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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Luka (c) H. Son)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06시16분20초 KST
제 목(Title): 맑았던 날의 이야기 [2]



악몽이었다. 하루그리고 이틀...
단순가담이라는 이유, 신입생이었다는 이유 그리고 높은 곳에서 특별히 훈방하라는 
명령...
그런 이유로 일단의 우리들은 그곳에서 풀려 나올 수 있었다.
일주일을 병원과 집을 오가는 병자아닌 병자 생활...

이미 초여름으로 들어선 교정의 푸르른 나무들...
모든 것이 다시금 평화로왔다.
문득 그때 그 여학생을 떠올린 것은 그곳에 흩어져 있는 보도블럭 부스러기들을 
보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었다.
누굴까?
얇은 하늘색 자켓과 청바지 그리고 짧은 컷트의 머리...
교무과로 달려가 그날의 시간표를 조사하였다.
혹시나 나와 같이 별 생각없이 데모에 끼어든 것이라면 그날 수업이 있는 학생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철학과 미술대 음대...
너무 많았다. 그 시간표를 일일이 수첩에 적으며 다시금 그 여학생의 얼굴을 기억 
하려하였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만난 급우들은 신기한듯 물어왔다. 닭장속이 어땠었냐고.. 경찰서에서 밥은 
주더냐고 그리고 왜 잡혀갔느냐고.. 다행히 나의 범행무기인 M16은 무사히 교련관 
무기고에 들어가 있었다. 누군가 주워다 반납했든지 아니면 전경들이 절차를 밟아 
반납했을것이었다.

기억을 되살리려 무척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그놈의 가슴팍을 찌르고 쓰러진 
여학생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그리고 정신을 잃은 것같은데... 도대체 그 
다음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거였다.

수업이 끝날때마다 다시금 그 자리로 되돌아가 기억의 한 끝을 되새기곤 하였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화요일이라고 하자, 
화요일마다 그 시간이 되면 그 장소 근처를 향해 눈길을 보내곤 하였다.
어느덧 여름은 깊어가고 있었다. 방학이 가까와 오고 대학가의 데모도 중간고사를 
고비로 뜸해져 가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로도 내게 이렇다할 목적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남들이 가는 대학이고 집에서 원하는 대학진학이었으므로 들어간 대학. 그리고 
장래 직업으로 엔지니어가 좋다는 주위의 권고에 정작하고 싶었던 미술은 애저녁에 
고등학교 입학때부터 포기했었어야 했고... 그저 물흘르듯 따라서 흘러만 가면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는 막연한 안도감 같은 기분... 그게 다였다. 
데모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기준도 없었고 의식도 없었으며 꼭 시험때만 되면 
극심해 진다는 데모에 대한 우스게 소리를 듣고 그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이 하기도 하나보다하는 생각뿐이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건 김복동이 누구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했다. 광주라는 곳에서 폭도들이 날뛰어 군인들이 많이 
죽었다는 보도에 그러려니 했고 수많은 유언비어들을 설마 인간이 그럴리가 하는 
자체판단으로 흘려보내버렸다. 게시판에 붙은 많은 자보들은 읽지도 않았었고... 
도무지 어렸던 내게 그 것들은 너무 많았다. 나의 능력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거부하고 싶었던 것들...

그해 여름 나는 그때까지만해도 써클이라고 불리웠던 요즘은 동아리라고 칭해지는 
곳에 들게 된다. "영문학연구회" 예술과 문학을 버려야만했던, 이렇게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긴하지만 그때만해도 그런류의 비감함(?)이 있었던 
것같다, 마음을 보상이라도 받아야하겠다는듯 가입한 곳이 그곳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 영식이다. 조영식. 광주고출신 80년 5월 항쟁때 
총을들고 복면을 두르고 나섰다는 우리 서클의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가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오직 진실을 알리겠다는 마음에서였다고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말을 조금 더듬는 그는 
그때의 이야기를 할때면 몸을 파르르 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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