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설운도) 날 짜 (Date): 1998년 10월 12일 월요일 오전 04시 49분 17초 제 목(Title): 고종석/국어의 풍경들 . [고종석에세이] 국어의 풍경들 - 국어, 한국어, 조선어 ▶프린트 하시려면 1. 국어, 한국어, 조선어 한국어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의 운명에 관해 진지하고도 자유롭게 사유한 에세이스트 고종석씨의 글을 앞으로 1년간 매주 연재한다. 편집자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서 사용되는 말의 객관적인 이름은 한국어다. 학교의 교과 과정에서는 한국어를 흔히 국어라고 부르지만, 자기 나라 언어를 국어라고 부르는 것이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은 아니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자기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영어라고 부르고, 프랑스 사람들 역시 자기들의 언어를 프랑스어라고 부른다. 자기 나라 언어를 국어라고 부르는 관행은 실상 동아시아 몇몇 나라에 특유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어라는 말보다 한국어라는 말을 선호한다. 국어라는 말에 담긴 자기 중심주의, 주관주의가 사물에 대한 객관적 서술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조선어'라는 말도 써 봄직하다. 여기서의 '조선'을 분단 이전의 한국으로 이해한다면, '조선어'라는 말이 '한국어'라는 말보다 객관적 서술에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남한 일반인들의 심상 속에서 '조선'이라는 말은, 14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이씨 왕조나 1948년 이후의 북한체제와 자주 겹친다. 그래서 나는 이 연재물에서 대체로 '한국어'라는 말을 사용할 생각이다.) 그러나 국어라는 말이 한국어를 대상으로 사용됐을 때, 그 이름에는 무턱대고 주관주의라고만 몰아칠 수 없는 객관적 적실성이 담긴 것도 사실이다. 외국의 소수 한인 사회를 예외로 친다면, 한국어 공동체의 권역이 한국(남한과 북한을 합한)의 영역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 외국의 한인 사회에서도 점차 한국어가 사라지는 추세이므로, 이제 한국어는 한국(인)의, 그리고 한국(인)만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가 사용되는 곳이 한국의 영역과 일치한다는 사실, 곧 한국 바깥에서는 한국어가 쓰이지 않고 한국에서는 오직 한국어만 쓰인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일국―일언어'는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다. 인도나 중국 같은 넓은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와 견주어 땅이 좁은 나라에서도 여러 언어가 사용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실상 지구상의 나라 대부분이 다언어(多言語)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나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잘 알려진 다언어 사회지만, 예컨대 가장 강력한 국제어인 영어의 본고장 영국 역시 영어가 전횡하고 있는 단일 언어 사회가 아니다. 공용어인 영어 이외에 지역 공용어로 웨일스어와 프랑스어가 인정되고 있고, 이밖에도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의 지역별로 여섯 개의 군소 언어가 영국의 국토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한 나라 안에서 오직 한 언어만 쓰이고, 그 언어가 그 나라 바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경우는 좀체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희귀한 경우로서 한국어 이외에 일본어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일본어와의 혈연 관계가 불분명한 아이누어가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부분적으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또 본토의 일본어와는 또렷한 이질감을 주는 오키나와 방언은 말할 것도 없고, 혼슈 섬에서만도 교토―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방언들과 도쿄(에도)를 중심으로 한 간토 방언들이 매우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우리의 경우엔 고대의 삼국이 불완전하게나마 신라에 의해 통일된 이후로, 비록 방언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반도 안에서 단일언어가 사용돼 왔다. 또 그 언어는 오직 한반도에서만 사용돼 왔다. 방언들 사이의 차이도 일본어에 견주어 훨씬 작다. 게다가 한국사 전체로 보면 길다고 할 수 없는 후삼국 시대와 1945년 이후의 분단 시대를 제외하면, 중세 이래 한반도에는 늘 단일 국가가 존재해 왔다. 한반도에 존속했던 단일 정치 공동체의 단일 언어가 주민집단의 통합을 강화하고 민족의식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미 중세 때부터 움틔웠으리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70년대 이래 남한 정치의 가장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해온 것이 지역주의라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는 고도로 통합된 사회이고 그 통합의 배경에는 국어로서의 한국어가 있다는 사실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물론 신라어가 진화한 결과가 현대 한국어라고 하더라도, 7세기의 한국어와 지금의 한국어는 크게 다르다. 우리가 훔쳐볼 국어의 풍경들은 그 고대 한국어부터 현대 한국어까지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그 한국어는 공시적으로는 방언적 차이를 제외하면 균질적인 단일 언어이지만, 통시적으로는 사뭇 다른 언어들의 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스트 ♠위로 기사제보·문의·의견 opinion@mail.hani.co.kr ▣ 세상을 뒤바꾼 색다른 영웅 이야기 ▣ ▣ 장 편 소 설 [시 황 제] 주문 ; 710-0501~3 ▣ 기사등록시각 1998년09월08일09시15분 인터넷 한겨레 www.hani.co.kr 제공 . . . . ------------------------------------------------------------------------------- - [전체기사] [사설/칼럼] [기획/연재] [정치] [경제] [국제] [사회] [지역] [스포츠] [정보통신/과학] [증권/부동산] [문화/생활] [방송/연예] [독자] [사람] [한겨레창] [지난기사보기] ------------------------------------------------------------------------------- - 편집자에게 구독신청 HOME ------------------------------------------------------------------------------- - copyright(c) 1995-1998 한겨레신문사 Mail To: webmast@news.hani.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