떤 보디가드는 어떻게 알았는 지 자기 빤쓰가 더 비싼 것이란 걸 알아챘다.
 평소에 싸구려 빅맨 빤쓰 입은 놈이 자기 한테 이래라 저래라하는 게
 영 아니꼽던 나머지 big man을 때려눕히고 자기가 빅맨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점점 힘이 더 세고 영양력이 더 큰 빅맨들이 생기고
 원시적인 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가장 영향력있는 빅맨은 왕이 되어
 자기가 오래 입어서 헤질 대로 헤져 너덜거리는 빅맨 빤쓰의 형태를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 머리에 뒤집어 쓰고 다녔다.
 후세 사람들은 이 것은 왕관이라고 불렀다.

 국가가 생기고 왕이 생기자 개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농업 생산은 좀 더 효율적으로 증가 돼었고 인구도 계속 늘어 갔다.
 근로 시간은 점점 늘어도 먹을 것은 항상 모자랐다.
 농업 생산량을 높이는 댓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제 정치의 희생양이
 돼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아가기에 점점 더 피곤해져가기만 할 뿐이었다.
 권력자를 비롯한 극소수의 특권층만이 전시대와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ii) 빅맨이 안생긴 경우...

 이런 힘있는 bigman의 등장이 정치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첫
 단추가 돼었다.
 그러나 이러한 bigman의 등장을 미리 저지한 사회도 꽤나 있었다.
 그러한 평등 사회에서는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 받았다해서
 공개적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무례한 태도로 여겨진다.

  이러한 권위있는 인간을 배제하는 사회는 미국 중서부에 살던
 주니족 인디언 사회에서 엿볼 수있다.
'개인적인 권위는 주니족이 가정 경멸하는 특징인 것 같다.
 권력이나 지식을 갈망하고 그들이 자랑삼아 얘기하듯이 '민족의 지도자가
 돼기를 원하는 자'는 단지 비난만 받을 뿐 주술때문에 박해를 당하기
 쉽상이다.'(주1)
 주니족 사회는 의식적으로 bigman같은 권위를 내세우는 인간의 등장을
 막고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족이 바로 그러한 평등주의를 아직도 유지하고있는 사회이다.
 '우리는 자랑하고 다니는 놈들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자만심이 언젠가
 그로하여금 누구를 죽이게 하니까요. 그래소 우리는 항상 그가 잡아온 고기가
 별 쓸모가 없다고 해주지요. 그래야만 그의 심장은 식게 돼고 겸손해지게
 돼지요.'(주2)

 놀라운 철학이 아닌가?
 주니족이나 부시맨들은 역사가 어떤 방향을 가지는 것에 대한 놀라운 안목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역사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그들보다 훨씬 문명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반대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얼마나 불행한 역사를
 거쳐왔던가?
 현대 문명은 이런 극소수 독재자들의 전제 정치아래 신음하며 비참한 생을
 살다간 대다수의 민중들의 피땀위에 세워진 것이란 역사의 아이러니를
 우리는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이다.


주1. Ruth Benedict, 'The Patterns of Cultures',1934.
주2. Marvin Harris, '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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