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Luka (c) H. Son)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19시54분16초 KST 제 목(Title): 맑았던 날의 이야기 [7] 영식과 영미는 빠르게 가까와 졌다. 옆에서 지켜보는 누구나 놀랄 정도로... 세월은 흘렀다. 영식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 널리 알려진 학생운동가로 변신해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유치장을 드나들고 수개월간의 잠적... 그런 일들을 겪는 가운데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는 영미였을 것이다. 영식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꽤나 귀찮은 일을 많이 겪어야만 했던 나였지만 그것은 영미의 그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영미는 의대에서 자연대로 전과하였다. 한학년을 낮춰서 생물학과를 골라서... 영미와 영식 그 둘 사이에 무슨 언약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그 모든 변화가 영식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영미의 집은 평범한 편에 속했다. 위로 오빠하나 언니하나... 회사에 나가시는 아버지와 집에 계시는 어머니. 영식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들은 그들만의 안락한 테두리 안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식이오랜기간동안 잠적해 있을 무렵 영미는 집을 나왔다.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나는 이미 한국을 떠나있었기에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지 알 도리도 없었거니와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내게 당장 다가와 있었던 문제는 어색하게 따라다녔던 학생운동의 결과로 빚어진 뒤쳐진 시간을 따라잡아야 하는 데 있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약 삼년여의 대학생활...그때 얻은 것이라고는 학생회 총무 보조 역할을 했고 써클에서 작은 직책을 맡아 유인물을 들고 다녔던것그리고 영미의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했다는 것.. 그런 류의 경험 뿐인것 같았다.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글쎄..아마 나는 오늘날의 영식의 모습과 비슷하게 변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간곡한 권유와 강요를 하는 집안 어른들의 말씀을 거역할 수도 없었고... 어린 마음에도 메케한 최류탄 내음속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숨어다니고 하는 혁명가(?)의 모습보다는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런 모습을 더 좋아했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것은 성격탓이다. 단 한번도 과격해본 적도 없고 이렇다하게 튀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그리고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기 쉬운 학생운동에 대한 나름대로의 실체파악이 된것도 그 이유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모든 것은 양면이 있게 마련이고 그중 한면만을 크게 부각하여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지도 또는 다른 한면을 들추어냄으로써 추물로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일 뿐이다. 만약내가 계속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나의 의지로서는 그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잊혀졌다. 영식과 영미뿐아닌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나의 기억 속을 떠나갔다.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