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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1년 01월 20일 (목) 오전 09시 09분 48초
제 목(Title): 황도12궁 점입가경


새로운 news가 아니고 이미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난리냐 했더니, 아닌 게
아니라 어제 뉴스에 "'뒤바뀐 별자리' 소동의 내막"이라면서 미국쪽 뉴스
기사들을 인용해 이런 기사가 떴더군.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50&newsid=20110119094719181&p=yonhap

애초 소동의 진원지였던 천문학자가 별 일 아니라고 해명을 하고... 
이러면 천문학자가 아닌 기자들의 낚시질이라 봐야?!? -_-;;;

그런데 이 기사에 보충설명을 한 조 라오라는 천문학자가 말한 내용에
문제가 많다.
다른 뉴스기사도 "13번째 별자리 소동의 책임은..."이라는 제목으로
조 라오의 발언을 인용해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문제였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948857&ctg=1213



1. 조 라오 설명의 문제1

조 라오의 발언이 뭐가 문제냐면...

>뉴욕 헤이든 천체과학관의 천문학자 조 라오는 "별자리의 변화는 지구의
>적도가 달의 중력에 이끌릴 때 생기는 축의 이동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아는 최초의 문제 제기자는 기원전 280년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그리스의
>천문학자로 지동설의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세차운동의 최초 발견자를 히파르코스가 아닌 그보다 1세기 정도 전시대
과학자인 아리스타르코스라고 말한 것인데... 설명을 좀 하면...

확실한 것은 아리스타르코스가 태양년과 항성년의 차이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산했다는 문건이 발견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아마도 세차운동도 알고
있었을 것이 아니냐고 추정이 나오고,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더 이상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데에 있다.

이게 일전에 논란이 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 '증도가자'의 문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적으로 공인 받은 것은 잘 알다시피 고려시대
직지심경이다. 그런데, 고려시대 찍은 '증도가'의 목판본이 발견되었고,
이 문건에 "직지심경보다 130여년 전에 금속활자본으로 찍은 '증도가'를
목판으로 복각해 다시 찍었다" (쉽게 설명해서) 이런 내용의 글귀가 들어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에 오늘날에 있을 최초 금속활자 논란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니 저 글귀에 후대의 혼란을 유발하려는 불순한 의도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고, 따라서 고려시대에는 직지심경보다
130여년 앞선 금속활자가 있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걸로 확실한 입증 되지는 않는 거다. 그 목판본에 적힌 글귀에
나쁜 의도는 없더라도 착오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추정만 하지
공인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는데...
이 상태에서 목판본의 원본인 금속활자'본'도 아니고 그것을 직접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증도가'자'를 찾았다니까 난리가 난 거다. 맞다면
이것은 확증할 근거가 되면서 획기적인 발견이니까...

아리스타르코스가 세차운동을 알았냐도 '증도가' 목판본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다. 간략히 언급한 문건이 있으니 추정할 수는 있는데, 더 이상 확증할
근거가 없는...
이 상태에서 아리스타르코스를 세차운동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히파르코스의 세차운동에 대한 업적은... 단순히 항성년과 태양년이
차이난다는 정도가 아니라 세차운동은 천구의 북극이 황북극을 중심으로
원운동하는 것임을 명확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천구 북극이 지구 자전축의 북쪽이 천구에 닿는 지점이라면, 황북극은
지구 공전축의 북극이 천구에 닿는 지점)




2. 조 라오 설명의 문제2

그래도, 논란 중인 얘기니까... 추정 가능하니까... 하면서 문제1은 넘어가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래는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별자리에 `땅꾼자리`가 포함돼야 하는데도 빠진 이유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숫자 13을 싫어해 12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
>했다.

아래 wiki를 보면 숫자 13 기피증이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유래했다는 믿음은
오해 때문에 발생했다고 함.

http://en.wikipedia.org/wiki/Triskaidekaphobia

더구나, 이 사람은 바빌로니아에서 황도12궁을 만든 목적이 황도를 균등분할해
천체 위치 표시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별자리이름은 그냥 근처의
별자리에서 따다 붙인 것임을 모르고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 13기피증과도
관련 없는 것이다.

천문학자도 저렇게 헛소리를 하는구나 싶어서, 조 라오가 뭐하는 사람인가
찾아봤다. 그랬더니, 기상학자와 기상예보관으로 일가를 이뤄 미국의 기상방송
분야에서는 유명한 사람이고, 아마추어 천문학자로도 활약해 Hayden
Planetarium에 강사 등으로 참여도 하고 천문학 관련 글을 여러 언론에
기고도 하는 모양이다.

나름 유명인이라고 나서서 해설을 해준다면서 저렇게 엉터리로 해주면 혼란이
더 가중될 거 아니냐 했더니... 역시나 조 라오의 발언 가지고 토론도 하고
난리 -_-;;;;;




3. 라임 설명의 문제 -_-;;

나도 아마추어 천문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동병상련? 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타산지석! 으로 삼아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거든.
그런데 다른 책을 읽다보니 내가 앞에 적은 글에도 문제가 있었던 거다 -_-;;;


앞 글에서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황도12궁의 시작점은 춘분점이었다고 보고
여러가지 설명을 했는데, 이게 틀렸다. 바로 잡으면...

1] 바빌로니아 시대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2가지 천문학 체계가 있었다.
2가지 체계 모두 황도12궁을 사용하기는 했는데 기준점은 달랐다. 두가지
체계를 각각 A와 B로 적으면... A체계는 분점-지점이 관련된 궁의 시작점과
8도 차이 난다. 예를 들어, 춘분점이 양의자리 8도에 위치하는 것이다.
B체계에서는 이것이 10도 차이난다.

2] 고대 그리스에서는 대략 기원전 5세기경 바빌로니아의 황도12궁을 받아
들이면서 8도 차이 것만 받아들였다. A체계에 해당하며 이쪽이 좀 더
간명하고 정확도 높은 천체관측법과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리스에서는 이런 8도 차이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0도
차이 즉 춘분점을 양자리 시작점에 붙인 황도12궁을 사용하는 천문학자들이
생겨났다. 그리스에서 바빌로니아와 차이 나는 종류의 황도12궁이 파생한
것이다.

(wiki 황도12궁 항목에서 이런 부분 설명이 모호하더라 했더니 역시나
문제 발생 -_-;  http://en.wikipedia.org/wiki/Zodiac )

3] 기원전 2세기 경 히파르코스가 세차운동를 명확히 밝혀 분점-지점이
별자리 사이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음에도, 이러한 황도
12궁의 정의는 세차운동과 관계 없이 계속 유지되었다. 즉, 바빌로니아
지역에서는 세차운동으로 춘분점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2종류 천문학
체계에 따라 8도차와 10도차 황도12궁, 2가지의 사용을 고수했다.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지역에서도 점성술 등에서 주로 8도차 황도12궁, 일부
천문학자는 0도차 황도12궁, 이렇게 2종류를 계속 사용했다.서기 1세기경
로마의 저작물에 동지점 양자리(Capricorn) 8도에 위치한다는 내용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니까, 황도12궁은 원래 세차운동과 상관 없이 분점-지점을 기준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별자리와 황도12궁 이름이 안 맞는다는 지금의 논란은
애초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2000년 전 그 시절에는 별자리와
어긋남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거다.

4] 서기 2세기경 고대 서양 천문학의 종결자 프톨레마이오스가 황도12궁에
대해 한 일은 천문좌표 체계를 확립하면서 그리스생 0도차 황도12궁을
확실히 밀어 혼란을 종식시킨 것이다. 어차피 세차운동 무시하고 황도
12궁이 분점-지점을 따라 움직이도록 운용된다면, 아예 시작점을 춘분점으로
삼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선택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춘분점을
중요시하던 그 지역 전통과도 잘 맞는 선택이다.
이 0도차 황도12궁이 나중에는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서아시아 지역에 고대
그리스 천문학과 함께 역수입 되어 사용된다. 그렇다고 8도차 황도12궁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점성술 등에서 중세시대까지 사용
했다고 한다.




앞글에도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반영해 글을 고쳤으니 참고하길 바람.

그래서 결론은... 황도12궁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분점-지점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지고 운용되었고,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세차운동 때문에 별자리 명칭과 어긋나는 것은 알아도 무시했으며, 그런
걸 지금 와서 떠들고 별자리에 맞춰야 맞느니 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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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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