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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st) **z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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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Date): 2009년 08월 11일 (화) 오전 10시 34분 45초
제 목(Title): 잡설...



-1부-

"그럴거면 이제 그만해"
"그래, 지친다. 이혼하자"
결코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결코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먼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다소 의외란,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그럴거면 이제 그만해"란 말은 
여자들이 으례히 한번쯤 내뱉어보는 말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략)

"정말 나랑 이혼할거야?, 내가 그렇게 같이 살지 못할 정도로 이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을 내 손등으로 쓰다듬어 내리며 말했다
"아니, 넌 정말 충분히 이뻐"
이 상황에서 외적인 아름다움이 생뚱맞기는 했으나,
그녀가 말하는 이쁨이 외적인 아름다움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난 진심으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보며 외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연애감정으로 이쁜 여자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이혼하자고 했어?"
"너에게 그런말을 실제로 했던가?, 난 꿈에서 이야기했을 뿐인데"
"나도 알아"
"그런데 어떻게 내 꿈속에서 내가 한말을 알고 있는거지"
"내가 네 꿈속에 있었거든"

-2부-

홈플러스 주차장에서 주차요원과 한참이나 실랑이를 했다.
자동차 파킹도 아니고, 자전거 주차인데 문앞에 잠깐 두면 어떠냐는 나와
그것도 안된다는 주차요원과 실랑이를 계속하자,
다른 주차요원이 와서 그런 잠시만 주차하는 것으로 하고 
실랑이는 일단락이 되었다.
홈플러스로 뛰어들어가며, 30분만에 나오겠다고 했다.

홈플러스 근처에 개인병원이 있었고, 난 그곳에 가는 길이었는데
왜 홈플러스로 가고 있는걸까. 홈플러스로 들어가는 길에
병원 내부가 머리속에 그려진다.

이곳 홈플러스는 단일 건물이 아니라, 한 빌딩내에 홈플러스 외에 다른 
점포들이 꽤 있다.
우선 빵집으로 갔다. 
하얀 바구니에 하얀 종이가 깔려 있고, 그 외에 마늘빵과, 그리고 또 달리 생긴 
마늘빵과
그리고 기다란 마늘빵과, 그리고 조그만 또 다른 마늘빵을 차곡히 쌓았다.
분명 하얀 바구니였는데 언제 타원형 접시로 바뀐걸까.

왜 홈플러스에 가는지, 무엇을 사러 홈플러스에 가는지 아직도 알지 못했지만,
일단 구입한 빵은 빵집에 맡겨두고 홈플러스 들러 볼일을 본 후에 찾으러 
오겠다 하였다.

홈플러스 찾아간다.
분명 전에 왔던 곳인데 찾을 수가 없다. 
헬스클럽을 지났고, 키즈 놀이터를 지났고, 그리고 시멘트로 제방을 떡칠한 
도심지 개천을 지났다.
도대체 홈플러스는 이 건물내에 어디있는 걸까. 그리고 빌딩내에 이 개천은 
무엇일까.

어느 순간, 허름한 나무로 만들어진 문-옛날 시골 마당에 있던 화장실문 
같은-을 통과하였다.

다행히 홈플러스 안내도우미가 있다. 
노란 블라우스, 다양한 나뭇잎색으로 구성된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는 얼굴. 어디서 본듯한 시원한 
얼굴이다.
그녀가 나를 따라오라 하다가, 그 의문의 개천을 가로지르고 있는 통나무 
다리에서 기우뚱한다.
그녀 뒤에서 순간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녀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허리와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것이 그녀와의 첫 신체접촉이었고, 의도하지 않은 나의 신체접촉에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난 그녀를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홈플러스를 가는 길에 그녀는 나와 어깨동무를 했고(이렇게 유쾌한 기분이 
얼마만일까),
난 그녀의 어깨를 두른 내 팔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내 욕망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만큼, 섹스에 대한 욕망까지는 없었으므로, 
충분히 여체를 탐했다는 느낌이 들만큼 그녀의 가슴을 만진 후에 우리는 
홈플러스를 찾아 떠났다.

그녀는 어디론가-난 계속 홈플러스라 생각했다-나를 계속 데리고 갔고,
가는 내내 그녀는 들떠 있었고, 생기발랄한 걸음걸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슬퍼보였다.
슬픔이, 눈물이 계속 차오름에도 그것을 분출하지 못하여 깡총거린다고 
생각했다.
신기하리마치 그녀의 내면의 슬픔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느 집앞에 다다라 그녀는 그 집 길건너 인도 아래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 집에서 그녀보다 어린듯한 젊은 아가씨가 나왔고, 그녀에게
거지에게 돈을 던져주듯, 핸드폰을 던져주고 갔다.
그녀는 그 핸드폰을 주어들고 울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느낀 그 슬픔이 
터져버린듯하다.

핸드폰을 던져주고 간 아가씨 뒤를 보며, 
그녀는 밤새 나이트에서 놀았고, 출근하는 길이라 생각했으며
그리고 지금 울고 있는 그녀의 여동생이라 생각했다.

핸드폰을 주어들고, 울음을 그친 후에 다시 홈플러스를 찾아간다.
찾아가는 길에 옷가게를 하나 만났는데, 그녀는 그 옷가게의 디스플레이된 옷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유리창 너머의 옷을 그 
가게로 들어가지도 않고
그녀는 만져보았다.

......

나는 그녀와 함께 있다. 그러나 나는 보이지 않는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 듯하다.

유치장 문이 열리고-아마도 그녀가 그 옷들을 훔쳤으리라 생각했다- 
누군가 핸드폰 빛으로 어두운 유치장 안쪽을 살펴본다.
여기저기서 불빛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유독 그녀만은 얼굴이 처음 보았던 화색이 돌았다.
누군가가 면회를 왔다고 한다.

그녀는 유치장 바닥에 몇패의 화투판을 돌며, 아무 화투짝을 들어 마치 짝이 
맞는 패가 나온듯
힘차게 화투짝을 내리치고는 동전을 쓸어담아간다. 
그것은 동전을 주어가기 위해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였다. 
봐, 내가 땄으니까 내가 동전 가져가도 되지?라고 묻듯이.
유치장안에 화투와 동전이라니.

그렇게 몇패의 화투판에서 동전을 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은-돈 주인들이겠는데-그녀의 그 모습을 보며
뭐라 하기는 커녕 자기일처럼 기뻐해준다. 
마치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두다 안다는 모습이다.

그녀가 철창너머로 다른 남자를 본다.
그게 나였어야 하는데, 왜 나는 그녀의 등 뒤에 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일까.
그녀는 주워온 동전을 철창 너머 손을 내밀어 그 남자에게 준다. 
오늘 용돈이야라며, 아주 기쁘게 준다. 
그리고는 미안해, 미안해라며 아주 슬프게, 너무나 슬프게 운다.
내가 우는 듯하다. 내가 울었다.

- 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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