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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설운도)
날 짜 (Date): 1998년 10월 12일 월요일 오전 04시 51분 37초
제 목(Title): 고종석/한국어, 외계에서 온 언어?


고종석에세이] 국어의 풍경들-2/한국어, 외계서 온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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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외계에서 온 언어?  


19세기 유럽의 언어학자들은 세상의 무수한 언어들을 `혈연 관계'에 따라 분류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들은 `핏줄'이 통한다고 생각되는 언어들을 묶어 `가족'[語族]을 
만들고, 그 가족의 `조상'[祖語]을 찾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언어의 `족보'를 
만드는 데 열중한 이 19세기 언어학의 이름은 역사―비교언어학이다. 

대서양 연안의 켈트어에서부터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 이르기까지 인도와 
유럽의 언어 대부분이 한 핏줄을 나눈 가족이라는 것이 선언된 것은 이 
역사―비교언어학자들이 만든 첫 번째 족보에서다. 그들은 가족으로서의 이 
언어들을 `인도―유럽어족'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더 나아가 이 언어들 사이의 
비교를 통해서 모든 인도―유럽어들의 유일한 조상이었을 가상의 `인도―유럽 
조어(祖語)'를 재구(再構)하려는 야심을 품었다. 그들은 또 그 가상의 단일언어를 
사용했을 저 아스라한 태고적의 `인도―유럽인'을 상상하기까지 했다. 

언어의 족보를 만들기 좋아하던 유럽의 역사―비교언어학자들은 자기들 언어말고도 
세상의 다른 모든 언어들에 족보를 만들어주고 싶어했다. 물론 기원 전 1500년 
무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5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풍부한 문헌을 남겨 온 
인도―유럽어족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빈약한 문헌 속에 숨어 있는 다른 언어들의 
족보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유럽인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음으로써 비로소 기록되기 시작한 언어들도 수두룩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민주의자답게 `백인의 짐'을 기꺼이 졌고, 그들의 노고가 빛을 보아, 오늘날 
세상에는 열에서 스물 사이의 `말들의 족보', 곧 어족이 인정되고 있다. 
몽골어·만주어·터키어 등을 포함하는 알타이어족을 비롯해 우랄어족, 
중국―티베트어족, 아프리카―아시아어족, 드라비다어족 등이 비교적 큰 
어족들이다. 

그러나 이런 족보들에 끼지 못한 언어도 있다. 예컨대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지대인 
바스크 지방의 바스크어가 그런 족보 없는 언어다. 웬만하면 아무 족보에나 
올려주고 싶어서 혈연 관계를 확인하려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봐도 도무지 어느 
핏줄인지 알 수가 없는 언어가 바로 바스크어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언어이고, 
`외계에서 왔음직한' 언어인 셈이다. 

그러면 한국어는? 유감스럽게 한국어도 사고무친에 가깝다. 어느 가족의 
일원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그 물증이 크게 부족한 `고아 언어'인 것이다. 
한국어의 계통에 관해서는 두 주장이 대립돼 있다.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이 그 
하나고,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어떤 두 언어가 동계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기초 어휘 사이의 규칙적인 음운 대응이라고 비교언어학은 
가르친다. 예컨대 영어의 foot(발)과 독일어의 Fuss, 영어의 water(물)와 독일어의 
Wasser, 영어의 eat(먹다)와 독일어의 essen 같은 단어들에선, 영어의 무성파열음 
/t/에 독일어의 무성마찰음 /s/가 규칙적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한국어와 여러 
알타이어 사이의 비교에서는, 매력적인 대응의 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동계를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 한국어를 알타이어에 
포함시키는 걸 주저하는 학자들의 견해다. 중세 이전의 한국어를 살필 만한 자료가 
워낙 부족해, 짧은 시일 안에 이 방면의 연구가 크게 진전할 것 같지도 않다. 

반면에 언어유형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어는 다른 알타이어들과 닮은 점이 많다. 
예컨대 서술어가 문장 끝에 오고 한정사가 피한정사 앞에 오는 어순이라든가, 
접사의 첨가로 어휘를 형성하는 방식이라든가, (적어도 중세어에서는) 모음조화 
현상이 뚜렷하다든가 하는 점이 그렇다. 요컨대 핏줄은 모르겠지만, 하는 짓은 
비슷하다. 

한국어가 알타이어든 사고무친의 언어든, 이 언어는 6천만 명 이상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커다란 언어고, 독창적인 문자 체계와 깔볼 수 없는 문학적 자산을 
갖추고 있는 언어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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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시각 1998년09월15일06시36분 인터넷 한겨레 www.h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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